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생 러시아 3학기 2주차(3/19) 공지

작성자
정옥
작성일
2020-03-13 14:41
조회
130
소생 러시아 3학기 2주차(3/19) 후기

소생 3학기 두 번째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오늘은 주제 글 써 온 것을 함께 읽었어요. 문제의식을 살피고  토론을 하다 보니 오전 시간도 모자랐어요. 점심을 한 시간 미루고 토론을 마쳤습니다. 원래 오전에 토론하기로 했던 <러시아 정교>는 다음 시간에 남은 부분 다 읽고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석영중 선생님이 쓴 <러시아 정교>는 역사와 종교를 중심으로 종교 건축물, 소설과 시까지 인용하며 설명하고 있어 잘 읽히고, 러시아를 이해하는 입문서로도 좋은 것 같습니다. 오후엔 안드레이 타르콥스끼의 1966년 영화 <안드레이 루블료프>를 보았습니다. 장장 3시간 5분짜리 영화였습니다. 시간이 부족할 거 같아 산책 대신 오금희를 하자고 했는데, 모두들 이 영화를 보기 위해 후루룩 한 바퀴 돌자고 해서, 봄기운을 느끼며 콧바람 쐬고 들어 왔습니다. 그 덕분인지 모두들 세 시간을 잘 견디더라고요. 3시간 잘 버티고 마지막에 가면 큰 ‘감동’이 있을 거라는 채운샘의 언질 있었는데 '어떤 감동'을 기대했던 것일 수도 있구요. 혼자 보긴 좀 어려운 영화입니다만, 같이 보니 볼 수 있었던 것 같고, 다 보고 나니 전 아주 좋았습니다.

글을 향해 달려라

우선, 오전에 나누었던 주제 글 먼저 볼께요. 결국에 주제는 예술, 역사, 철학의 범주 안에 있는데, 자신의 문제의식과 관심, 풀어보고 싶은 방향 등을 고려해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 시국에 맹장 수술을 받아 아직 입원 중인 윤순샘과 컨디션 난조로 참석을 못하신 영식샘의 글은 다음에 보기로 하고 나온 글만 가지고 먼저 조를 나누었습니다. 아직 단초에 불과해 3학기는 여기에 살을 붙이는 과정이 될 거 같습니다. 해서 이후 일정에선 오전은 공통 텍스트로 토론을 하고 오후엔 조별 지정 텍스트로 토론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 혁명을 역사적 맥락에서 보고 혁명 이후 남은 담론들을 풀어보면 싶다는 조. 역사조

-호정샘: 레닌의 명쾌하고 정확한 판단이 ‘이후의 역사’를 만든 것이 아닌가, 또 이 판단을 현실에서 구현했기에 올바른 것이었다고 판단되는 것 아닌가? 우리는 더 많은 앎에 기초해 내리는 판단이 옳다고 믿기에 논쟁적 상태를 회피하게 된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관점을 형성하는 과정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 => 이후에 무엇이 판단된다는 관점, 문제의식 더 명확히 하라

-민호: 혁명 과정에서 사람들의 ‘열정’이 부추겨지고, 노동자, 농민, 병사 등이 자기 문제를 가지고 나와 발언 하는 것, 그 자체가 정치적 행위이다. 열정이 사라진 시대 토론과 논쟁이 어떻게 정치적이 되는가, 그리고 왜 이런 방식의 정치 행위들이 사라져 버렸는지 알아보고 싶다=> 혁명기와 현재를 이분해 보고 있다. 자본주의 시각에서 보면 혁명기나 현재나 동시대 아닌가? 혁명 왜 실패했는지를 보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정옥: 혁명을 관념적이고 당위적으로 보는 관점 안에는 ‘실천’의 부재가 있다. 레닌이 말하는 실천의 의미와 나에게 실천이란 무엇인지를 살피며 관념적인 사유의 관성을 넘어보고 싶다. 노동자 혁명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대에 무엇을 실천으로 생각해 볼 수 있나?=> 혁명 불가능이라는 전제 있다. 혁명과 이후의 실패를 살피며 당위만 남은 한국의 혁명 세대들의 현재를 보는 것이 어떨까?

