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앓이

13. 멋진 사람

작성자
수영
작성일
2016-02-11 18:39
조회
675
13. 멋진 사람


오늘은 군자(君子)에 관한 구절 몇 개를 뽑아보았다. 군자는 한문고전들에서 최고의 인간으로 소개하는 자다. 인간의 도리들을 말할 때 그것을 최대치로 실현하고 있는 자를 군자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성인이나 성현이라는 말들도 역시 이상적 인간형을 말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모두 군자와 통한다.

군자는 학문을 갈고 닦기도 하고 정치에 참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군자의 능력이 최대치로 드러나는 곳은 역시 일상이다. 군자의 뛰어남은 언제나 일상적 행동들과 관련하여 언급된다. 다음의 구절들을 보자.

易輶攸畏 屬耳垣牆 이유유외 속이원장
말을 쉽고 가볍게 하는 것은 (군자가) 두려워하는 바이니, 귀가 담장에 붙어있다.

具膳湌飯 適口充腸 구선손반 적구충장
반찬을 갖추어 밥을 먹으니, 입에 맞아 창자를 채운다.

군자는 말을 삼간다. 내 《천자문》 책에 따르면 말을 함부로 하면 반드시 실수를 저지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屬耳垣牆(속이원장. 귀가 담장에 붙어있다)”이라는 말은 속담 하나를 생각나게 한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언제 어디서라도 듣는 이가 있으니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속담이다. 하지만 군자가 단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구애받았다는 것은 아니다. 군자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신중하다. “屬耳垣牆(속이원장)”, 이 구절은 혼자 있는 자리에서도 신중한 군자의 태도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한편 군자는 음식을 먹을 때에도 법도가 있다. “具膳湌飯(구선손반. 반찬을 갖추어 밥을 먹는다)”은 늘 있는 일이다. 책에서는 “常”을 써서 이 일을 풀이하기도 한다. “日用飮食之常也”, 일상생활에 음식을 먹는 항상한 일이라고. 군자가 그 뛰어남을 뽐내는 자리는 이처럼 늘 있는 일 곧 일상생활 속에서다. 군자는 음식을 먹을 때 굶주리지 않게 할 뿐이고 사치스럽게 하지 않는다.

군자에 관한 여러 가지 구절들을 읽으면 때때로 답답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한 순간도 쉴 틈이 없다. 어떤 업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매사에 지켜야 할 법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감동적인 점이 분명 있다.

누군가의 뛰어남은 보통 특정한 업적이나 결과에 따라 평가된다. 내게 보이는 것은 어떤 성취들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욕심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주기도 한다. 동시에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어떤 것들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함부로 해도 좋다고 여겨버렸던 일들이 군자에게는 더없이 신중하고 사려 깊게 행해져야 하는 일들이다. 군자의 행동들이 주는 감동은 기본적으로 이런 점에서 오는 것 같다.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 이것은 만사에 신경을 곤두세우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하찮게 여겨버리는 일들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내 마음의 꼬라지들을 보게 하는 것은 아닐지.

군자의 행동들은 사람의 뛰어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방식으로 누군가의 멋짐을 이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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