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숙제방

장자 시즌2 3주차 메모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07-02 08:34
조회
33
  1. 7. 2 금요일 / 청문회 3주차 메모 / 박규창


 

인간의 힘(人爲)으로 무엇을 하려는 걸까?

이번에 읽은 에피소드들에서는 천자의 자리를 권유받으면(讓王), 그것을 피해 은둔하거나 자살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어찌 보면 현실정치를 부정하고 은둔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정치를 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장차〉 영공(靈公)이라는 임금이 이 자리를 빼앗고 여기에 묻힐 것이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니 저 영공이 영(靈)이라는 시호를 받게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에 결정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 <칙양> 9장(74쪽)

‘영공’이 받은 시호는 영공의 덕성이 아니라 이미 기운에 의해 오래 전에 결정되어 있었다. 이는 영공이 무슨 짓을 하든 ‘영공’이란 시호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보다 그 사람으로 기운이 표현됐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장자는 사람의 힘만으로는 어떤 것도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태어나고, 죽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어떤 결단이 내려지는 것까지도 우주의 운동과 무관할 수 없다.

장자가 자연의 질서를 따르는 정치(無爲)를 얘기할 때는, 결국 본성에 따르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때 본성에 따르는 실천이란 마치 물고기가 물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자신이 어떤 일을 해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성인이 혹 그것을 알거나 혹 그것을 알지 못하였거나 혹 그것을 듣거나 듣지 못했건 간에 그가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을 끝내 그만둘 수 없을 것이며 사람들이 그를 편안하게 여기는 것도 또한 어쩔 수 없으니 그것이 본성이기 때문이다.” - <칙양> 2장(67쪽)

과연 우리는 본성에 대한 탐구 없이 살아도 괜찮을까? ‘인간의 힘’을 믿는 정치는 정말 ‘인간’을 편하게 해줄 수 있을까? 인간은 한편으로는 다른 인간과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인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하늘로부터 본성을 부여받은 만물의 일부다. 그리고 각자는 자신의 본성에 더욱 부합하는 일들을 부여받았다. (cf) 양왕 8장. 도살꾼 열이 벼슬을 거부한 이유.)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우리는 자신의 삶을 더 낫게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그때 어떻게 더 낫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걸까?
공정은 승자가 정한다

만구득(滿苟得)이 말했다.

“작은 것을 훔치는 좀도둑은 잡히지만 큰 것을 훔치는 큰 도둑은 제후가 됩니다. 게다가 그 제후의 권력이 있고서 비로소 의인(義人)이 그 아래에 있게 됩니다. 옛날 제(齊)나라 환공(桓公)은 자기 형을 죽여 그 형수를 아내로 삼았는데도 이런 무법자에게 관중(管仲)이 신하가 되었으며, 제나라의 실력자 전성자상(田成子常)이 자기 주군을 죽이고 나라를 훔쳤는데, 공자는 이 극악무도한 전상(田常)으로부터 폐백을 받고 그의 초청에 응했습니다. 그러니 〈관중이건 공자이건〉 이들은 말로는 환공이나 전상을 경멸하지만 행동으로는 그들에게 머리를 숙인 것입니다. 이것은 말과 행동의 실제가 마음속에서 서로 배반하고 싸우면서 공존하고 있는 것이니 또한 모순되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어떤 옛날 책에서는 말하기를 ‘이 세상에 어느 쪽이 악이고 어느 쪽이 선인가? 성공한 자가 우두머리가 되고 성공하지 못한 자가 꼬리가 되게 마련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 <도척> 2장(97~98쪽)

선악은 승자가 정한다. 정치적 올바름은 결국 승자의 몫이다. 그런데 승자는 계속해서 뒤바뀔 수밖에 없다. 장자는 계속해서 바뀌는 올바름 중 무엇이 더 나은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올바름을 가지고 다투는 정치판에서 올바름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것이다.

‘공정 경쟁’이란 키워드가 최근 화제다. 그런데 공정함은 결국 더 나은 조건에서 경쟁하기 위해 요청된다. 경쟁은 시장의 논리다. 시장 논리에 따라,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관념이 전제된다. 따라서 아무리 밑에서 공정함을 요청하더라도,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또 다른 승자들이다. 계속해서 패자들을 만들어내는 사회에서 굳이 공정함을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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