-지영샘: 불편한 상황을 회피하고 참아버리는 문제에서 출발, 레닌이 국면마다 타협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관철한 힘이 무엇일까?=> 레닌의 사상을 알고 싶은가? 레닌만이 아니라 크로포트킨과 함께 타협하지 않는 자세를 살펴보는 것이 좋지 않겠나? 라는 제안, 지영샘이 포스트 혁명으로 풀어보고 싶다고 해서 더 생각해 보기로 함.

# 상호부조, 아나키즘에 근거해 타자와의 관계 맺기에 대해 탐구해 보고 싶다는 조. 철학조.

-혜연샘: 처음부터 아나키즘에 대한 관심이 컸다. 공부를 하면서 타자와 접속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문제와 결합해 생각해보고 싶다. 아나키즘의 여러 논지 중 개인적 아나키즘을 주장한 이론도 있었는데, 공감했다. 능동적으로 타자를 만난다는 것에 대해 알고 싶다. 거기서 출발해 사회적 아나키즘, 코뮨에 대한 사유까지 나아가 보고 싶다. => 크로포트킨의 상호 부조에 따르면, 개인적 아나키즘이라는 게 성립할 수 있나? 개인이라는 개체, 상호부조라는 개념을 좀 더 명확하게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규창: 지난 이슬람 여행에서 정말 타자를 만났는지 의문이 든다. 다름만을 확인하고 그들을 통해 자신에게 도달하지는 못한 것 같다는 자기 진단. 상호부조를 통해 타자와의 관계 맺기에 대해 풀어보고 싶다.=> 자기 얘기가 적다. 정체성의 문제를 말하는 것인가? 차라리 문화 상대주의와 과거 유물에 대한  집착이 자기 정체성 안에서 살아가는 동일한 문제임을 보고, 문화 상대주의의 폭력성에 대해 풀어보는 것이 재밌지 않을까?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란 배타적이지 않으면서도 동일화하지도 않는다. 이점을 참조해 풀어보자.

# 혁명이 예술로 표현된 러시아적 요소에 대해 공부해 보고 싶다는 조. 예술조.

-건화: 스스로 문제를 만들지 못하고, 일상을 논쟁의 장으로 만들지 못하는 ‘문제의식이 부재’에 대한 문제 제기. 이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적이고 사회적 현상인 것 같다. 그러나 알고 싶은 것은 러시아 예술. 러시아 예술에 대해 하찮게 생각하는 지점 있었다. 그러나 예술이 현상을 말해 줄 수 있다는 생각 들었다. 혁명이 이념만으로 환원되지 않는 지점 보고싶다.=> 궁금한 예술을 해라

-혜림: 과거 경험에 비추어, 실험적인 것에 흥미를 가지고 열정을 불태웠지만 그것이 현실 불가능한 것이기에 그랬다. 현실화 되는 순간 실험성을 잃는다고 생각했고, 흥미를 잃고 냉소적으로 되었다. 그런데 러시아는 실험을 현실화 시키는 시도를 했고, 이루었다. 그 실험에 대한 열정을 보고 싶다. => '실험'에 대한 전제가 맞나? 실험 자체를 보고 싶은거냐? 열정에 대해 알고 싶은거냐? 예술의 관점에서 보고 싶다고 해, 좀더 구체화 하기로 함.

-현숙샘: 새로운 것, 실험적인 것에 대한 호기심 있지만 감각적이고 감정적으로 소비하는데 그쳤다. 예술이라는 것이 인간 욕구의 충족인데, 러시아 예술에는 독특한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이것을 입체적으로 보고 싶다.=> 예술의 어떤 지점 보고 싶은지 좀 더 구체화 필요. 예술을 소비하는 태도인지, 혁명기의 예술 자체를 보고 싶은 것인지.

