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글쓰기

9.12 주역과 글쓰기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09-09 23:59
조회
101


이번 시간에 읽은 괘는 산풍고, 산수몽, 산뢰이괘를 읽었습니다. 셋 다 쉬운 괘는 아니었지요^^;; 그중에서 재밌었던 산풍고 괘를 이야기하고 다음 시간 공지를 하겠습니다.




산풍고(山風蠱)는 글자만 보면 벌레먹어 썩고 있는 그릇입니다. 뭔가 문제가 발생했고, 그래서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하는 지점을 말하고 있지요. 하지만 그 해결이 모든 것을 뒤집어 엎어야 할 만큼 대규모의 움직임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가령 택화혁괘는 민심이 이반되어서 대대적인 개혁이 없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지점까지 와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괘였지요. 하지만 산풍고는 거기까지 가진 않았습니다. 산풍고는 산 깊은 곳에서 바람이 불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산 위로 바람이 불어 모든 것을 뒤흔드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문제가 생겼지만 해결 또한 그 안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산풍고는 말하자면 인간의 결점에 의해 생긴 문제들을 가리킵니다. 탐욕이나 문란함 같은 것들 말입니다.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들이죠. 효사를 보면 아버지와 어머니의 일을 계승하는 자식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말하자면 아버지, 어머니가 만든 문제 정도에서 그치는 게 산풍고입니다. 그게 아니라 백성이 돌아섰다면 정말 큰 개혁을 단행해야겠지만, 선대의 문제 정도는 자식 대에서 계승하는 와중에 잘라내거나 수습할 수 있는 것이죠.

접시에 벌레가 꼬였다는 건, 바꿔 말하면 그 벌레를 들어낼 정도의 액션을 취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 벌레를 보지 못하면 나중에 제사를 지낼 때 벌레먹은 접시를 보게 되겠지요. 즉 썩은 것을 발견하는 건 문제를 맞닥뜨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빠르게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고(蠱)는 썩어버린 문제이기도 하지만, 행동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지요. <주역>은 일이 못된다고 좌절하거나 잘되어서 우쭐하지 말라고 늘 말합니다. 어차피 일이라는 건 궁하면 통하게 되어 있고 그러다가 또 궁하게 되는 법이니까요. 어떻게 보면 정말 가차 없는 세계입니다. 하지만 절망이나 희망에 처박히지 않기에,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떻게 좋은 상태를 유지할까, 혹은 어떻게 이 나쁜 상황을 최대한 안 아프고 지나갈까를 궁리하는 것 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말이죠.



다음 시간은

<주역> 중산간, 산지박, 지천태 괘 읽고 공통과제를 써 옵니다.

<주역 강의> "형성" 부분을 읽어옵니다.


이번 시간 후기는 정우샘



다음 시간 간식은 정랑샘, 정랑샘



일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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