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전

시의 맛 시즌1 시경 2강 후기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8-07-01 21:07
조회
171
180627 수중전 후기

<시경>의 힘은 단순하고 읽는 순간 바로 그 시의 의미가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지극히 사실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런 <시경>의 시는 <毛詩>이래 반영론적 관점에서 해석되어 왔습니다. 시를 치세(治世)와 난세(亂世), 그리고 망국(亡國)의 노래로 읽는 것이지요. 모시의 서문에서 시는 다음과 같이 분류됩니다. 1. 치세지음(治世之音), 다스려진 세상의 노래입니다. 편안하면서도 즐기는 정서가 담겨 있지요. 2. 난세지음(亂世之音), 이때부터는 비판하고 풍자하는 성격이 강해집니다. 3. 망국지음(亡國之音), 이 노래에는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하고 또 백성들은 고달파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이중에서 난세, 망국의 노래에는 학정, 이산가족, 전쟁, 우울한 지식인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지요.

또 시경은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작품들도 많습니다. 가령 모시부터 시경을 정치 상황과 연관시키기 때문에 시를 읽으면서도 어째 많이 찾아보게 되는 책이 <좌전>과 같은 책이 되지요.
<시경>에서 국풍은 각 지역의 음악적인 특색을 반영한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로 앞 구절을 따서 제목을 붙이는데, <시경>의 시는 레고와 같아서 같은 구절이 맨 앞에 오는 경우도 많지요. 그럴 떄는 제목을 다르게 붙이기도 합니다. 가령 당풍의 '체두'와 '유체지두'는 똑같은 구절로 시작하지만 같은 풍에 속하기 때문에 제목이 다르지요. 반면 같은 곡조인데도 가사가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왕풍/정풍/ 당풍은 '揚之水~'로 시작하지만 다음 구절부터 가사가 달라지지요. 하지만 곡조는 같게 부릅니다. 이런 제목은 모두 '모시'를 기준으로 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주로 기울어가는 나라에 사는 백성들의 애환, 전쟁에 남편을 떠나보낸 아내의 그리움, 망한 나라를 돌아보는 지식인의 허탈함을 주로 보았습니다. 물론 <시경>을 읽으며 알게 되는 동물과 나무와 풀이름은 덤이구요^^

秦風, 黃鳥(진풍, 황조)

[진본기]에 인용되기도 한 황조입니다. 이때 황조는 '꾀꼬리'로 보통 번역됩니다만, 좀 더 학술적인 용어로 번역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네요.
이 시는 진목공이 죽을 때 같이 순장된 엄식을 기리는 시입니다. 진목공이 죽을 때 순장된 인원이 워낙 많아서 춘추오패에서 진목공이 빠지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사마천은 엄식에게 동정적인 시를 인용하면서 진목공의 순장에 대해 해석한 거겠지요. 한편 도연명은 '詠三良'을 지어 진목공이 순장을 요청했을 때 결국 거절하지 못하게 만드는 벼슬자리의 힘에 대해서 논합니다. 이건 동진시대를 살던 도연명의 해석이라고 할 수 있지요.
交交黃鳥(교교황조)
황조가 우는구나
止于棘(지우극)
가시나무에 앉는다
誰從穆公(수종목공)
누가 목공을 따르나
子車奄息(자차엄식)
자거씨 집안의 엄식이라
維此奄息(유차엄식)
이 엄식이란 사람은
百夫之特(백부지특)
백명 중에서도 돋보인다만
臨其穴(임기혈)
그가 구덩이에 들어갈 때
惴惴其慄(췌췌기율)
부들부들 떠네
彼蒼者天(피창자천)
저 푸른 하늘이여
殲我良人(섬아량인)
나의 어진 분을 죽이네
如可贖兮
(여가속혜)
대신 할 수 있다면
人百其身(인백기신)
백 명이라도 대신하겠건만

魏風. 碩鼠(위풍, 석서)

碩鼠은 표제어이고. 세금만 챙겨가고 일하지 앟는 지배층입니다. 동양의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는 낙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 낙토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엄연히 말하면 '세금이 없는 곳, 농사지어 먹고살 수 있는 곳'입니다. <도덕경>에 나오는 소국과민 공동체가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지요.

碩鼠碩鼠, 無食我黍
석서석서, 무식아서
큰 쥐야 큰 쥐야, 내 기장을 먹지 말렴.
三歲貫女, 莫我肯顧
삼세관녀, 막아긍고
오랜 기간 너를 먹였는데, 나를 기꺼이 돌봐주지 않는구나.
逝將去女, 適彼樂土
서장거녀, 적피락토
떠나리 장차 너를 떠나리, 저 낙토로 가리.
樂土樂土, 爰得我所
낙토락토, 원득아소
낙토여 낙토여, 내가 편히 살 곳이로다.