-혜원: 예술을 소비하는 것이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고 치부했다. 특히 혁명기의 리얼리즘 예술을 보며 예술이 정치에 소용된다고 생각했다. 러시아 혁명에서는 강령, 이념, 감각이 모두 정치적이다. 감각의 정치성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 => 20년대 아방가르드 예술만을 보는 것을 넘어 역사적 고찰 안에서 살펴야 할 것.

    사뭇 진지

    열정을 갖고 싶다구요!!

타르콥스키의 영화 <안드레이 루블료프>

요즘 러시아 영화를 보면서 이슬람 여행을 준비하며 본 키아로스타미 영화가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살짝 듭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러시아 영화는 우선 말이 거의 없구요, 흑백에 화질도 좋지 못해 훨씬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몇 년 전에 타르코프스키전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향수> 보다가 졸았던 기억이 나네요. 원래 지난 주 못 본 <카메라를 든 사나이>를 보려고 했었는데, <러시아 정교>에 15세기 화가 안드레이 루블료프가 언급되어 있고, 영화도 소개되어 있어 급선회 했습니다. <카메라를 든 사나이>는 길지 않아 다음 주 채운 샘 강의 전에 보기로 했답니다.

위에도 언급했듯  3시간 5분의 긴 영화입니다. 영화는 안드레이가 성화를 그리게 되는 과정까지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를 역사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1400년부터 1423까지의 역사를 광대, 이교도, 타타르의 침입 등 주제별로 나열해서 보여줍니다. 타타르족의 침입으로 무자비하게 죽어가는 러시아인 그들에 기대어 동족을 살해하는 자들, 이교도에 대한 무차별적 처벌, 무고한 밀고 등이 이어질 땐 뭘 하려는 건지 알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채운샘의 말씀대로 마지막 한 방이 있었어요. 아, 참 뭉클했는데요. 첫 씬이 열기구를 타다 추락하는 걸로 시작해 저는 그게 '신의 시선'인가 했었는데, 해설을 찾아보니 실낙원에 대한 묘사라고 하네요. 추락하는 인간 군상, 그들의 타락을 묘사한 것이라고요. 이 설명을 보니 나머지 장면들이 좀 이해가 되었어요.

다른 건 각설하고, 마지막 종을 만드는 장면은 왜 이 영화를 명화로 꼽을 수 있는지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안드레이는 대공의 요구로 최후의 심판을 벽화로 그리는 작업에 선출됩니다. 그러나 대공의 요구대로 신을 심판자로 묘사하고 싶지 않아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몽골족의 침입 당시 타타르족의 편에서서 백치 여인을 괴롭히는 동족을 살해하게 됩니다. 괴로워하던 안드레이는 속죄의 의미로 묵언 수행을 결심합니다. 그러던 차에, 폭우 속에서 종을 만드는데 필요한 좋은 진흙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보리스를 우연히 보게 됩니다. 그리고 종 만드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보러 다닙니다.  보리스는 자신의 죽은 아버지가 종 제조 기술자였고, 자신이 그 기술을 알고 있다고 우겨, 대공이 명한 종 제조 과정의 책임자로 오게 되죠. 보리스는 사람들을 독려해 아름다운 종을 완성하였고, 대공이 참석한 타종식이 진행됩니다. 모두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종은 외형만큼이나 아름다운 소리로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기뻐 환호하죠. 타종식이 끝나고 모두가 떠난 자리에 혼자 엎드려 울고 있는 보리스를 안드레이가 발견합니다.   마치 피에타 석상처럼 안드레이가 보리스를 안아 줍니다. 여기서 반전. 품에 안긴 보리스가 고백합니다.  ‘욕심 많은 영감탱이가 나에게 종 만드는 기술을 하나도 알려주지 않고 죽었다’고.

