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읽기

12월 1일 후기 및 12월 8일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현옥
작성일
2016-12-03 23:36
조회
323
12월 1일 스피노자 세미나 후기 및 12월 8일 공지

 

어설프게나마 神을 통과하여 이제 인간의 문제로 들어섰습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공통과제의 첫머리에 쓰셨듯이 스피노자의 관심은 ‘인간의 행복’의 방법을 구성하는 데에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방법은 인간을 드높임으로써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인간주의적인 사유’를 철저히 전복시킴으로써만 구해지지요. 즉 스피노자는 ‘인간이 독립적인 실체로서 자신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전제(정신 내지는 의지가 신체를 결정한다는)’와 자연이라는 神의 왕국 안에 또 다른 인간의 왕국이 있다’는 전제를 논리적으로 철저하게 제거합니다. 제 생각에 재미난 점은, 그 전제를 제거해가는 과정이 또한 역설적이라는 겁니다. 스피노자는 이러저러한 게 문제고 잘못이라고 단순히 부정하는 방식으로 인간주의적인 사유를 쳐내지 않습니다. 거꾸로 그는 神이 어떻게 완전한 긍정의 방식으로 인간의 정신과 신체를 생산하는가를 기하학적으로 증명하여 보여줌으로써, 다시 말해 神의 완전성의 표현으로서 이 세계와 삶이 생산되는 과정을 통해서 정말로 우아하게 인간주의를 뒤집고 있지요.

스피노자뿐 아니라 모든 위대한 스승들이 다 알아채셨듯이 인간은 절대로 스스로를 결정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며, 오로지 다른 유한양태라는 타동적인 원인 및 그 타동적 원인과의 결합관계의 결과를 결정하는 내재적 원인(神)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존재입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우리는 밥(타동적 원인)을 먹어야만 살 수 있으며, 이때 내가 밥을 얼마나 먹어야 적당한지 거기서 얼마가 부족하거나 넘칠 때 죽거나 혹은 탈이 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神(질서와 연관의 법칙으로서의 내재적인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신체에서 일어나는 일 뿐 아니라 정신 안에서 일어나는 일도 이와 똑같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어떤 순간 뜬금없이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 때 우리는 흔히 ‘우연히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하지만 神의 세계 안에 우연이란 없습니다. 우연이란 단지 ‘내가 그 원인을 모르고 있다’는 얘기일 뿐, 우주 안에 존재하는 것은 먼지 한 톨이거나 누군가의 생각이나 감정 한 조각까지도 다 원인과 질서의 정확한 인과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거지요.

그렇다면, 이처럼 내가 철저하게 타자와 신에 의해 결정되는 존재라면 나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사실 이건 ‘에티카’라는 제목처럼 스피노자가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질문이기도 하고 공부를 통해 각자가 답을 찾아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만, 어쨌거나 우리가 이중으로 결정되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는 것이 그 열쇠가 되리라는 것만큼은 너무나 분명하지요.

스피노자는 우리의 정신이 결정되는 방식에 대해 두 가지 키를 주는데요,

첫째, 우리의 정신(관념)에서 일어나는 일의 대상은 외부의 신체가 아니라 내 신체라는 것. (다시 말해 내 신체를 대상으로 생각했을 때라야 내재적 원인이 내 신체와 외부 신체에 어떤 질서로 개입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고, 따라서 내 신체에서 일어난 일의 원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둘째, 내 정신은 정신의 질서 안에서만 생산된다는 것. (우리는 흔히 정신을 非물체적이고 형체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신 역시 신의 질서에 의해 정확하고 물리적인 방식으로 활동하는 실재라는 것. 따라서 신체와 정신은 직접적인 방식으로 서로를 움직이게 할 수 없으며, 비록 동일한 신의 질서에 의해 작동되지만 인과를 맺고 표현되는 방식은 각각 자기의 안에서 한정된다는 것)

우리 정신이 이러한 방식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인식한다는 것이 인간의 행복, 즉 나의 행복을 구성하는 것과 어떤 상관이 있을까요? 구체적으로 꼼꼼히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 다음 시간에는 네들러 6장과 에티카 2부를 함께 읽어오고 토론합니다. 공통과제를 좀 더 적극적으로 쓰셨으면 좋겠어요! 다들 느끼셨겠지만 너~무 재미가 없어요!^^ 말이 되거나 말거나 이렇게 저렇게 내가 풀어서 써봐야 모르는 지점이 어디인지도 알게 되고, 답답한 문제도 생기고 함께 이야기할 소재도 생기지 않을까요?! (재미나다는 건 잘 쓴다는 것과는 다른 것인 듯해요!) 담주 공통과제는 네들러의 텍스트뿐만 아니라 에티카까지 마구 섞어서 재미나게 쓰시고(일단 자신을 검열하는 자신의 눈과 남의 눈에서 벗어나셔야~), 오전 12시까지 올려주시어요!

* 다음 시간 시작 전에 1부 정의와 공리, 그리고 1부 정리 5번까지 암기한 것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텍스트가 다 달라서 함께 암송을 하진 못하겠고 시험처럼 써보는 방식으로요! 담주 발제는 미영쌤, 간식은 ‘만두쌤의 만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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