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전

시의 맛 시즌 1 시경 1강 후기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8-06-22 15:53
조회
97
《논어(論語)》에서 “시삼백~”, “시어삼백~”이라고 하는 구절들이 간간이 나와서 도대체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시경(詩經)》이 뭔지 궁금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밌네요! 우쌤이 맛깔나게 풀어주신 것도 있겠지만, 시에 담긴 애절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시를 읽다보면 그 맛에 빠져서 이게 언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딱히 신경 쓰게 될 것 같지 않았어요. 하지만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텍스트가 어떻게 형성됐는지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니, 이번 시간에는 ‘고대 동양에서 시(詩)의 역할’과 ‘《시경》의 정체’ 이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시(詩)는 구전되던 민간가요가 문헌으로 정착된 것입니다. 따라서 시는 문자+노래였으며 민심이 반영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당대의 화제들을 담고 있었기에, 당시 왕은 시를 통해 민심을 살폈고, 후세의 학자들은 시를 통해 역사를 공부했습니다.

《시경》은 크게 풍(風), 아(雅), 송(頌)으로 구분됩니다. 풍(風)은 문헌화된 민간가요를 말합니다. 《시경》에는 15개의 나라에서 모은 민간가요가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천자인 주(周)나라의 민간가요가 주풍(周風)이 아니라 왕풍(王風)으로 등록됐다는 사실입니다. 동주시대 이후 주나라의 세력은 일개 제후국과 비슷했고, 제후국의 군주의 지위인 왕(王)을 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아(雅)는 궁정음악으로 잔치 때 쓰인 시이고, 송(頌)은 의식, 제사 때 쓰인 시입니다. 때로는 민간가요인 풍이 다듬어져서 아로 편곡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곡풍(谷風)입니다. 원래 패풍(邶風)이란 편에 곡풍(谷風)이란 시가 있었는데, 소아(小雅)편을 보시면 역시 곡풍(谷風)이란 시가 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곡풍이 어떤 내용이고, 어떻게 다듬어졌는지는 다음 시간에 확인하시죠. ㅎㅎ

일단 정설에 따르면, 은나라 때부터 내려오는 시 3천여수를 공자가 3백여수로 정리했다고 합니다. 이때 정리된 시는 자하를 거쳐 순자로 이어졌으나 진시황제의 분서갱유 때 모두 소실되었습니다. 한나라에 이르러 유학의 서적들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공자가 정리한 시도 같이 복원됐습니다. 그리고 《서경(書經)》, 《춘추(春秋)》, 《주역(周易)》, 《예기(禮記)》와 함께 오경(五經) 중 하나로 채택되어 《시경(詩經)》이 되었습니다. 처음 《시경》을 복원할 때 전국 각지의 학자들이 외운 내용을 바탕으로 문서화했는데, 이때 문서화한 《시경》을 금문(今文)이라고 합니다. 한나라 초기에는 노나라의 부구백이 전하는 노시(魯詩), 제나라의 원고생이 전하는 제시(齊詩), 연나라의 한영에 의해 전해지는 한시(漢詩)가 가장 영향력이 있었고, 이 셋을 삼가시(三家詩)라 불렀습니다. 그러나 후한 이후에는 노나라의 모형과 조나라의 모장이 주석을 달은 모시(毛詩)가 발굴되었고(古文), 가장 영향력이 있었습니다. 위진시대 이후에 삼가시가 소실되면서 모시만 남게 되었고, 지금까지 모시만 이어지게 됩니다.

《사서(四書)》를 편집한 주희도 《시경》을 읽을 때 모시의 주석을 많이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주희는 모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롭게 시를 읽는 법을 만들어냅니다. 주희 이전까지는 시의 상황을 바라보는 제 3자를 등장시켜서 이를 정치적 풍자나 비판으로 해석했는데(以序解詩), 주희는 시(詩)로 시(詩)를 해석해냅니다(以詩解詩). 《시경》에는 야한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온다는데, 주희는 그런 이야기들을 모두 정치적 상황이 아니라 사랑, 불륜 등등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우쌤은 《시경》에 사고 친 사람으로 공자와 주희를 얘기하시면서, 공자는 야한 노래인 정나라 시를 많이 넣었고, 주희는 야한 노래를 야하게 풀었다고 하셨습니다.

