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세미나

5월 20일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05-17 09:07
조회
74
이번 시간에는 <인간 없는 세상>을 다 읽었습니다. 이 책의 특징은 인간이 이 지구에서 '어떻게' 사라지는가를 묘사하는 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류 멸망에 대해 어쩌면 오랜 기간 학습했습니다. 전쟁, 전염병, 각종 자연재해 등등...인류 멸망은 하나같이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는 이미지들입니다. 이런 이미지들은 인간이 지금 하고 있는 악행(?)을 조금이라도 덜 할 것을 촉구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하기 전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멈출 것! 하지만 이 이미지들이 주는 공포의 또 다른 효과는 인간이 스스로 멸종을 부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계속 먼 미래로 투영한다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50년 후면 겨울이라는 계절이 없어질 것이다' 같은 말을 들을 때 느껴지는 막연한 공포 같은 것 말이에요.

하지만 이 책은 인간이 바로 지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번에 사라진 세상을 상상합니다. 지금 당장 인간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자연은 과연 인간의 빈자리를 아쉬워할까? 그렇지 않을까? 이런 질문은 지금 우리 인간이 자연과 관계하는 방식을 문제 삼도록 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인간의 빈자리에 자연이 '아쉬움보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만드는지. 또 인간이 이룩한 문명이 얼마나 인간만을 위한 문명이며 치밀한 관리를 필요로 하는지 말이죠.

이 책의 말미에는 '인간 없는 세상'을 실제로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발적 인류 멸종'을 추진하는 사람들입니다. 모든 사람이 지금부터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하고(그런 시술을 받고), 자발적 멸종을 도모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 흥미로운 상상을 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인간은 서로를 더 아끼고, 더는 다투지 않으며 남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줄 것이라고. 자연은 이렇게 변한 인간에게 더는 극복해야 할 무엇이 아닌, 더 아름다운 인간의 조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오래 살다가 깨끗이 사라지기를’ 이라는 모토를 내건 자발적인류멸종운동은 그가 예측하건대 우리 모두가 지구를 소유하는 동시에 소비한다는 생각이 순진했다는 사실이 확연해질 무렵 일어날 처참한 대량 소멸을 피하자고 주장한다. 우리와 다른 거의 모든 생명체의 목숨을 대대적으로 앗아갈 끔찍한 자원 전쟁과 아사를 목격하느니 차라리 인류를 고이 잠재우자는 것이다. (410)


이런 상상에는 인간을 위협하는 것은 결국 같은 인간 뿐이라는 생각이 녹아 있습니다. 이 자발적 멸종운동이 '인간 없는 세상'의 사고 실험과 통하는 점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사라진 자리에서 자연이 하는 일은 부지런히 인간의 흔적을 지우는 것 뿐입니다. 이 어느 하나 아쉬워하지 않는 운동 자체가 인간은 자연과 어울리는 삶을 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지요. 세미나에서는 이 부분을 읽고 인간이 자연에 위협적인 존재라는 것을 보다 피부로 느끼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는 먼 훗날의 멸망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하는 작지만 치명적인 활동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그리고 이 신체적인 문제는 새로운 윤리를 발명하는 것과 연관됩니다. 우리는 어떤 작은 실천을 통해 지구에 '아쉬운'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요? 다음 시간에는 이 '작은 실천', 인생 세미나를 하면서 결심하게 된 작은 원칙을 한 가지 정해서 공유해 보도록 하죠~



다음 시간 책은 <시간과 물에 대하여> 178쪽까지 읽고 과제 올려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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