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전

수중전 시즌 3 역사강의 6강 후기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8-04-23 21:56
조회
130
180418 수중전 후기

 

이번 시즌 마지막 강의는 <세설신어>에 관한 것입니다. 이 책은 일명 ‘고사성어의 저수지’(보고?)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우리가 아는 고사성어의 출전은 거의 <세설신어>라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교과서에 나오는 고사성어 출전은 <전국책>이거나 <세설신어>였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옛날 사람들이 역사책을 쓸 때도, 지금 교과서를 쓸 때도 이 책은 필수였다는 것! 그리고 <세설신어>의 또 다른 면은 위진남북조 시기 명사들의 기행집(?)이었다고 합니다. 이 책 없이 죽림칠현 역사를 쓴다는 것은 어불성설! 주제별로 짧고 간단하고 임팩트 있게 이야기들을 쭉 늘어놓은 이 책...어쩐지 요점만 간단히 잘 정리해 놓았을 거 같습니다. 읽고 나면 나도 위진남북조 트렌드 마스터가 될 것 같은? ㅎㅎ

 

위진남북조 시대는 대략 3시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高士들의 시대. 조조가 한나라를 지탱하고 아직은 통일의 희망이 보이던 3세기는 그럭저럭 유가(儒家)의 시대였죠. 하지만 이민족이 쳐들어와서 강남으로 너도나도 피난 가던 4~5세기가 되면 도가의 시대가 됩니다. 피난지는 낯설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너무나 인간세 같지 않던 시대, 귀신과 신선 이야기가 판을 치지요. 이런 분위기는 6세기 불교가 흥하기 전까지 계속됩니다. 그리고 <세설신어>의 배경은 4~5세기 피난기입니다.

 

위진남북조를 표현하는 말로는 ‘名士들의 시대’입니다. 아무리 높은 벼슬자리에 앉았다 한들 그 나라가 어디 50년이나 가야 말이죠...사람들은 이제 뛰어난 예술, 술 마시고 하는 기행, 오래 살게 해준다는 약 같은 것에 관심을 돌립니다. 정치적인 위치와는 별도로 그 사람에 대에 품평하는 ‘월단평’이 등장하지요. 이들의 모토는 취생몽사. 오늘을 산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는 강남으로 피난 와서 절망에 빠진 자포자기와는 좀 달랐습니다. 이때 이야기는 정말 눈 튀어나올 정도로 사치스러운 생활의 연속이었거든요. 듣고 있다보며 이 사람들이 너무 절망에 빠져서 판타지로 도피했나? 싶을 정도로. 그런데 놀랍게도 이것은 실화라고 합니다... 양자강 유역으로 피난한 한족은 처음에는 끈 떨어진 피난민들로 괄시받았는데, 참 적응을 빨리 했다고 합니다. 뿐만아니라 더 수준높은 문명수준을 구가했던 그들은 강남에서 ‘돈이 될’ 사업을 재빨리 개시했고요. 그렇게 해서 강남지역을 사실상 문화적, 경제적 식민지로 삼은 그들은 점점 북진 의지도 상실했다고 합니다. 화장실에 똥 닦을 비단보를 놓을 수 있는데 뭐 하러 부득불 돌아가려고 하겠어요.

 

춘추전국시대만 하더라도 천하를 통일하는 거대철학을 형성하기 위해 골몰했다면 위진남북조 시대, 나라를 세워봐야 50년도 못가는 이때 중요한 것은 개인의 존재와 생명이었습니다. 왕조만 바뀔 뿐 세상은 혼돈, 음모, 위험, 절망일 뿐. 그러다보니 이 당시는 어느 시대보다도 찬란한 문화와 학문의 시대였다고 합니다. 이때 재밌는 것은 문체인데요, 당시 유행한 문체는 사륙변려문, 붓 하나를 받아도 용이 책상에 강림한 것 같다고 구구절절 쓰는 문체였다고 합니다. 이런 문체는 과장의 극치요 화려하기 그지없지요. 당시가 혼란스러운 시대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혼란스러움과 화려함은 한끝차이 같기도 하네요. 그러다가 통일왕조 당나라 시대에는 두보와 이백으로 대표되는 시인들이 다시 담백하고 간결한 시어를 구사하게 되니까요.