 

정설에 따르면, 공자는 젊은 시절 주나라로 유학을 갔고, 그때 노담(노자)을 만나는 동시에 그때 3천여수의 시를 봤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점이 생깁니다. 과연 일개 유학생이 주나라 왕실 자료를 자유로이 열람할 수 있었을까요? 공자가 자료로 삼은 3천여수의 시는 젊은 시절 주나라로 유학을 갔을 때가 아니면 볼 수 없었습니다. 굴만리는 《시경》에 나오는 시 자체가 그렇게 오래된 것이 아니며 공자는 시 3천여수를 3백여수로 줄이지 않았다고 얘기합니다. 굴만리에 따르면, 상송의 창작연대는 노 희공 때고, 주남과 소남도 문왕이 지은 것이 아니라 동주 이후의 작품입니다. 따라서 공자는 아무리 길어도 500년 정도의 작품을 정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시 자체가 3천여수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소실된 시를 일시(逸詩)라고 하는데, 《춘추》 166수, 《국어》 23수, 《예기》 103수 등을 합쳐도 292수만 확인됩니다. 이 중 《시경》과 겹치지 않는 시는 14편 정도입니다. 따라서 공자가 정리한 시는 많아봤자 350수 정도일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또 이상한 점은 국풍(國風)에 노풍(魯風)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공자가 주나라 왕실에서 열람한 게 아니라 당시 노나라에 유행하던 각지의 노래를 편집했기 때문에, 별도로 노풍이 없는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이번 시간에 읽은 시(詩)를 정리하는 걸로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그런데 번역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일단 우쌤이 얘기해주신 걸 바탕으로 제가 의역을 해볼 테니 댓글로 도와주세요! 그리고 일단 외우라는 우쌤의 당부를 기억하며 한 시간에 2개씩만 외워볼까요. ㅎㅎ 그럼 다음 주에 뵐게요~

 

관저(關雎)

《논어》 〈팔일〉편 20장 “子曰, 關雎 樂而不淫 哀而不傷”에 나오는 그 관저편입니다. 대체로 남자가 어떤 여자를 사모하는 내용으로 해석하는데, 그러면 두 번째 시에서 물길을 따라 걸으며 꽃을 따는 것도 남자가 됩니다.

당시에는 실연을 당하거나, 그리움에 사무칠 때는 밖에 나가서 나물을 캤다고 합니다.

재밌었던 글자는 전전반측(輾轉反側)이었습니다. 모로 누웠다가, 다시 뒤집어서 가로눕고 하는 모양을 나타낸 글자입니다. 전전불매(輾轉不寐)와 같은 뜻입니다.

 

關關雎鳩(관관저구) 在河之州(재하지주) 窈窕淑女(요조숙녀) 君子好逑(군자호구)

 

끼룩끼룩 대는 구나, 물새여! 황하 기슭에 노니는 구나. 얌전하고 착한 아가씨는, 군자의 좋은 짝이로다.

 

參差荇菜(참치행채) 左右流之(좌우류지) 窈窕淑女(요조숙녀) 寤寐求之(오매구지)

 

求之不得(구지부득) 寤寐思服(오매사복) 悠哉悠哉(유재유재) 輾轉反側(전전반측)

 

여기저기 떠 있는 노란꽃을, 물길을 따라가며 뜯는구나. 얌전하고 착한 아가씨여, 자나 깨나 생각나네.

 

생각해도 맺어지지 않으니, 자나 깨나 간절히 바라도다. 아득하니 생각나네,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에 들지 못하네.

 

參差荇菜(참치행채) 左右採之(좌우채지) 窈窕淑女(요조숙녀) 琴瑟友之(금술우지)

 

參差荇菜(참치행채) 左右芼之(좌우모지) 窈窕淑女(요조숙녀) 鐘鼓樂之(종고락지)

 

여기저기 떠 있는 노란꽃을, 물길을 따라가며 뜯는구나. 얌전하고 착한 아가씨여, 금슬 좋게 사귀어보세.

 

여기저기 떠 있는 노란꽃을, 여기저기 잘 다듬는다. 얌전하고 착한 아가씨여, 악기를 연주하며 즐겨보세.

