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전

시의 맛 시즌 1 시경 3강 후기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8-07-10 16:06
조회
86
죄송합니다. 밍기적대다가 전날 후기를 올리게 됐네요. 얼른 후기를 시작하겠습니다!

학교 다닐 때 너무 시를 재미없게 읽은 탓인지, 사실 시경이 재미있을까 살짝 걱정했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빠질 줄은 몰랐네요. 혜원누나와 시경 읽기를 하고 있는데, 관저편에 모형(모시본을 만든 사람)이 이렇게 주석을 달았더라고요. “시(詩)는 뜻이 가는 것을 나타낸 것이니, 마음속에 있는 것을 지(志)라 하고 말로 나타내면 시(詩)라 한다. 정(情)이 심중(心中)에 동하면 말에 나타나니, 말로 부족하기 때문에 차탄(嗟歎)하고, 차탄(嗟歎)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영가(詠歌)하고, 영가(詠歌)로 부족하면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춤을 추고 발로 뛰는 것이다. 정(情)은 성(聲)에서 나타나니, 성(聲)이 문(文)을 이룬 것을 음(音)이라 한다.” 시가 절절하게 느껴지는 것은 정(情)을 압축적인 언어로 표현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기대 이상의 만남에 재밌게 시를 읽고 있습니다. 혹시 흥미가 동하시는 분들은 저희와 함께 하시죠. 우쌤 강의와 또 다른 시의 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ㅎㅎ

시는 내용과 형식에 6가지로 분류됩니다. 내용에 따라 풍(風), 아(雅), 송(頌)으로, 형식에 따라 부(賦), 비(比), 흥(興)으로 구분됩니다. 이걸 육의(六義)라 하고, 모시(毛詩)때에 이미 정리되고 확립된 상태였습니다. 그러니까 한나라 때부터 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읽는 방법이 있었던 것이죠. 주희도 육의를 따르지만, 여기에 더해 사시설(四始說)을 주장합니다. 주희는 311편의 시를 지역 민요인 국풍(國風) 160편, 궁정음악으로 연회에 쓰였던 아(雅) 105편, 제사에 사용된 송(頌) 40편으로 나눕니다. 여기서 주희는 아(雅)를 다시 소아(小雅)와 대아(大雅)로 구분합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소아(小雅)는 풍(風)에 가깝고, 대아(大雅)는 송(頌)에 가깝습니다. 가령, 먼 곳에서 손님이 왔을 때, 신하가 어디를 다녀와서 보고할 때 연주하는 음악이 소아(小雅)고, 조정에서 공식적 행사를 할 때 연주하는 음악은 대아(大雅)입니다. 아(雅)는 기본적으로 조정에서 연주되는 음악이기에 내용이나 형식이 풍보다 장중하고 단아하게 다듬어져있습니다. 그래서 주희는 아(雅)를 정악(正樂)의 정(正)으로 해석합니다. 이와 달리 아(雅)를 하(夏)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때 하(夏)란 옛날 문명의 중심지였던 황하, 회수 지역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아(雅)를 풍(風)처럼 어떤 지역의 노래로 보는 것이죠. 뭐로 해석하든 남아있는 아(雅)를 보면 확실히 풍(風)보다 문장이 정돈되고 허사(虛辭)나 후렴구가 거의 없습니다.

풍(風)이 지역별로 분류됐던 것에 비해, 아(雅)와 송(頌)은 별도의 기준 없이 10개의 편씩 묶였습니다. 우쌤은 주희가 아(雅)와 송(頌)을 정리하기 위해 매우 고민했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ㅋㅋㅋ

부(賦)는 일어난 일을 그대로 서술하는 것이고, 비(比)는 비유하는 것이고, 흥(興)은 작품을 보고 감성을 촉발시키는 것입니다. 여기서 흥(興)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주희는 흥(興)을 뜻을 느끼고 드러내는 것(感發志意)으로 해석했습니다만, 그래도 뭔지 잘 와 닿지는 않네요. ^^;; 우쌤도 시경을 읽으시면서 이 시가 왜 흥(興)으로 분류됐는지 자주 고민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주희가 시를 읽었던 12세기의 감성과 지금 우리의 감성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주희가 어떻게 느껴서 시를 분류했는지 완전히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쌤은 차라리 머리 아프게 고민할 바에야 느껴지는 대로 읽는 게 좋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이번 시간에 읽었던 시 몇 편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다 읽지 않고 몇 구절만 읽은 시는 번역본을 참고했습니다. 우쌤은 하나하나 다 설명하기 보다는 느끼는 데 주력하라고 하셨으니, 시의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한두 구절만 간단하게 짚겠습니다.