王風, 葛藟(왕풍, 갈류)

시경에는 칡이 많이 등장합니다. 칡은 옷을 해 입는 유용한 식물이었다고 해요. 거기다 덩쿨이 뻗어나가기 때문에 자꾸 한쪽으로 쏠리는 마음의 이미지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왕풍(王風)이란, 주나라가 기원전 770년 천도한 다음 즉 동주의 풍을 일컫습니다.

緜緜葛藟 在河之滸
면면갈류 재하지호
칡덩굴이 치렁치렁 황하 물가에서 자란다
終遠兄弟 謂他人父
종원형제 위타인부
이미 형제를 떠나서 다른 사람을 아비라 부르니
謂他人父 亦莫我顧
위타인부 역막아고
다른 사람을 아비라 불러도 또한 나를 돌봐주지 않는구나
緜緜葛藟 在河之涘
면면갈류 재하지사
칡덩굴이 치렁치렁 황하의 물가에서 자란다
終遠兄弟 謂他人母
종원형제 위타인모
이미 형제를 떠나서 다른 사람을 어미라 부르니
謂他人母 亦莫我有
위타인모 역막아유
다른 사람을 어미라 불러도 또한 나를 돌봐주지 않는구나

唐風, 杕杜(당풍, 체두)

체두는 큰 팥배나무, 혹은 아가위나무로 잎이 무성하기 때문에 가족을 상징합니다. 이 시는 한때 무성한 잎처럼 함께 했던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슬픔을 담고 있지요.

有杕之杜 其葉湑湑
유체지두 기엽서서
우뚝한 팥배나무여 그 잎이 무성하구나
獨行踽踽 豈無他人
독행우우 기무타인
홀로 걸어가는 길 어찌 다른 사람이 없을까
不如我同父 嗟行之人
불여아동부 차행지인
나와 부모만 하겠는가 저 지나가는 사람
胡不比焉 人無兄弟
호불비언 인무형제
어찌 나를 가까이 하지 않는가 형제 없는 사람을
胡不佽焉
호불차언
어찌 도와주지 않는가

邶風,擊鼓 (패풍, 격고)

격고는 전쟁에 나간 병사가 아내를 그리워하는 시입니다. 전쟁에 대한 묘사도 일부 나와 있지요. 가령 이 시를 읽으면 중국은 흙으로 담을 쌓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경>의 주로 '나(我)'가 등장합니다. '우리'나 '그'가 아니라 직접 화자가 자신의 처지를 읊기 때문에 더욱 공감하기 쉽지요.

擊鼓其鏜 踊躍用兵
격고기당 용약용병
둥둥 북을 치니 무기를 들고 이리저리 뛰네
土國城漕 我獨南行
토국성조 아독남행
도성에서 흙을 나르고 나는 홀로 남쪽으로 가네
從孫子仲 平陳與宋
종손자중 평진여송
손자중 장군을 따라 진나라와 송나라를 평정하였는데
不我以歸 憂心有忡
불아이귀 우심유충
나는 돌아가지 못하니 근심스러운 마음이 깊구나
爰居爰處 爰喪其馬
원거원처 원상기마
이리저리 떠돌다가 말조차 잃어버렸구나
于以求之 于林之下
우이구지 우임지하
말을 찾아다니며 숲 아래에서 헤매네
死生契闊 與子成說
사생계활 여자성설
살아서나 죽어서나 같이 있거나 이별해 있거나 그대와 함께하기로 했는데
執子之手 與子偕老
집자지수 여자해노
그대의 손을 잡고 그대와 해로 하자고
于嗟闊兮 不我活兮
우차활혜 불아활혜
멀리 떨어져 있구나 나 살지 못하리
于嗟洵兮 不我信兮
우차순혜 불아신혜
아 너무 멀리 왔구나 약속을 지킬 수 없으리

唐風, 葛生 (당풍, 갈생)

갈풍은 격고와 반대로 남편을 전쟁터에 떠나보내고 집에 남은 아내의 심정을 담은 노래입니다. 다른 시와 달리 반복되는 후렴구가 있네요.

葛生蒙楚(렴만우야)
칡이 자라서 가시나무를 뒤덮네
蘞蔓于野(갈생몽초)
덩굴이 들판까지 뻗는다
予美亡此(여미망차)
내 아름다운 사람이 여기 없는데
誰與獨處(수여독처)
누구와 함께 하나. 혼자 남았구나
葛生蒙棘(갈생몽극)
칡이 자라서 가시나무를 뒤덮네
蘞蔓于域(렴만우역)
덩굴이 무덤까지 뻗는다
予美亡此(여미망차)
내 아름다운 사람이 여기 없는데
誰與獨息(수여독식)
누구와 함께 하나. 홀로 쉬는구나
角枕粲兮(각침찬혜)
신혼부부의 베개는 아름답게 빛나고
錦衾爛兮(금금란혜)
비단이불은 눈부신데
予美亡此(여미망차)
그대는 여기 없어
誰與獨旦(수여독단)
누구와 함께 하나, 홀로 새벽을 지새네
夏之日(하지일)
긴긴 여름날
冬之夜(동지야)
긴긴 겨울밤
百歲之後(백세지후)
백세가 지나도
歸于其居(귀우기거)
무덤에서 그를 만나리
冬之夜(동지야)
긴긴 겨울밤
夏之日(하지일)
긴긴 여름날
百歲之後(백세지후)
백년이 지나도
歸于其室(귀우기실)
관 속에서 그를 만나리