 

<세설신어>는 동진의 왕족인 유종이 썼습니다. 유종은 귀신 이야기집인 <유명록>도 썼지요. <세설신어>는 <유명록>과 달리 귀신이나 도사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모두 사람이고 또 생몰연대를 표시하는 실존인물이지요. 당시 사륙변려문이 유행했던 것에 반해 <세설신어>는 매우 담백하고 간결한 문체입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고사성어도 많이 나오고요. 이 책의 구성은 이렇습니다. 1. 중심 없는 시대가 배경이었기 때문일까요? 중심인물이 따로 나오지 않습니다. 2. 거기다 많이 나오는 인물도 이야기에 따라 캐릭터가 달라지지요. 이야기는 모두 주제별로 배치되며 그에 따라 인물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3. 주제별로 분류되는데, 그 검색어들이 꽤 다양합니다. 36가지나 되니까요. 이 주제 중에서 꼭 읽어야 한다면? 우쌤은 네 가지를 추천하셨습니다. 첫 번째 품조(品藻), 이것은 인물을 인품별로 레벨을 매겨 구분한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는 기선(企羨), 부러운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이야기입니다. 세 번째는 임탄(任誕), 죽림칠현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으로 검색(檢嗇)과 태치(汰侈) 위진남북조의 하이라이트, 인색한 이야기와 말도 안 될 정도로 사치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때는 실크로드와 바닷길이 열려 강남을 식민지 취급하는 한족의 사치는 말도 못할 정도로 오만할 뿐만 아니라 잔인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세설신어>에 나오는 인물군은 주로 왕, 귀족, 문인들로, 평민들은 나오지 않습니다. 주로 예쑬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많았죠. 왕조는 수시로 바뀌었으나 예술은 계속되는 것일까요? 주로 과거 인물을 다루었지만 동시대 인물도 주인공으로 등장했다고 합니다. 이런 짤막한 단막극(?) 형태의 이야기는 나중에 장르로 굳어져 ‘세설체’라는 문체도 나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세설신어>는 아무래도 인물을 중시하는 당시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위진남북조 시대는 왕조가 숱하게 흥했다 망해가다 보니 아무래도 인물평이 중시되었다고 합니다. 가령 유소는 <인물지>를 작성했는데, 이 책은 인재를 감별하는 일종의 매뉴얼이었지요. 지식은 어떤가, 그 인물을 보는 아홉 가지 포인트, 다재다능한가 아니면 한 가지 재능만 있는가 등등. 지금의 인사담당이 보는 실용서 같은 목차가 있었지요. 그런데 지금과 다른 점은 이때 인물을 볼 때 중시하는 점은 그 사람의 전문지식이 아니라 얼마나 겸직할 수 있는가? 였다고 합니다. 관리자는 실무자와 다르고, 그들은 전문가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지요. 또 동진의 배계라는 인물은 <어림>을 찬했는데, 이 역시 동시대 인물의 인물평이라고 합니다. 당시 베스트셀러였지요. 그런데 무서운 것은 더 수준 높은 명사(名士)인 사안이 폄하하자 영향력이 똑 떨어졌다는 것인데. 그만큼 한 인물이 얼마만큼의 영향력이 있는가가 중요한 시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세설신어>에는 품행방정한 인물에 대한 찬도 나오지만 그보다 재밌는 것은 실수담, 피난기의 엽기적인 이야기, 이해하기 어려운 효자/열녀 이야기 등이지요. 그중에서 제가 재밌었던 것은 실수담이었는데요, 우리가 아는 실수담의 스케일을 훨씬 뛰어넘는 그런 이야기는 강남문화의 사치스러움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화장실에 있는 대추를 먹었는데 알고 보니 냄새를 막기 위해 코를 틀어막는 용도였다거나, 손 씻으라고 물을 줬는데 마셔버렸다거나... 위진남북조 시대의 기상천외함은 들으면 들을수록 혼란스러움의 극치와 화려함은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원래 이렇게 기이하고 쓸데없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요?

 

 

 

다음 수중전 주제는 ‘시’입니다. 시 읽는 여름... 다음 시즌도 함께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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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23 22:17
    사람은 여기없는데 그 사람의 글이 터억 하니 여기에~~! 넌 시방 어디에 있는거니? 오겡끼데수까? ㅋ 위진 시대를 지나고 보니 그 시대가 더 궁금해지는 이 역설 ~~ㅎ 뭐, 역설도 뭐도 아니네, 당연한 일~~ㅋ 시경과 초사라니, 다음 판도 무지 기대되는게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