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생 러시아 2학기 7주차 (3/5) 공지

작성자
정옥
작성일
2020-02-27 19:09
조회
125
소생 러시아 2학기 7주차 (3/5) 공지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직 확산 중에 있는 것 같지요. 모두가 조심하자는 의미에서 규문도 대다수 프로그램이 이번 주 휴강을 하고 있습니다. 유행병으로 인해 휴강을 한 건 공부 시작하고 처음인 것 같아요. 매일 핸드폰으로 오는 재난 문자 경보와 지나친 정보가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저희 소생 프로그램도 일주일 휴강을 결정했는데요, 이번 주에는 채운 샘 강의가 계획되어 있어 선생님들이 아쉬워하셨어요. 다음 주에 더 열심히 듣기로 하죠. 공부 일정이 조금씩 늦어지고, 코로나19로 인해 비행이 결항되거나 취소되는 경우도 많고, 안전한 시기를 선택해야 해 저희도 일정에 대한 상의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러시아는 아직 한국에 대해 어떤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지는 않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조기에 이 사태가 진정되길 바래봅니다. 다들 무탈하게 이 시기를 넘겼으면 합니다.

메마른 봄기운 때문인지,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소생 6주차 수업을 진행했어요. 지난 주 연구원들의 문제 제기도 있었고, 텍스트도 레닌과 혁명에 집중되어, 공부에 긴장감과 탄력이 좀 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번 주는 발표 준비와 지난 회의 내용의 공유, 이후 진행에 대한 상의 등 진행과 관련해 나누어야 할 얘기가 많았어요. 이번 주 텍스트가 혁명과 혁명 이후의 레닌의 삶에 관한 내용이어서 몰아서 오전에 토의를 하고, 오후에 이후 프로그램 진행에 관한 토론 시간을 배치했습니다. 간단한 러시아어를 배우고, 발표를 위한 조별 모임까지 열심히 달렸습니다. 후기를 지정하지 않아, 결정된 내용들 간단히 정리하고, 조별 토론에서 나온 내용들을 중심으로 텍스트 정리는 후반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혁명에 대한 단상들

이번 주 과제가 지금까지 러시아를 공부하면서 느꼈던 혁명에 대한 자신의 단상을 적어 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3학기의 공부 방향과 텍스트를 정하고, 여행기 주제를 중심으로 팀 구성도 새롭게 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주제별로 써 온 글을 보면, 예술, post 혁명, 철학으로 지금의 팀 구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팀에서 자신의 고민을 심화시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3팀으로 나누긴 했지만 공부를 하면서 남은 기간 자신의 고민에 따라 변화 될 수 있겠지요. 예술은 혁명 이후 1920-30년대 초반까지 용인되었던 아방가르드한 풍조와, 혁명이 어떻게 예술로 표현되었는지를 궁금해 하셨습니다. 철학팀은 크로포트킨의 사유와 레닌의 사상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해 그 사상들이 어떻게 혁명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는지, 나아가 러시아적인 것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혁명을 바라보고자 하였습니다. 또 소련의 해체 이후 post 혁명에 대한 궁금증도 계속 제기되고 있는데요, 현재의 삶과 연관해 혁명의 실패 이유와 혁명 이유를 살펴보겠다고 하였습니다. 발표와 3학기 수업에서 고민을 심화 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토론하고 있는 것 맞죠? 확실한 건 설정샷은 아니란 사실 

 

발표 준비를 위한 조별 토론

2학기 공부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진행하는 발표인데요, 어제 토론은 혁명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각 팀별로 큰 주제를 잡고, 보조 텍스트를 정하는 정도로 마쳤습니다.  철학팀은 레닌의 저작을 읽어보는 걸로 했고, 역사팀은 러시아 혁명사를 정리해줄 것 같고요, 문화팀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여정을 따라가는 발표를 준비하는 것으로 크게 잡아보았습니다. 채운샘께서도 이러저러한 조언을 주고 계셔서, 조별로 연락을 취해 다음 주가 되어야 발표의 그림이 그려질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이 이후 공부에 도움이 될지를 고려해 다음을 준비하는 발표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오랜만에 토론 사진 올려봅니다. 세계를 뒤흔든 혁명이 자신도 뒤흔들 수 있어야 할텐데요.

