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소생프로젝트 지은팀 후기-<일리아스>

작성자
지영
작성일
2018-10-20 03:27
조회
91
신과 영웅의 대서사시 :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세미나 후기

참고 자료를 중심으로 이야기 나누었고 그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인간과 가까운 신
호메로스의 신은 우리가 기독교를 통해 접했던 ‘초월적 신’의 개념을 뒤집어 버린다. 물론 전능한 신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보다 감정적 도덕적으로 나아 보이지도 않는다. 또 그들은 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온갖 모습으로 변신해 빈번하게 인간의 세계에 나타난다. 무엇보다 인간에게 도덕적, 종교적 계율을 강조하는 기독교의 신에 비해 호메로스의 신의 개입은 오히려 그런 질서를 해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히려 신들의 기분이 인간의 감정에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브르노 스넬(<정신의 발견>)에 따르면 《일리아스》의 신들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사실이 아니라 분노, 애도, 복수와 같이 수세대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생길 수 있는 감정”을 기반 한다고 말한다. 이 때 신은 인간의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인간의 행위에 잘 어울리도록 편성된 오케스트라”처럼 인간의 열정에 힘을 보태어 주는 역할은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의 신처럼 두려움을 기반으로 인간의 행동을 제약하고 의무를 부여하거나, 알라와 이슬람교도처럼 신과 인간이 주종의 계약관계인 것과 달리, 호메로스의 신은 “오로지 열성을 다해 인간의 운명을 따를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신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는 강자와 유력자들로 이들은 신에 대해 두려움이나 존경심을 품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진다.

2. 신과 인간의 관계
호메로스의 신들은 자신의 의지와 기분에 좌우되며 특별한 영웅을 편해하거나 증오하지 않는데, 그때 신은 그 나름의 삶, 사연을 가지고 인간 세계에 개입한다. 신들 마다 영역과 사정이 있는 것이다. 그러한 신들 사이의 알력과 협의 속에서 인간의 행위 및 사건이 결정된다. 그렇다면 호메로스의 인간은 그저 신의 개입에 의해 신의 의지를 수행할 뿐인 꼭두각시인가? 싶지만, 그에 앞서 호메로스적 인간은 “아직 그 스스로 결단의 발기자라는 자각”이 없는 존재로 “주체라는 개념이 없.”다는 점을 간과 할 수 없다. 인간에게 통일적 “영혼”개념이 부재한 것이다. 다시 말해 호메로스적 인간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 의지나 내면을 전제로 성립된 존재가 아닌 것이다.

호메로스에서 가장 낯설게 여겨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그들은 “여러 욕구와 감정을 지니고, 그것을 억제하거나 숙고하지만, 이것은 우리 현대인이 생각하는 ‘인간 내면의 갈등’이 아니라 그 자체가 개인의 인격적 통일의 구성”하는 것이다. 즉 “그가 무엇인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가 행한 일에 의해 이해 되었”던 것이다. “핵심은 그의 내면이 아니라 신으로 하여금 도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여기게 해주는 그의 행위인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가 성격이나 기질이라고 하는 것은 그가 해당 행동을 안다는 의미”라는 점도 흥미롭다. “‘그 사람은 친절하다’는 말은 ‘그가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법을 알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람들 마다 친절하다고 느끼는 포인트가 다를 텐데, 그 각각의 사람들에게 다르게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일까? 가령 빠른 발을 가진 아킬레우스는 모든 상황에서 빠르게 행하는 법을 안다고 볼 수 있다. 그랬을 때 그는 단순히 분노와 복수에 집착하는 존재가 아니라, ‘재빠른 사리판단’과 ‘빠르게 상황을 장학하는 능력’, ‘느낀바 대로 솔직하게 행동하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담백함’ 등을 갖춘 존재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신이 아니라 누구라도 그를 돕고 싶어 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못해도 최소 미워할 순 없지 싶다.

인간의 모든 행위와 경험들이 신의 속성이자 신들의 유희로 설명되고, 그것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낯선 앎의 지평을 보여준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호메로스적 인간이란 무엇인지, 지금 우리가 공부하는 이슬람인들의 ‘신’과 호메로스의 신이 연관이 있는지 등도 궁금하다.
전체 3

  • 2018-10-20 11:23
    무엇보다 신'들'이 등장한다는 것이 재밌었는데요, 각양각색의 성격과 감정을 가지고 꽁냥꽁냥하는 신들이라는 점이 재밌었어요.
    그런 점에서 그냥 죽지 않고 능력있는 인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ㅋㅋ
    전쟁터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는 신들과 영웅들의 이야기, 샤나메 못지 않게 흥미진진합니다

  • 2018-10-20 13:17
    샤나메와 어떻게 연결해서 읽을지 감이 잡힐락말락 간질간질합니다. 신과 인간, 그리고 인간 중에서도 영웅을 어떻게 조명하는지 구체적으로 보면 재밌을 것 같단 말이죠..!

  • 2018-10-20 14:26
    신들이 각자의 삶이 있다니!ㅋㅋㅋ 인간이 이 땅에서 이루는 일들에 온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기독교와 달리, 그리스의 신들은 전지전능하지는 않아도 인간사에만 이끌려다니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