 

도요(桃夭)

세 번째 시는 《대학》에도 인용됐습니다. 입춘 때 “입춘대길, 건양다경” 말고도 “도지요요, 기엽진진”을 대체해서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재밌었던 글자는 작(炸)이었습니다. 이 글자는 ‘빛나다’라는 뜻인데, 이때 빛은 꽃잎에서 나는 빛을 말합니다.

의(宜)는 집안을 화목하게 만든다는 맥락에서 화(和)와 통용됩니다.

 

桃之夭夭(도지요요) 灼灼其華(작작기화) 之子于歸(지자우귀) 宜其室家(의기실가)

 

복숭아나무 한창이니, 그 꽃이 아름답게 빛나는구나, 저기 아가씨가 시집가니, 그 집안을 화목하게 하겠구나.

 

桃之夭夭(도지요요) 有蕡其實(유분기실) 之子于歸(지자우귀) 宜其家室(의기가실)

 

복숭아나무 한창이니, 집안을 풍성하게 만들겠구나, 저기 아가씨가 시집가니, 그 집안을 화목하게 하겠구나.

 

桃之夭夭(도지요요) 其葉蓁蓁(기엽진진) 之子于歸(지자우귀) 宜其家人(의기가인)

 

복숭아나무 한창이니, 그 잎이 무성하도다, 저기 아가씨가 시집가니, 그 집안을 화목하게 하겠구나.

 

여분(汝墳)

여(汝)는 강 이름이고, 분(墳)은 강둑, 제방을 말합니다. 전쟁에 징집된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마음을 그린 시입니다. 녁(惄)자는 ‘허기지다’, ‘출출하다’라는 뜻인데, 신체적 주림이 아니라 남편에 대한 허전함을 뜻합니다. 글자의 형태를 보시면 숙(叔)자 밑에 ‘마음’ 심(心)자가 붙어있습니다.

옛날에는 전쟁에 나가면 다시 집에 돌아오지 않고 도시에서 눌러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버리지 않고 돌아와서 안도하는 마음을 두 번째 시에서 기견군자(旣見君子)로 표현했습니다.

부모공이(父母孔邇)는 맥락에 따라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모시와 주희에 따르면, 왕실은 은나라고, 부모는 문왕입니다. 은나라가 망하기 직전인 상황을 훼(燬)로 표현하고, 그런 무도한 상황을 문왕이 와서 해결해줄 것이라고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 해석으로, “부모님이 가까이 계시니 섣불리 나를 떠날 수 없겠지.”라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시는 앞의 두 시와 다른 형태인데, 누구는 이에 대해 별도의 노래였으나 곡조가 비슷해서 붙였다고 보고, 누구는 시상이 바뀐 새로운 구절이라고 말합니다.

 

遵彼汝墳(준피여분) 伐其條枚(벌기조매) 未見君子(미견군자) 惄如調飢(녁여주기)

 

저 여수 강둑을 따라 걸으며, 나뭇가지를 꺾었네, 아직 그대를 보지 못했으니, 굶주린 듯 허전하네.

 

遵彼汝墳(준피여분) 伐其條肄(벌기조이) 旣見君子(기견군자) 不我遐棄(불아하기)

 

저 여수 강둑을 따라 걸으며, 가지와 싹을 꺾었네, 이제 그대를 보았으니, 나를 버리지 않으셨네.

 

魴魚頳尾(방어정미) 王室如燬(왕실여훼) 雖則如燬(수즉여훼) 父母孔邇(부모공이)

 

방어(魴魚)의 붉은 꼬리, 왕실이 다급한 듯하네, 비록 다급하지만, 부모가 가까이 계시네.

 

표유매(摽有梅)

摽有梅(표유매)는 여자의 적극적인 구애가 돋보이는 시입니다. 표(摽)는 ‘매실이 떨어지는 소리’입니다. 매실은 5월 말에서 6월 중순쯤 익는데, 매실만 익고 연애는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시입니다. 특히 열매의 개수로 카운트다운 하는 게 재밌습니다.

경광(頃筐)은 기울어진 광주리입니다. 옛날에 나물 캘 때 쓰는 광주리라고 합니다.

 

摽有梅(표유매) 其實七兮(기실칠혜) 求我庶士(구아서사) 迨其吉兮(태기길혜)

 

매실이 떨어지네요, 열매는 일곱 개 남았습니다, 나를 찾는 많은 선비님들, 좋은 시절 나를 찾아오세요.

