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세미나

<인생세미나> 4월 29일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04-26 12:39
조회
53

이번 시간부터는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이 지배하기 시작한 지구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인간은 정말 하나의 '세'를 이룰 정도로 지구를 지배하는 종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일종의 '팩트 체크'를 하는 책이지요.

지구의 나이를 하루로 환산하면 인류가 출현한 건 4초 전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정말 짧은 시간 안에 행성 지구를 장악했고,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지요. 대규모 수렵으로 이전 지구를 지배하던 거대종들이 멸종했고,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절대 섞일 일 없는 동식물이 한데 같이 살게 되었지요. 이것이 모두 지구의 감각으로 환원하면 4초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의 저자는 이 4초만에 일어난 일을 미루어 과연 지금이 '인류세'라고 할 수 있는지 검토합니다. 언제부턴가 '인류세'라는 말이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말이 제기된 시점을 따져보면 2000년 2월 멕시코 쿠에르나바카에서 열린 국제 지도 생물권 계획(IGBP)에서입니다. '전 지구적 변화'라고 불리는 현상 연구를 장려하는 이 모임에서 파울 크뤼첸이 우연히, 그리고 충동적으로 "지금 우리는 인류세에 있습니다!"라고 선언한 것이 시발점이 되었죠. 크뤼첸은 즉시 생태학자 유진 스토머와 함께 인류세에 대한 짧은 논문을 발표했고(2000년 3월), 19세기 이래 인간의 행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하고 있고, 이 영향은 오래 지속될 것이며 지질학적으로 그리고 생태학적으로 유의미한 흔적을 남길 것이라고 예견했지요.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의 저자 사이먼 루이스는 우선 이 개념을 조심스럽게 사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인류세'라는 말이 '우연히', '갑작스럽게' 나온 것이 아니며, 사실 계속해서 제기되어온 개념임을 역사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년에 걸친 산업시대의 결과 우리의 지구는 황폐화되었다, 라고 마치 환경오염을 이제서야 발견한 것 같은 태도는 자칫 그동안 인류의 과오를 회피하는 우를 범하게 합니다. '우리는 그 문제를 알지 못했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지금부터 환경 위기에 대처하고자 더 노력할 것이다.' 라고 말이죠. 하지만 인간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우려는 산업사회를 이룩하기 시작한 18세기부터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푸리에나 엥겔스 같은 사람도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논의했지요. 한마디로 인간은 자신이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고, 그 영향력은 전지구적인 황폐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산업사회를 건설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것이죠. 저자는 지금 우리가 '우연히 닥친 인류세'에 마음이 끌리는 이유는 이 모든 업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인류가 계속해서 반복해왔던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인간이 지구에서 갖는 위치와 힘에 대해 아는 것이지요.

'세'라는 것은 지구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는 요인들의 흔적을 계기로 지질학적 경계를 세우는 것입니다. 화산폭발, 운석, 대륙판의 이동이 그 대표적인 요인이지요. 그렇다면 '인류세'는 인간이 운석에 비견될 만큼 엄청난 변화를 지구에 불러와야 성립 가능합니다. 저자는 인류가 가져온 네 가지 전환을 말합니다. 1. 농경과 목축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와 가축의 진화. 2. 신대륙 발견과 왕성한 교역으로 인해 발생한 지구 환경의 획일화('콜럼버스의 교환'). 3. 화석에너지 개발과 기후변화. 4. 그리고 이 모든 활동이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시작한 1945년 이래의 '거대한 가속'입니다. 이 모든 것은 인류의 사회적인 활동입니다. 말하자면 인류세는 인간의 사회활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입니다. 네 가지 전환 중 특기할 만한 사안은 세 번째 '콜럼버스의 교환'입니다. 1만년 가까이 접촉할 일 없었던 동식물이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처음으로 만나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 대륙을 하나의 판게아로 만든 것이 인간의 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이죠. 이를 '동일성의 시대'라는 의미로 '호모제노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딜 가나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있다고 불평하지만, 이것은 지구의 생물학적 차원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인류세'의 특징인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 활동에 대한 더 넓은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인간'만'의 문제란 없다는 것, 우리는 사실 엄청난 업을 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이런 점은 결국 인간의 마음과 생태 문제가 연관된다는 <지구의 꿈>의 문제의식과도 닿아 있습니다. 그 문제의식을 놓치지 않으면서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에 대해 알아가야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 다 읽고 모입니다.

과제 올려주시는 거 잊지 마시구요!^^

그럼 목요일에 만나요~
전체 1

  • 2021-04-30 09:52
    지구의 환경이라는 것이 있고, 인간이 그 환경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활동의 결과가 지금의 지구를 만들었다는 것을 인류세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 것에 지극히 공감합니다. 화산폭발, 운석, 판이동에 맞먹는 행위를 인간이 하고 있다는 것이 무섭게 다가오기도 하구요. '거대한 가속'에 맞설 사유의 전환, 관계의 전환을 저자는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생 세미나가 저에게도 많은 생각꺼리를 던져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