절차탁마M

6월12일후기(봉건사회2)

작성자
미리
작성일
2017-06-20 23:55
조회
284
6/13 절탁M 후기

이번 주 문학 수업은 에세이 준비를 위한 코멘트 시간을 가졌습니다. 후기는 역사를 중심으로 올립니다. 이번 주는 블로크의 봉건시대2 1책을 보았습니다.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옛날 얘기 듣듯 따라가는데 늘 예상 이상의 다른 얘기로 통념을 깨뜨린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봉건시대하면 으레 귀족인 영주가 기사를 거느리고 장원을 지배하고 장원에선 농노들이 일을 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그러나 1권에서 보았듯 봉건사회는 장원제를 기반으로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신종선서를 통해 맺는 주종관계와 촘촘한 인간관계가 봉건제를 규정하는 더 중요한 구조였습니다. 이번에 재미있게 다뤄진 것은 귀족들도 특권계급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귀족을 가리키는 노블이라는 말이 아주 광범위하게 쓰였다는 것이지요. 자유인도 귀족이라고 불리웠고 영주가 곧 귀족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기사 계급이 노블이라는 말을 전유하면서 특권 지배계급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초기의 귀족은 매우 다층적이었고 통치계급도 아니었습니다. 13세기가 되어 법으로 귀족을 규정하기 전까지 누구나 귀족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진정한 귀족을 지칭 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생활양식입니다. 전 이 대목이 무척 흥미로웠는데요, 사회적으로 무언가를 규정해주지 못할 때 삶의 방식으로 취향으로 감성으로 계급이 결정된다는 것이 아주 공감 되는 지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때는 토지소유보다 경영방식이 더 중요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직접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 시간에 뭘 하냐면 칼을 들고 싸웁니다. 전사들이죠. 봉건 초기 이들은 장원을 지키는 가신들이었습니다. 직업적 군인들로 싸움만 하는 사람들이었지요. 농민은 물론 성직자보다도 높은 지위에서 무소불위의 폭력을 행사하였고 공권력도 이들을 제어하지 못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영주를 위해 싸우지 국가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었거든요. 보병인 농민병이 사라지고 기병인 전사들이 용병이 되면서, 말을 타고 창을 들었다는 것만으로 권위를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위계는 있었지만 전사는 가장 경외되는, 존경받는 대상이었고 귀족은 전사와 동의어가 되면서 이들이 noble이라는 말을 전유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지배계급으로의 특권을 소유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여기서 채운샘이 동양의 귀족과 비교 설명을 해 주셨어요. 싸움꾼 서양의 귀족에 비해 동양의 귀족은 왕의 친인척들로 주변에 브레인을 거느리고 글을 쓰는 지식인 계층이었던 거죠. 동양에서 일하지 않는 계급은 ‘사농공상’ 중 ‘士’계급이 유일했는데 이들은 지식인으로서의 특권을 누릴 수 있었고 존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이 극명한 차이는 근대 서양 제국주의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폭력성이 ‘해가 지는 서쪽’에 위치한 지리적인 것에 원인이 있다는 샘의 해석도 재미있었습니다. 늘 지는 해를 보며, 희망의 해가 떠오르는 동양으로의 진출을 꿈꾸었을 거라는 것이죠.

처리해야할 행정도 높은 수준의 교양도 필요 없는 이들에게 싸움은 삶의 전부였고, 싸우지 않는 ‘권태’를 참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권태로워서 방랑하고 권태로워서 싸움을 하는 것이죠. 이 방랑벽과 전쟁벽이 만나 일으킨 것이 십자군 전쟁이라는 것입니다. 포교는 단지 명분에 불과한 것이었고, ‘오락삼아’ 전쟁을 일으켰다는 겁니다. 그런데 블로크는 이런 전쟁이 있어 유럽 문명이 유지되었다고 하는데요. 싸우고 죽고 다른 문명이 섞이는 ‘사혈작용’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전쟁은 생계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는 겁니다. 포로의 몸값을 받고, 약탈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고, 전쟁에서 얻은 이런 소득은 기사들의 주 수입원이 되었지요. 전쟁을 생계로 삼는다는 측면에서 ‘귀족’은 다른 집단과는 구별되는 소집단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사들은 농민이나 상인들과는 늘 대립적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싸움을 숙명으로 하는 전사들의 태도는 기사도 문학에서 잘 드러나는데, 이들에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지요. 싸우다 명예롭게 죽는 죽음은 예찬하고 미화하는 대상이었습니다. 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헌신과 좌절 질투등 감정의 극대화로 대변되는 궁정식 연애는 이들 삶의 다른 축이 되었습니다. 서민들과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계급을 자각하게 해주는 것이기도 했지요. 이 죽음의 미화와 감정의 극대화는 낭만주의에 큰 영향을 주었고 죽음이나 불륜등이 소재로 쓰였다고 합니다. 이런 극단은 재물을 쓰는데도 나타난 것 같은데 ‘아낌없는 증여’가 그것이죠. 이들은 약탈한 재물들을 축적하지 않고 흩뿌렸다고 하는데, 미래 따위를 염려하는 쪼잔함은 기사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거죠. 막 낭비하고 막 증여 하여 자기 자신만을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을 수전노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러고 보면 축적하고 사유화하는 것은 참으로 유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저는 수전노입니다.ㅜ