王風, 兎爰 (왕풍, 토원)

일명 '토끼는 깡총' 시입니다^^ 난세를 사는 사람이 '차라리 깨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모습이 리얼합니다.

有ꟙ爰爰(유토원원)
토끼는 깡총깡총 달아나고
雉離于羅(치리우라)
꿩이 그물에 걸리네
我生之初(아생지초)
내가 어렸을 때는
尙無爲(상무위)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는데
我生之後(아생지후)
내가 살다보니
逢此百罹(봉차백리)
온갖 근심을 만나는구나
尙寐無吪(상매무와)
계속 잠들어 움직이지 않았으면

衛風, 考槃 (위풍, 고반)

고반은 임시 움막을 뜻합니다. 혼자 떠난 은자의 모습을 그린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재들은 난세일수록 일이 몰려 고통받고 또 가족들에게도 괄시받아서 마음 둘 데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홀로 떠나는 노래를 부른 것이겠지요.

考槃在澗(고반재간)
고반을 계곡에 지으니
碩人之寬(석인지관)
어진 인재의 여유로움이네
獨寐寤言(독매오언)
홀로 자고 깨서는 말한다
永矢弗諼(영시불훤)
영원히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考槃在阿(고반재아)
고반을 언덕에 지으니
碩人之薖(석인지과)
어진 인재의 여유로움이여
獨寐寤歌(독매오가)
홀로 잠들고 깨어서는 노래하네
永矢弗過(영시불과)
영원히 떠나지 못하겠네
考槃在陸(고반재육)
높은 평지에 고반을 지으니
碩人之軸(석인지축)
어진 인재의 여유로움이여
獨寐寤宿(독매오숙)
홀로 자고 깨었다가 또 자니
永矢弗告(영시불고)
영원히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네

王風, 黍離(왕풍, 서리)

서리는 왕풍, 즉 동주시대의 작품입니다. 주나라는 동쪽으로 천도하면서 실질적으로 다른 제후들과 동렬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서리는 옛날처럼 잘 자라는 기장과 달리 원래 모습을 잃은 망국의 슬픔을 노래한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彼黍離離(피서리리)
저 기장이 한 포기 한 포기 잘 자라는데
彼稷之苗(피직지묘)
저 기장도 싹이 나네
行邁靡靡(행매미미)
나의 걸음이 슬픔으로 늘어지니
中心搖搖(중심요요)
내 마음이 흔들린다
知我者(지아자)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謂我心憂(위아심우)
내가 마음으로 걱정한다 하는데
不知我者(불지아자)
나를 모르는 자는
謂我何求(위아하구)
내가 뭔가를 구한다고 한다
悠悠蒼天(유유창천)
아득히 푸른 하늘이여
此何人哉(차하인재)
이것은 누구의 탓인가

鄭風, 狡童(정풍, 교동)

교동은 <사기> 권 38의 [송미자세가]에 삽입된 시 '맥수가'의 일부입니다. <시경>의 시는 레고와 같아서 다른 구절과 합체해서 다른 시가 되지요. '맥수가'에서는 교동이 그런 레고 조각이 됩니다. '교동'자체는 제멋대로 하는 교활한 아이, 즉 애인의 새침한 모습에 절절대는 모습입니다만, '
彼狡童兮(피교동혜)
저 교활한 아이야
不與我言兮(불여아언혜)
나와는 말도 안해
維子之故(유자지고)
너 때문에
使我不能餐兮(사아불능찬혜)
나는 밥도 안 넘어가네
彼狡童兮(피교동혜)
저교활한 아이야
不與我食兮(불여아식혜)
나와는 밥도 안 먹네
維子之故(유자지고
너 때문에
使我不能息兮(사아불능식혜)
나는 쉬지도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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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02 09:53
    말 그대로 삶의 애환이 뚝뚝 묻어나는 듯~, 어떤 삶이라고 이런 희로애락에서 자유로우리~~~~ㅠ
    청산별곡이니 서경별곡이니 하는 고려인들의 노래의 뿌리가 죄다 시경에 있는 것 같기도 하네
    ~~들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소리내가며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