순간 저는 한 방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결국 보리스는 종을 만들 수 있다는 자기 자신의 믿음을 가지고 종을 만들기 시작했고, 최고의 종을 만들기 위해, 최적의 것을 찾아 나서길 마다하지 않은 것입니다. 보리스에게 ‘종’이라는 진리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행위’하는 것이었고, 그 행위가 그를 구원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자신밖에 없다는 자명한 진리를 다시 보게 되었구요, 영화는 ‘믿음’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것 같았고, 인간이 어떤존재인지 질문하는 것 같았습니다. 믿음은 행하는 것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무리 좋은 진흙이라도 진흙일 따름이라고 다시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저는 일의 댓가로 대공에게서 銀을 받을 만큼 받아 내겠다고 탐욕을 부리고, 아버지와 달리 태만하게 일하는 자를 때려서라도 일하게 시키는 보리스의 모습에서, 마지막 타종에 종이 깨질 줄 알았어요. 저의 예상을 한껏 빗나갔어요. 순수한 한 인간에 대한 상이 저에게 작동했던 것이죠. 영화는 진흙을 덕지덕지 바른 안에서 아름다운 종이 나온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안드레이가 말합니다. ‘울지마라, 함께 가자, 너는 종을 만들고 나는 그림을 그리겠다’ 보리스 앞에서 안드레이의 묵언 수행은 깨집니다. 안드레이 자신도 그 묵언 수행이 얼마나 신비주의적인 것이었는지 깨달은 것이겠지요.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그림을그리고 싶은 욕망, 누구에게도 선한 인간이어야 한다는 자신의 환상 등을 다시 보게 된 것이겠죠. 그 자신도 한낱 인간이고 그런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해보는' 것이라는 깨달음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안드레이의 성상화를 오랜 시간 보여주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혼자 보기 어려운 영화라고 말했었는데, 이젠 꼭 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지네요. 진흙을 깨고 종이 나오는 감동적인 장면과, 종의 부조 앞에 기대앉아 있던 보리스의 모습이 계속 잔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강추~!!

뒤늦게 입수한 사진들이 있어 방출할까 합니다.  영화를 대하는우리의 자세.

      졸지 않기 위한 최적의 자세란~

    자세는 종종 바꿔줘야죠.  3시간이니까요.

 

    간식동체 혜원

    민호 놀리기 사진, 덤으로 한장 더 

# 다음주 공지입니다.

* <러시아 정교> 3부 읽어옵니다. 지난주 주신 프린트물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죠.

*과제: <러시아 정교> 읽고, 간단히 토론거리 메모하여 '프린트'해 옵니다.

# 간식: 윤순샘, 민호

# 다음 주는 오후에 채운샘의 예술 강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강의 전에 지가 베르토프의  <카메라를 든 사나이> 함께 봅니다.

윤순샘 빨리 쾌차하시고, 영식샘도 컨디션 조절 잘 해서 담주에는 뵐 수 있기를요.

건강 잘 챙기시고, 다음 주 목요일에  즐겁게 만나요~
전체 3

  • 2020-03-13 18:17
    사진 보고 빵터졌어요ㅋㅋㅋㅋㅋ 그 인고의 시간 끝에 감동이란ㅎㅎㅎ 저도 안드레이가 묵언수행을 풀고 ‘울지마라, 함께 가자, 너는 종을 만들고 나는 그림을 그리겠다’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순수한 믿음에 따라 금욕하는 수행에서 벗어나 좋고 나쁘다는 선판단을 미리 내리고 행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한 해보는 것, 그것이 작가가 전해주고 싶은 사랑을 실천하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2020-03-13 19:11
    아... 이분들 영화를 발로 보신 것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다음 시간에 각자 소감을 좀 들어봐야겠습니다~(멘트 준비하시라는 말씀!zzz) -채운

  • 2020-03-14 00:38
    각자의 자세로 보낸 인고의 시간~~~ 어쩐지 영화속 성인이라도 된 느낌이네요 ㅋㅋㅋㅋㅋ 다음주는 각자 어떤 텍스트를 읽으면 좋을지 정해서 조원들에게 어필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