 

摽有梅(표유매) 其實三兮(기실삼혜) 求我庶士(구아서사) 迨其今兮(태기금혜)

 

매실이 떨어지네요, 열매는 세 개 남았습니다, 나를 찾는 많은 선비님들, 오늘 나를 찾아오세요.

 

摽有梅(표유매) 頃筐墍之(경광기지) 求我庶士(구아서사) 迨其謂之(태기위지)

 

매실이 떨어지네요, 광주리는 이미 가득합니다, 나를 찾는 많은 선비님들, 말씀이라도 나를 찾아주세요.

 

탁혜(蘀兮)

탁혜(蘀兮)는 나뭇잎이 말라서 떨어지기 직전의 모습입니다. 정풍(鄭風)이 확실히 다른 나라의 가요보다 더 에로틱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도 다른 나라에서는 여자들이 아무리 불러도 남자들이 다가오게 만들었는데, 여기서는 남자들이 ok하는 순간 여자들이 다가갑니다.

숙혜백혜(叔兮伯兮)는 뭇 남성들을 부르는 것입니다.

 

蘀兮蘀兮(탁혜탁혜) 風其吹女(풍기취여) 叔兮伯兮(숙혜백혜) 倡予和女(창여화여)

 

마른 잎이여, 마른 잎이여, 바람이 너희에게 부는구나, 사내들이여, 나를 부르시오, 그대에게 응답할지니.

 

蘀兮蘀兮(탁혜탁혜) 風其漂女(풍기표여) 叔兮伯兮(숙혜백혜) 倡予要女(창여요여)

 

마른 잎이여, 마른 잎이여, 바람이 너희를 떠돌게 하는구나, 사내들이여, 나를 부르시오, 그대 요구에 응답할지니.

 

장중자혜(將仲子兮)

이 시에서는 오지 말라고 얘기하면서 점점 자기 방문 앞까지 데려오는 게 재밌습니다.

구기자나무, 뽕나무, 박달나무가 등장하는데, 이 나무들이 예전에는 가장 실용적이었다고 합니다. 또, 실제로 딸 낳을 때 오동나무나 박달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將仲子兮(장중자혜) 無踰我里(무유아리) 無折我樹杞(무절아수기) 豈敢愛之(기감애지) 畏我父母(외아부모)

仲可懷也(중가회야) 父母之言(부모지언) 亦可畏也(역가외야)

 

원컨대 그대여, 우리 마을로 넘어오지 마세요, 내가 심은 구기자나무를 꺾지 마세요, 어찌 그것이 아까워서이겠습니까, 부모님이 두렵습니다,

그대가 그리우나, 부모님의 말씀이 걱정됩니다.

 

將仲子兮(장중자혜) 無踰我墻(무유아장) 無折我樹桑(무절아수상) 豈敢愛之(기감애지) 畏我諸兄(외아제형)

仲可懷也(중가회야) 諸兄之言(제형지언) 亦可畏也(역가외야)

 

원컨대 그대여, 우리 집 담을 넘지 마세요, 내가 심은 상수리나무를 꺽지 마세요, 어찌 그것이 아까워서이겠습니까, 형제들이 두렵습니다,

그대가 그리우나, 형제들이 걱정됩니다.

 

將仲子兮(장중자혜) 無踰我園(무유아원) 無折我樹檀(무절아수단) 豈敢愛之(기감애지) 畏人之多言(외인지다언)

仲可懷也(중가회야) 人之多言(인지다언) 亦可畏也(역가외야)

 

원컨대 그대여, 우리 집 정원으로 넘어오지 마세요, 내가 심은 박달나무를 꺾지 마세요, 어찌 그것이 아까워서이겠습니까, 사람들의 소문이 두렵습니다.

그대가 그리우나, 사람들의 소문이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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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27 16:58
    우샘 목소리는 시경 낭송에 최적화 되어 있는 듯, 걍 편해 ~~^^
    그리고 시경의 시들은 에둘러 말하지 않는 데서 오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어,그게 사람을 끄는 거 같아.
    구기자 나무, 뽕나무 지나 박달 나무가 서 있는 곳이 자기 집이라는 거지?^^ 발칙한 ~~~ㅋㅋㅋ
    규창 번역한 노랫말에 누군가 곡을 붙여 읊조려 보면 좋겠다. 랩이든 컨츄리송이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