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본색

4. 12 서사본색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7-04-08 20:58
조회
144
4월 12일 서사본색 공지

<삼국지>에서 영웅이라고 할만한 한 세대가 저물었습니다. 특히 7권은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장면들이 많았지요. 도원결의를 했던 삼형제가 차례로 죽어갔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간웅 조조도 죽었습니다. 제가 아는 <삼국지> 인물들 거의 다 죽고 제갈량만 남은 상황! <삼국지>를 처음 접하는 생초짜로서는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어지러운 천하를 통일하겠다고 떨쳐 일어난 영웅들이 이렇게 약속한듯이 잇달아 죽다니?! 이제부터 펼쳐지는 <삼국지>는 귀동냥으로도 듣지 못했던 허허벌판이 아닌가!
그런데 <삼국지>는 그렇게 영웅들의 죽음을 계기로 '삼국'을 갖춥니다. 조조의 아들 조비는 드디어 힌나라의 사직을 끝장내고 옥새를 강탈하듯 가져가 버립니다. (그리고 예전에 <고문진보>에서나 보던 조식의 <칠보시>를 여기서 보네요ㅇ0ㅇ) 그리고 유비는 이에 질세라 조비에게 정통성이 없다고 비난하며 촉땅에서 황제의 자리에 오른 후 얼마 안가 죽게 되고요. 그리고 강남의 오나라까지 제 나름대로 정권이 바뀐 상황에 따라 자신들의 입장을 정합니다. 이제 제갈량이 '삼분지계'라고 했던 것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고나자 <삼국지>는 갑자기 외부로 눈을 돌립니다. 제갈량은 칠종칠금의 계책으로 이민족을 교화시키려고 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천하통일을 두고 자신들의 기개를 마음껏 펼치는 영웅들의 시대는 어느 정도 마무리지어 졌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들의 캐릭터성은 자신을 흥하게 하든 혹은 자신을 망치든 전혀 유감없이 일관되게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영웅들은 한 캐릭터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스펙트럼을 전부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그 캐릭터답게 죽었죠. 어지러이 천하를 종횡무진하던 영웅들은 세상을 뒤로하고 이제 남은 것은 뭘까요? 아직 <삼국지>를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이제부터는 자신의 캐릭터를 전부 발휘해서 크게 세 개로 나누어놓은 천하를 두고 전혀 다른 싸움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네요. 그건 단순한 힘과 힘이 부딪히는 것이 아닌, 전쟁인데도 정치적 함의가 분명하게 녹아져 있는 싸움일 것 같아요. 어쨌든 이제 <삼국지>가 끝나갑니다.
이번에 규창이는 '한 번 다스려지면 한 번 어지러워진다'는 중국의 역사관이 어떤것인지 물었는데요. <삼국지>는 분명 이런 역사관에 기초해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맨 처음에 밝힌 구절도 그러했고 마지막 챕터 제목도 정직하게 다시 통일된 천하라는 뜻이에요. 다만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이 천하고 무엇이 통일된다는 것이겠지요. 분명 '일치일난'이라고 할 때는 전통적으로 상정된 중국인들의 심상지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한족을 중심으로 뭉치는 천하, 그리고 주변의 교화되는 이민족이라는 일관된 구도가 있지요. 이 역사관을 기반으로 <삼국지>는 그 '통일'을 향해 숨가쁘게 달려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삼국지>의 특이한 점은 그런 '통일'에의 의지를 옆에서 흘겨보는 시선이 있다는 것이죠. 만약 <삼국지>가 그냥 영웅들이 자웅을 겨루며 세상의 일인자가 되겠다고 싸우는 이야기였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지 못했을 것 같아요. <삼국지>에는 그런 영웅들도 있지만 그 영웅들이 조금만 길을 잘못 들면 만나는 외부의 시선들이 있지요. 그건 <삼국지>의 배경이 도교의 영향력이 강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민족 통치의 시절을 사는 저자의 입장도 반영되어 있는 것 같아요. 흔히 漢族 아닌 정부가 들어섰던, 하지만 분명 통일된 정부였던 元이나 靑같은 나라는 한족 입장에서 어떤 것이었을까요? 그저 어지러운 시절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요? 아니면 한족 중심의 역사관에 금이 가게 하고 '治世'와 '亂世'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 계기였을까요.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삼국지>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은 보조 텍스트 시간입니다.
유주쌤은 다이준의 <사마천과 함께하는 역사여행> 열전 편, 은남쌤은 본기와 세가 편 발제.
저는 여전히 <이야기, 소설, 노벨> 세번째 논문 발제
규창이는 모종강이 쓴 [어떻게 삼국지를 읽을 것인가]를 읽고 <정사 삼국지>와 함께 엮어 발제 해옵니다.

다음 시간에 만나요/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