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생 러시아 3학기 1주차(3/12)공지

작성자
정옥
작성일
2020-03-06 09:47
조회
129
소생 러시아 3학기 1주차(3/12) 공지

오늘이 개구리가 놀라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네요. 코로나로 세상이 시끄럽든 어떻든 자연은 순리대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날이 경칩답지 않게 쨍하니 쌀쌀했는데, 산책길에 보니 그래도 나뭇가지에 잎눈이 맺혀 있더라고요. 계절 따라 자연스럽게 코로나 바이러스도 잦아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존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 나머지를 읽고 오전에 토론을 진행하고, 오후에는 써온 쪽글을 중심으로 어떻게 문제화하면 좋을지 채운 샘의 코멘트를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지가 베르도프의 영화 한 편을 보려고 했는데......;; 보질 못했습니다. 조금 돌려 보니 인터넷상에 있는 것이 원본이 아니라 편집본이었어요. 오늘 못 나오신 몇분샘들과 함께 보라는 뜻인가 봅니다. 담주에 같이 보아요.

조별 토론 역시 다음 주에 자기 문제를 좀 더 발전시킨 글을 본 후, 조편성과 조별 토론을 하는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이후 일정 공유

코로나 사태를 맞아 여행 전체 일정도 어쩔 수 없이 조정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러시아는 다행히 아직 한국에 대해 입국 제한을 걸지 않았지만, 진정 국면을 기다려 출발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아마도 6월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 사이 공부는 계속됩니다.

지난주 수업 이후 몇 가지 변경 사항이 있었습니다. 내부적으로 공유되었던 내용과 오늘 다시 결정된 것들입니다. 우선, 2학기 발표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각자가 텍스트를 꿸만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인데, 그런 상황에서 2학기 정리 발표를 하는 것은 형식에 그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우리가 여행에 어떤 질문을 가지고 가야하고, 그 때 여행은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턱없이 부족했고, 텍스트 읽기에 급급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고민 안에서 3학기를 당겨 좀 더 자기 고민을 심화시키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발표 시간 대신 3학기를 당겨 시작하고 3학기에는 주제별로 모인 조에서 조별 토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습니다. 주제가 비슷한 조끼리 모이게 되니, 서브 텍스트도 조별로 선정해 조별 세미나를 진행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조별 텍스트는 조 편성을 보고 샘이 제안해 주신다고 하였고, 주 텍스트의 바뀐 커리와 일정 등 자세한 내용은 다음 수업 시간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잔디가 고급져 보이네요. 축구하겠다고 몸푸는 청년들.   수업에 쓸  복사 땡땡이 치고 나온 민호는 불려 들어가고......

혁명을 주제로 자신의 문제의식을 담아  써 온  쪽글을 가지고 채운샘의 코멘트가 있었습니다. 아직 자기 고민이 부족하고, 좀 더 정교하게 문제화해야 한다는 공통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코멘트를 통해 문제의 방향을 잡아주셨는데요. 담주에 이걸 토대로 문제 의식 중심의 글을 다시 써오기로 해서, 개인별 주제는 다음 주에 보기로 하고, 코멘트 사이사이 정리해준 것들을 보는 것으로 할게요.

레닌의 구체성

레닌은 ‘민중’이나 ‘인간 일반’이라는 보편어를 쓰지 않습니다. 레닌의 ‘구체적 분석’ 이란 구체적 언어에서 시작합니다. 노동자, 농민, 지식인, 법조인, 교수 등 그가 지칭하는 언어들은 구체적인 것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진보’라는 것이, ‘혁명 일반’ 이라는 것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레닌의 이 태도는 맑스를 계승하고 있는데, 맑스도 ‘~~ 일반’ 이 있다는 생각과 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반화의 오류 속에는 도피와 은폐가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가 있다’ 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철학은 진리값을 찾아가는 것으로 귀결하고 맙니다. 여기서 현실의 중요한 전선의 지점들이 은폐되는데, 어떤 것을 말함으로써 말해지지 않는 것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지금의 코로나 정국만 보아도 마스크와 신천지로 도배된 말들은 우리가 바이러스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하는지, 왜 변종 바이러스들이 계속 발생하는지 그 근본 지점에서 도피하게 만들고 있죠.

