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앓이

18.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子曰 學而時習之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不亦君子乎 - 論語 學而 (1)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아니하니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논어의 첫 구절은 내게 꽤나 도발적이었다. “學而時習之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때때로 익히다’가 언제나, 때에 맞게 익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하니 더욱 당혹스러웠다. ‘배우고 가아끔 익혀도 즐겁기는 어렵다’가 보통 아니겠나. 그럼에도 이 구절은 매력적이다. “~不亦~乎”(또한 ~하지 아니한가)가 만들어내는 리듬때문일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며 기뻐하는 인간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그리고 궁금해진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가. 배우고 익히는 일, 그것이 뭐라고 그렇게나 즐거워하는가.”

공자가 말하는 ‘학(學)’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른다. 물론 단순히 지식을 축적하는 일은 아니다. <학이(學而)>장만 읽어보아도 그렇다. 공자는 덕성을 기르고 일상생활 속에서 언제나 도리에 맞게 행동하는 일을 중요시했다. 그리고 배우지 않고서는 그렇게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주자는 공자가 말하는 학(學)을 본성을 회복하는 문제로 풀어주기도 했다. 학(學)이란 먼저 깨달은 자(先覺者)를 본받는 일(效). 그리하여 본래의 선한 본성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배움을 어떻게 정의하든 위 구절에서 강조하는 것은 배움에 '시습지(時習之)' 곧 때때로 익힘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때때로(時)”는 가끔이 아니다. 시(時)에 대해 많은 해석들이 있는데 모두 배움에는 부단한 익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주자는 습(習)을 새가 거듭 날개 짓하는 것이라 말했다. “배움이 그치지 않음이 새가 자주 나는 것과 같다.” 우샘은 배운 것이 자기 마음에 완전히 젖어들기까지 시간과 반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서 시간은 어떤 절대량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반복의 과정 또한 한 가지로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요한 것은 배운 것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거듭되는 시도들이 필요하다는 것 아닐지. 이 과정을 겪지 않고서는 저 기쁨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이어지는 구절에서는 친구에 대해 말한다.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읽고 있으면 씩 웃게 된다. 좋은 것들이 많고 많아도 절로 기분 좋게 하는 것은 역시 친구만한 게 없는 것일까. 물론 여기서 말하는 친구는 그냥 친한 이는 아니다. 사적이기 보다는 공적인 관계. 뜻을 같이 하는 자라는 풀이를 보기도 했다. 여기서 뜻이라면 역시 배움의 뜻이 아닐까. 그런데 친구가 찾아와 기쁘다는 저 장면은 찾는 이 없이 홀로 지내야 하는 시간들을 생각하게 한다. 더군다나 이어지는 구절을 보면 군자는 확실히 혼자되는 일도 감당할 수 있어야하는 것 같다. 군자는 남들에게 인정받는 길을 가는 자는 아니다.

“人不知而不慍不亦君子乎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아니하니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여기서 성냄(溫.온)은 바깥으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다. 자기 마음에 품고 있는 성냄. 겉으로는 태연하지만 속으로는 원망하고 성내고 있다면 군자가 아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여도 그 때문에 구애받는 자는 군자라 말하기 어렵다. 《논어(論語)》는 세속에서 은둔하는 일을 높이 치지는 않는다.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군자의 당연한 일. 그럼에도 자신의 도리가 세상과 맞지 않아 그로 인해 남들에게 배척당할 때 군자는 성내지 않는다. 이와 같은 삶을 택할 수 있겠는가.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는 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만 같다.

논어의 첫 구절은 끝끝내 도발적이다. 배움에는 기쁨이 따른다. 친구가 함께한다. 하지만 이 즐거운 인생은 부단한 익힘을 요구한다. 또, 타인의 인정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는 담대한 마음을 요구한다. 이 길을 가보겠는가. 논어의 첫 구절은 이와 같이 사람들을 유혹하고 또 도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