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글쓰기

10.3 주역과 글쓰기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09-30 11:45
조회
132
211003 주역과 글쓰기 공지

추석이 지나고 나니 3학기도 어느덧 두 주가 남은 상황이네요. 읽을 괘는 네 개. 이제 글을 어떻게 쓸지 고민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이번에는 <주역>을 팔괘순으로 읽다보니 아무래도 소성괘에 주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서괘전의 스토리를 따라가던 때와 달리 소성괘가 상괘로 고정되어 있을 때 괘의 분위기가 어떨지 살피게 되는 것 같네요. 이번 시간에 읽은 지뢰복(地雷復), 지화명이(地火明夷), 지택림(地澤臨)괘 같은 경우도 그렇습니다. 곤괘가 상괘인 괘들 중에서도 이 세 괘는 유독 긴 밤/혹독한 겨울을 지나 서서히 돌아올 빛을 기다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땅 속에 꿈틀거리는 에너지를 연상케 하는 이 괘들은 앞으로 밝을 아침을 예견하기도 하고, 또 금방 돌아올 겨울을 대비하는 괘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주역>의 법칙은 일곱 걸음만 걸으면 변하기 마련이니까요. 아무리 긴 밤이라도 아침이 오게 마련이고, 아침이 조금 밝았나 싶으면 금방 밤이 찾아옵니다. 이 심플한 법칙 속에서 인간의 머릿속은 복잡해지는 거죠. 아니 도대체 언제 안심할 수 있고, 언제 제 세상 누릴 수 있는 거지? <주역>을 읽다보면 도대체 안심할 틈이 없다고 툴툴대는 목소리가 절로 나옵니다(실제로 토론 시간에 자주 듣게 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변하는데 인간 혼자 좋은 세상을 누리려는 것도 사치가 아닐까요? <주역>이 인간을 위로하는 방식은 무슨 도탄에 빠져도 언제나 일곱 걸음만 가면 살 길이 보인다는 것이니까요.
이번 시간에 읽은 지택림괘가 <주역>의 우환의식을 보여줍니다. 가장 추운 겨울 동지에 돌아온 양 하나가 좀 더 발전된 괘가 바로 지택림입니다. 하나였던 양이 둘이 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일을 해볼만한 때가 되겠죠. 하지만 이 괘가 경계하는 것은 일곱 걸음 후, 음이 사그라들어버린 8월입니다. 계절로 보면 아직 싹을 틔우기도 전인데 겨울을 걱정하다니, 조금 이른 것 같지만 이것이 <주역>의 세계죠. 무엇이든 일곱 걸음만 걸으면 금방 변하기 마련인데 경계에 시기상조는 없다는 것!
지택림 정도로 양이 두 개 차오르면 아무래도 겨울을 빨리 벗어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차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그 다음은 음과 양이 조화롭게 운동하는 지천태(地天泰)로 가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조급하게 굴고 기대하다가, 막상 봄이 오면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지 않아 미적대고 맙니다. <주역>은 다름아닌 이 때에 맞지 않는 태도를 경계합니다. 계절에 따라, 변화를 따라 결과가 나오기 마련인데,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입력값보다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정작 자기가 있는 자리는 긍정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죠. <주역>의 경계란 결국 어떤 시절이든 자기 관념을 거기에 고착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라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일곱 걸음이면 변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경계한다는 것은 결국 변화를 알아차린다는 것에 다름아닙니다.

 

 

다음 시간에는
<주역> 지풍승, 지수사, 지산겸 읽고 공통과제 써 옵니다.
<주역 강의> 마지막 챕터 읽어옵니다.
4학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어떤 주제로 괘를 묶어 글을 쓰면 좋을지 토론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시간 후기는 가토샘.
다음 시간 간식은 정우샘, 호진샘.

 

일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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