기사들이 현재 알고 있는 귀족의 모습을 갖게 되는 것은 교회를 만나면서 입니다. 교회는 기사들에게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는 절차를 실행하게 됩니다. 이전에 그저 ‘삼아지는 존재였던’ 기사는 교회에서 행해지는 ‘서임’이라는 특별한 절차를 통해 성스러움을 덧입게 됩니다. 기사에 성자 이미지가 덧입혀집니다. 기독교의 성자스토리도 기사들의 무용담과 성스러움이 포개져 탄생했다는 겁니다. 초기 회화에서 나타나는 성자의 모습은 기사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서임식을 통해 칼이 성스러운 것이 되고, 기사는 과부 고아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정의로운 존재가 됩니다. 교회가 개입하면서 기사는 사실상의 귀족에서 법적인 귀족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게 됩니다. 법적인 것이 된다는 것은 세습의 특권마저 획득됨을 의미합니다. 이 과정은 천년 봉건시대 중 불과 1세기 만에 정착한 제도인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계층 분화가 일어납니다. 먼저 부르조아 계급이 생겨나지요. 중세시대의 부르조아는 독특한 입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땅을 소유한 사람도 아니고 농사를 짓던 계층도 아닌 봉건제라는 인적 네트워크에 걸리지 않는 ‘이윤’을 추구하는 이질적인 공동체입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복종서약이 아니라 상부상조라는 말입니다. 그들만의 네트웤을 따로 구성한 사람들이죠. 부르조아는 15-16c에 태동해 16-17c부터는 급속히 세력을 키운 계층입니다.

또 다른 집단은 집사계급입니다. 그들은 봉건 영주의 일을 도와주는 사람들이죠. 미니스테리알레스라고 불리우던 이들은 공통된 일을 하는 것으로 결속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입니다. 샘은 현재의 공무원쯤이라고 설명해주셨는데 딱 공감이 되었어요. 이 집사그룹은 큰 부를 축적하기도 하고 귀족들의 생활양식과 큰 차이 없는 생활을 누리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했지만 영주에게 예속된 상태이기 때문에 독립할 수 있는 여지는 없는 그룹이었다. 그 점에서 기사와는 다른 계층이었지요.

마지막 중요한 분화는 교회세력의 증대입니다. 교회는 안정적 수입원이 없는 집단이었지요. 영주가 내는 십일조가 있었지만 턱없이 부족해 날품팔이를 하는 수도사들도 있었을 정도니까요. 노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문제였고 경제적 안정을 위해 장원의 영주들과 손잡을 수 밖에 없었지요. 교회는 십자군 전쟁 이후 13세기 자기성찰의 시간을 보내고, 14세기부터 세력을 강화하기 시작합니다. 봉건초기 세력이 없었던 교회는 16세기 봉건적 구조가 조금씩 허물어지면서 급부상하게 됩니다. 그 이면엔 13세기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고해성사가 한 몫하고 있지요. 고해성사를 통해  교회는 신도들의 정보를 소유하면서 신도의 일상을 관리하고, 행동을 통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 하나는 지식의 소유입니다. 12세기 대학이 생겨나면서 대학과 교회의 만남으로 철학과 신학의 교류가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학과 철학을 통합시킨 혁혁한 공로자입니다.

수업에도 여러 번 아날학파에 대한 설명이 있었지만 블로크의 역사 기술은 재미있고 촘촘합니다. 중세의 삶의 변곡점을 보는 새로운 시선과 솔직함이 읽을 때마다 놀라웠습니다. 정리가 어렵다는 함정만 빼면요. 한주 쉬고 에세이 발표합니다. 마침표를 찍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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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6-22 10:13
    선생님의 마침표 찍기를 응원합니다. ^_^ 담주 화욜에 봬요. (늦지 마세요~)

  • 2017-06-23 15:28
    중세에 대한 환상을 왕창 깨버리는 블로크의 봉건사회 너무 신선했어요. 저도 이번에 마침표를 꼭 찍고 싶네요 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