 

레닌의 현재성

혁명과 레닌을 주제로 조별 토론을 하는 것이, 대의적 혁명의 관점에 쩔어 있는 저에게는 아주 좋은 시간이 됩니다. 20대들이 쏟아내는 혁명에 대한 아주 솔직한 이야기가 좋은데요, 이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도 되고, 저의 문제의식을 심화시킬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해서이죠. 이번 토론에서 가장 남은 것은, 우리는 얼마나 보수주의자가 되기 쉬운가라는 문제였어요. 한국에서도 80년대를 치열하게 보낸 사람들이 거의 너나 할 것 없이 질서에 재편입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요. 저도 레닌을 다시 보면서 내가 얼마나 안정을 희구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레닌의 기치는 분명합니다. 노동자가 중심이 된 당을 통해 혁명을 향해 가는 것이었죠. 아니 당시 많은 봉기자들의 지향도 같았습니다. 레닌이 달랐던 것은 ‘지금’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멘셰비키도, 공산주의 우파도, 혁명의 때를 ‘기다리자’고 하였고,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혁명을 실행하자고 합니다. 레닌을 이런 자들을 온건한 기회주의자로 보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토론에서는, 혁명은 모든 것을 갖추어서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만들어가는 것이며, 혁명의 기회를 미루는 것은 무질서를 참지 못하는 온건주의이다, 레닌이 이것을 비판한 것이 아닌가라고 하였죠. 저는 이것을 원칙에 대한 판단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판단 역시 조건을 재는 것이라는 반론이 있었습니다. 오늘의 질서에 안주하는 자가 아니라,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자에 의해 혁명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오늘의 문제, 오늘의 발밑만을 볼 게 아니라, 한 발 앞의 추이를 살필 수 있을 때, 오늘 다른 행위를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레닌의 현재는 다른 결정이 가능했을 테구요.

혁명이 두려운 것은 혁명 다음 때문인 것 같습니다. 레닌도 혁명 이후에 많은 반란에 봉착하고, 노동자 중심의 당을 만들기 위해, 혁명 준비기만큼 많은 조직들을 정리합니다. 혁명이라는 하나의 가치만이 동일한, 다른 많은 욕망들과 마주한 것이죠. 노동 생산성을 높여 당을 굳건히 하는 것, 이것이 레닌에게는 처음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생산성을 높인다는 테제가 당연한 것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이견도 있었습니다. 크로포트킨이라면 인간이 생존을 위해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전제하는데, 볼셰비키와는 다른 지점이라는 것이 제기되었죠. 나아가 비기너스에서 공부하는 이반 일리치라면 다른 행위, 다른 생활양식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근대화 산업화라면 모두 동일한 것이라고 하지 않았을까라는 문제제기까지 있었습니다. 우리가 정말로 질문해 보아야 하는 것은 인간의 만족이 무엇인지를 질문해야 하고 그것으로 인간을 규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현재의 조건에 대한 생각들도 하게 됩니다. 혁명이라는 상황 자체가 인간을 생각하게 하고 능동적으로 만드는 과정이 되는 것 같은데, 우리는 어떻게 그런 능동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현재는 노동자를 경제적 관계의 내적 모순으로만 보던 것을 넘어, 인종, 사회적 계층, 성별, 부모의 직업 등 비경제적 요소까지를 포괄하는 복잡한 문제가 되었죠. 자본주의는 위기를 겪을 때마다 그 오작동을 통해 더 견고하고 치밀해지기 때문에 문제를 인지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 세밀하게 겪고 있는 일을 보아야 하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품행을 통치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그것을 고립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는 것, 그 자체가 혁명의 단초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들을 나누었습니다. 레닌의 저작을 읽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하면서도 레닌의 행적을 통해 그가 현재에 살아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 주(3/5) 공지 합니다.

<세계를 뒤흔든 열흘> 7-12장 읽고, 함께 얘기 나눌 쪽글 정리해 옵니다.

다음 주는 러시아 혁명에 관한 채운 샘의 정리 강의가 있습니다.

간식: 호정샘, 혜림

동지 여러분, 뒤숭숭한 시국이지만 우리는 목요일에 즐겁게 다시 만나요!!!
전체 1

  • 2020-02-27 20:48
    레닌이 비판하는 '타협'이 지금 제가 생각하는 사고방식과 똑 닮은 것이라 놀랐어요ㅎㅎ 일종의 안전주의 같은? 혁명은 이런 사고방식을 정말 '지금' 바꾸는 문제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