레닌의 구체적 분석의 태도는 현재성이라는 부분과도 연결이 됩니다. 현재란 매끈한 일반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수많은 모순들이 중층적으로 쌓여 현재를 이루고 있고, 특히 혁명이 일어나던 러시아의 상황은 민족문제, 계급문제, 민중 상호간의 모순들이 복합적으로 쌓여 폭발 직전의 현재를 구성하고 있었지요. 이 복잡한 상황 속에서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누구와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었습니다. 레닌의 분석은 자기 시대로부터, 자신의 현존으로부터 떠난 적이 없습니다. 저도 늘 이 지점이 어려운 것 같은데요, 글을 준비할 때도 레닌이 시대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그것을 어떻게 문제화 했는지,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으로부터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나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무엇인지, 그 속에서 나는 무엇을 자연스럽게 욕망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볼 때 글이 나올 수 있다고도 하셨죠. 나는 어떤 식으로 나에게 문제를 던질까를 고민하지 않으면 문제를 대상화하고 말게 되며, 자신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되어 버립니다.

혁명성이란 뭐냐? 혁명에 무엇이 있었나? 라고 질문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텍스트 안에서 ‘이런 게 혁명인 거 같다’ 라고 자신이 발견할 수 있어야 하고 그걸 보는 것이 자신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바꾸고 싶다’라고 말하는데, 정작 이 지점을 질문해야 하는 것이죠. 정말 바꾸고 싶은 것인지, 바꾸고 싶지 않다면 왜 그런지, 자신의 삶이 문제라고 느끼지 않으면서도 그 삶을 긍정하지 못하는 태도, 정녕 질문해야 할 지점이 이곳에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이 코멘트를 받았는데요, 삶을 바꾼다고도, 긍정하지도 못하는 지점 거기서 질문을 시작하는 것이 자신의 질문을 구체화해 나가는 길을 여는 것일 것입니다. 레닌의 구체적 분석의 태도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자신의 지평, 자기 현존, 자기 욕망과의 진실한 대면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그럴 때 텍스트와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철학 밖의 철학자 레닌

진리 추구를 철학이라고 보았을 때, 레닌과 맑스는 철학 밖에 있습니다. 그러나 알튀세르는 레닌을 철학자라고 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철학은 늘 철학의 영토 바깥으로부터의 질문을 통해 변화를 거듭해 왔다는 점인데. 철학의 근본 질문은 철학 바깥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그럴 수 있는 것은 레닌이 맑스를 경유해 던진 질문, ‘실천은 무엇인가’ 에 있습니다. 실천이란 무엇인가? 이론이 있고 그 이론을 실행하는 것이 실천을 말하는 것인지, 실천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진 것이죠. 안다는 것과 실천한다는 것이 분리되어 있는 것인지, 실천의 내용이 어떻게 인식과 관련되어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알아야만 실천할 수 있다는 것도, 실천하면서 안다고 하는 것도 다 앎과 실천을 분리하는 태도인 것이죠. 레닌은 ‘철학이 혁명의 무기’ 라고 말했습니다. 평전에도 철학을 탐독하는 레닌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는데요, 샘은 이 말을 ‘삶의 무기로서의 철학’으로 우리에게 변용하라고 하셨어요. 철학이 무기가 된다는 것은 자기 실천의 방식으로만 보여지는 것입니다.

# 공지합니다.

* <러시아 정교> 1,2부 (~204p)

* 하름 데 블레이, <왜 지금 지리학인가> 읽어 옵니다. 이 프린트물은 스캔해서 카톡에 올려 놓을께요.

# 과제: 주제 심화: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는지, 어떤 텍스트로 풀 것인지 간단히 적어 옵니다.

# 간식: 호정샘, 규창

# 담주에 오늘 보지 못한 영화 봅니다. 지가 베르도프, <카메라를 든 사나이>
전체 2

  • 2020-03-06 23:00
    자신의 삶이 문제라고 느끼지 않으면서도 그 삶을 긍정하지 못하는 태도가 질문해야 될 지점이라는 말을 곱씹어봐야겠네요.
    지난 주에 불참해서 음성파일을 들었는데, 채운샘의 쨍한 호통을 들으니 어찌나 반갑던지. 규문 식구들 모두 보고싶네요.

  • 2020-03-07 01:13
    '~일반'을 찾을 게 아니라 나 자신이 있는 조건에서부터 구성하는 문제의식!! 자꾸 애먼 데서 찾게 되는 요것을 어떻게든 나로부터 찾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