1. 패풍, 谷風

이 시는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낸 아내가 남편에게 버림받고 남편을 원망하기도 하고, 옛날을 회상하기도 하면서 여러 감정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여기서 그 유명한 말이 나옵니다. “누가 씀바귀가 쓰다고 했던가, 달기가 냉이와 같은데!” 동고동락했던 남편에게 버림받은 자신의 아픔에 비하면 씀바귀의 쓴맛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현이 가슴을 울리네요.

習習谷風 以陰以雨, 黽勉同心 不宜有怒.
采葑采菲 無以下體, 德音莫違 及爾同死.

行道遲遲 中心有違, 不遠伊邇 薄送我畿.
誰謂荼苦 其甘如薺, 宴爾新昏 如兄如弟.

涇以渭濁 湜湜其沚, 宴爾新昏 不我屑以.
毋逝我梁 毋發我苟, 我躬不閱 遑恤我後.

就其深矣 方之舟之, 就其淺矣 泳之遊之,
何有何亡 黽勉求之, 凡民有喪 匍匐救之.

不我能慉 反以我爲讎
, 旣阻我德 賈用不售,
昔育恐育鞠 及爾顚覆, 旣生旣育 比予于毒.

我有旨蓄 亦以御冬, 宴爾新昏 以我御窮.
有洸有潰 旣詒我肄, 不念昔者 伊余來墍.

따뜻한 동풍에 흐려지다가 비가 옵니다. 부부가 힘써서 마음을 같이 해야지, 노여워해서는 안 됩니다. 순무와 무를 뽑을 때는 밑동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성격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그대와 더불어 같이 살려합니다.

길을 가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네요. 마음은 떠나고 싶지 않건만, [그대는] 멀리 나오지도 않고 이 가까이에서, 잠시 나를 문 안에서 마중하는군요. 누가 씀바귀가 쓰다고 했던가요, 달기가 냉이와 같습니다. 그대는 새 사람과 잘 지내기를 형과 아우 같이 하는군요.

경수가 위수 때문에 탁해보여도 경수에도 맑디맑은 물가가 있어요. 그대는 새 사람과 즐겁게 지내니 나를 달가워하지 않는군요. 내가 만든 어량(魚梁)에 가지마오, 내가 놓은 통발을 들추지마오. 나 자신도 돌볼 겨를이 없는데, 나 떠난 후에야 어쩌겠는가.

깊은 강을 건널 때는 널빤지를 타거나 뗏목을 탔고, 얕은 강을 건널 때는 잠수하기도 하고 헤엄치기도 했어요. 무엇은 있었고, 무엇이 없었겠어요. 노력해서 모은 것이죠. 사람들이 상을 당하면 급하게 도왔습니다.

나를 돌보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원수로 아는 군요. 그동안 내가 했던 일들이 저버려지니 장사꾼이 물건을 팔지 못하는 것과 같네요. 지난날 먹고 사는 게 막막해서 그대와 더불어 집안이 망할까 두려웠습니다. 이제 살만해지니 나를 독으로 여기시는군요.

내가 재산을 모은 것은 또한 [당신과 같이] 노년을 보내기 위함인데, 그대는 새 사람과 즐거이 보내니 나를 이용하여 어려움을 막은 것이군요. 불같이 화를 내며 나를 때리시는데, 우리 처음을 기억하시나요? 지난날 나에게 와서 쉬던 그때가 생각나지 않으신가요?

 

2. 鹿鳴

소아(小雅)에 나오는 첫 3편 녹명과 사모, 황황자화는 잔치 같은 곳에서 자주 쓰이기도 하고, 태학에서 교육 자료로 쓸 정도로 중요한 자료입니다.

녹명은 빈객(賓客)에게 베푸는 연회에서 연주되는 음악입니다. 여기서 빈객(賓客)이란 손님이기도 하지만, 일을 많이 한 신하, 군주도 예의를 다 해야 하는 신하를 말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군주가 함부로 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신하가 되라는 것으로 얘기된다고 합니다.

우쌤은 이 시를 관저와 같이 보면 좋다고 하셨습니다. 관저가 군자와 그의 아내의 로맨스를 다뤘다면, 녹명은 군주와 신하의 브로맨스가 돋보입니다.

呦呦鹿鳴 食野之苹, 我有嘉賓 鼓瑟吹笙,
吹笙鼓簧 承筐是將, 人之好我 示我周行.

