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세미나

성역 3학기 두 번째 시간(08.06)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21-08-01 17:01
조회
124
지난 시간에는 《소크라테스 회상록》을 3권까지 읽고 세미나를 했습니다. 1권에서 크세노폰은 소크라테스에게 씌워진 ‘불경건’과 ‘젊은이들에 대한 선동’이라는 누명을 벗기는 데 힘 씁니다. 2권에서는 소크라테스의 절제 있는 생활방식에 관한 에피소드들을 주로 소개하고, 3권에서는 정치와 예술 등 ‘고매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소크라테스가 한 조언들을 전해줍니다. 내용들이 워낙 다양한데다가 조금 두서없이 짧은 에피소드들이 나열되어 있어서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신 분들이 많았는데요, 그 와중에도 모두가 꼽은 이 책의 핵심 개념은 바로 ‘절제’였습니다.

플라톤이 묘사하는 소크라테스가 좀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철학자의 모습에 가깝다면,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는 금욕수행자나 무도가의 느낌을 줍니다. 소크라테스는 몸을 치장하는 데는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하고, 미소년을 독거미보다 위험한 존재로 여기며, 빵보다 반찬을 많이 먹는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줍니다. 지독한 금욕주의자이죠. 그는 “따르기만 하면 별일이 없는 한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고 비용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생활방식에 익숙해지도록 자신의 몸과 혼을 단련했다”(42쪽)고 하는데, 이는 어디선가 우치다 타츠루가 말했던 ‘합기도’의 정신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우치다는 합기도가 연마하는 것은 단순한 무술이 아니라 ‘생의 역량’이라고 말하는데, 소크라테스가 그렇게 하는 것처럼 어떠한 조건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과 관련됩니다.

저는 크세노폰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무도가-수행자-철학자 소크라테스의 금욕과 절제가 ‘긍정적인’ 방식으로 드러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서는 쾌락의 단념이 아니라 쾌락의 고귀한 활용이 나타납니다. 가령 그는 섭생을 엄격하게 조절하는데, 그것은 육체적인 것에 대한 환멸이나 먹는 즐거움에 대한 죄악시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먹는 행위가 정말로 즐거운 것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시장기가 있을 때에만 먹었습니다. 즉각적인 자극들에 무절제하게 자신을 내어줄 때 우리의 일상적인 행위들은 자극에 대한 기계적 반응에 지나지 않게 되고, 그리하여 우리는 더욱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을 쫓게 됩니다. 이와 달리 소크라테스는 자극에 대한 반응에 틈을 부여하고, 자신의 욕망을 양식화함으로써 가장 일상적인 것으로부터 최고의 쾌락을 얻어냈습니다. 또한 그에게 무절제는 악이라기보다는 무능이며, 중요한 것은 악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좋음을 실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정말이지 행복한 금욕주의자인 것처럼 보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덕성스런 상태로 정의한 소프로쉬네 자체에 내포된 것은 욕망의 제거가 아니라 그것의 지배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것을 사람이 기꺼이 자기 욕망에 몸을 맡기는 방탕akolasia과, 사람이 어떤 쾌락도 느끼지 못하는, 그것도 아주 드물게 보이는 무감각anaisthesia 사이의 중간 위치에다 놓는다. 절제력 있는 사람은 더 이상 욕망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절도 있게’ 욕망하는 사람, ‘그래야 하는 것 이상으로도’ 욕망하지 않고 ‘그리하지 말아야 하는 때에’ 욕망하지도 않는 사람이다. /쾌락의 차원에서 미덕이란 순결한 상태가 아니라 지배 관계, 제어 관계로 이해된다.”(미셸 푸코, 《쾌락의 활용》, 나남, 113~114쪽)

경혜샘이 찾아주신 구절인데요, 푸코는 고대적 절제 개념을 분석하면서 그것은 욕망의 제거가 아니라 절도 있고 적절하게, 제때에 욕망하는 것을 의미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미덕은 희생과 포기, 단념, 순결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해 최대의 지배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성의 역사》를 읽을 때에는 조금 추상적으로 이해되었던 개념들이 고대의 텍스트를 직접 읽으니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푸코에 대한 독서가 크세노폰의 텍스트를 ‘좋은 게 좋은 이야기’로 읽지 않고 세밀하게 들여다보도록 해주기도 했구요. 우리가 함께 해온 공부의 맥락에서 볼 때, 소크라테스는 교훈적인 도덕주의자라기보다는 주인의 도덕을 지닌 자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그가 말하는 절제와 미덕에는 또 어떤 생각거리가 있을지 《소크라테스 회상록》을 마저 읽으며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네요.

다음주에는 《소크라테스 회상록》을 끝까지 읽고 세미나를 합니다. 읽은 내용과 이전까지의 푸코 공부를 연결시켜서 공통과제를 써 주시면 됩니다. 과제 꼭 해주시고요! 그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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