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세미나

5월 13일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05-10 11:31
조회
65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을 없애버리기 위해 새를 전부 총으로 쏘아죽일 필요는 없다. 둥지나 먹이를 일정 부분 빼앗아 버리면 저절로 떨어져 죽기 마련이다. (앨런 와이즈먼, <인간 없는 세상> p.121)

 

<인간 없는 세상>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이렇게 묻습니다. '내일 당장 인간이 사라진다면?' 갑자기 인간이 사라지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흔히 하는 말처럼 '망할'까요? 이 책은 인간 없는 세상을 아주 정교한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합니다. 그때 나타날 광경은 무척 놀랍습니다. 이틀이면 지하철 역이 물에 잠기고 1년이면 고압전류의 전류가 차단되어 새가 번성하고, 3년이면 바퀴벌레가 멸종(!) 합니다. 인간이 그동안 쌓아 올려왔던 문명의 이기가 무너져 가는 가운데 인간이 어떤 영향력을 자연에 미쳐 왔는지가 서서히 드러나죠. 아무튼 이 세계는 '망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이 없어서 번성할 기세죠. 이런 시뮬레이션을 보면 '역시...인간이 없어지는 게 최고의 친환경인가?' 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됩니다.

물론 저자가 인간을 무작정 없앤 이유는 자포자기를 조장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인간 없는 세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이 얼마나 자연과 멀리 떨어져 있으며, 그 시스템에 녹아들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금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은 지구 시스템에 어울리지 않는 형태이며, 그로 인해 다른 종의 멸종과 인간종의 위기를 초래했음을 '인간 없는 세상'이라는 가정을 통해 보여주는 것입니다.

문명의 폐해는 역사적으로도 드러납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초지를 따라 유목하는 인간과 그 인간을 따라다니며 천적을 피해다니는 야생동물, 그리고 인간이 살고 떠난 초지에서 풀을 먹는 거대종이 이루는 사이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예무역과 함께 인간 자체가 상품이 되면서 이 사이클에서 인간이 빠지게 되고, 그때부터 생태계의 지형이 바뀌었지요. 문제는 인간이 이 사이클을 다시 형성하고 들어갈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후로 인간은 다른 종을 멸절 시키거나 이동에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존재해왔고, 이 시스템에 방해가 되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세미나에서는 인간의 유구한 파괴본능, 그리고 다른 종의 터전을 파괴하고 이룩한 문명의 허약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의 문명이란 인간만을 위해 건설되었고 그것도 인간이 당장 없어지면 오래 버티지 못하는 모래성 같은 것이라면, 지금부터라도 해야 할 일은 지구 시스템을 고려한 문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지요. 그중 재밌는 이야기는 종 다양성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우리는 종 다양성이라고 하면 여러 종이 서로 침범하지 않고 생존하는 것을 떠올립니다. 외래종 유입을 염려하고 토종을 지키려고 하는 것도 그 종다양성을 고려한 활동의 일환이지요. 인공적인 환경 조성을 막고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자는. 하지만 그러한 종다양성은 인간중심적인 개념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지구의 환경은 인공물과 구분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종다양성은 이보다 더 지구의 관점에서 살펴야 할 개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인간 없는 세상> 끝까지 읽어옵니다.

목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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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1 08:00
    지금도 인간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행한 많은 일들 때문에, 아니 그보다 인간이 자기 삶을 영위하는 자체만으로,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생명이 멸종해가고 있을 텐데, 인간은 언제까지고 영속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는 과정만으로도 우리가 행하고 있는 많은 것들을 되짚어보게 되었어요. 겸손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인생세미나는 정말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