呦呦鹿鳴 食野之蒿, 我有嘉賓 德音孔昭,
視民不恌 君子是則是傚, 我有旨酒 嘉賓式燕以敖.

呦呦鹿鳴 食野之芩, 我有嘉賓 鼓瑟鼓琴,
鼓瑟鼓琴 和樂且湛, 我有旨酒 以燕樂嘉賓之心.

우우 하고 우는 사슴이 들판의 풀을 뜯고 있네. 나에게 온 좋은 손님이 비파를 뜯고, 생황을 부네. 생황을 불고 뜯으며 선물 담은 광주리를 전달하네.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나에게 그대의 덕을 보여주시오.

우우 하고 우는 사슴이 들판의 풀을 뜯고 있네. 나에게 온 좋은 손님 덕망이 매우 높네. 사람들을 잘 대하니 군자들이 본받도다. 나에게 좋은 술이 있으니 잔치하며 즐기리라.

우우 하고 우는 사슴이 들판의 풀을 뜯고 있네. 나에게 온 좋은 손님 비파를 뜯고 거문고를 타네. 비파를 뜯고 거문고를 타니 즐겁기가 그지없네. 나에게 좋은 술이 있으니 아름다운 손님의 마음을 잔치하며 즐겁게 하리라.

 

3. 四牡

사모는 나라 일로 먼 곳으로 떠나면서 부모님에 대한 걱정이 드러나는 시입니다. 주로 멀리 떠나는 관리들에게 위로하는 시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옛날에는 나라 일로 멀리 갈 때는 이런 식으로 부모님에 대한 걱정을 하며 시를 쓰는 게 일종의 관습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행록을 보면 가면서 신나게 놀고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ㅋㅋ)

四牡騑騑 周道倭遲,
豈不懷歸 王事靡盬, 我心傷悲.

四牡騑騑 嘽嘽駱馬,
豈不懷歸 王事靡盬, 不遑啓處.

翩翩者鵻 載飛載下,
集于苞栩, 王事靡盬 不遑將父.

翩翩者鵻 載飛載止,
集于苞杞, 王事靡盬 不遑將母.

駕彼四駱 載驟駸駸,
豈不懷歸 是用作歌, 將母來諗.

네 마리 말이 질주하니 넓은 길이 구불구불 멀기도 하구나. 어찌 돌아갈 것을 생각하지 않겠느냐마는 나라 일에 빈틈이 있을 수 없으니, 내 마음만 아프도다.

네 마리 말이 질주하니 쉭쉭대는 가리온말 어찌 돌아가고 싶지 않겠냐마는 나라 일에 빈틈이 있을 수 없으니, 집에 편히 있을 겨를이 없구나.

훨훨 나는 비둘기가 올라갔다 내려왔다 상수리숲에 모여 앉네. 나라 일에 바빠서니 아버지를 봉양할 겨를이 없구나.

훨훨 나는 비둘기가 날다가는 내려와서 구기자나무에 모여 앉네. 나라 일에 바빠서니 어머니를 봉양할 겨를이 없구나.

수레 끄는 네 마리 가리온말 달리고 또 달리네. 어찌 돌아가고 싶지 않겠는가? 이 노래를 지어 부모님께 와서 말씀드리네.

 

4. 皇 皇 者 華

정부(征夫)는 여행자를 뜻합니다. 정(征)자에 ‘정벌하다’는 뜻이 있어서 정부가 정벌하러 떠나는 군인 혹은 변방을 지키러 가는 군인을 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왕의 명을 받들고 먼 길을 가는 사신을 말합니다.

皇皇者華 于彼原隰, 駪駪征夫 每懷靡及.

我馬維駒 六轡如濡, 載馳載驅 周爰咨諏.

我馬維騏 六轡如絲, 載馳載驅 周爰咨謀.

我馬維駱 六轡沃若, 載馳載驅 周爰咨度.

我馬維駰 六轡旣均, 載馳載驅 周爰咨詢.

빛나는 꽃이여 언덕과 습지대에 있네. 저 서두르는 사신은 미치지 않을까 염려하는구나.

망아지를 타고 가니 여섯 고삐 매끄럽네. 말을 몰고 달려가서 두루 살펴 물어보네.

철총이말 타고 가니 여섯 고삐 실과 같네. 말을 몰고 달려가서 두루 살펴 물어보네.

가리온말 타고 가니 여섯 고삐 매끄럽네. 말을 몰고 달려가서 두루 살펴 물어보네.

은총이말 타고 가니 여섯 고삐 가지런하네. 말을 몰고 달려가서 두루 살펴 물어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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