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5.29 니나노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9-05-25 14:53
조회
69
5.29 니나노 공지


<불량소년과 그리스도>에서 드디어 그리스도가 언급되었습니다. 안고는 다자이의 말 중에서 "아이가 평범하더라도 용서해줘"를 인용하며 사실 아이는 부모와 상관없이 자란다고 말합니다. 아이는 부모가 없어도, 부모가 없기에 자란다고 말이죠. 그런데 이 사실을 모르는 자는 자신의 아이가 그리스도처럼 위대한 인물이면 마치 자신의 일처럼 좋아하거나 아니면 그리스도처럼 위대한 인물이 되지 못하는 것을 마치 자신의 탓인 양 생각합니다.

안고는 그리스도를 전혀 다르게 가져옵니다. 그리스도가 위대한 그리스도인 이유는 그가 훌륭한 부모를 가졌기 때문에, '신'의 아들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의 출생을 돌아보면 그는 고귀함이나 위대함과 아무런 관련도 없습니다. '마구간이나 변소 같은 아무데서나 태어나 버리는' 것이 그리스도입니다. 그의 위대함은 부모 덕이 아니며, 부모가 없기에 그는 위대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죠.

안고는 다자이를 불량소년이라고 합니다. 불량소년은 자신이 어엿한 놈임을 자꾸 입증해 보이고 싶어하는 인종입니다. 부모, 선배, 연장자앞에서 고개를 못들며 그들을 존경하고 애정을 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해치우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이 불량소년입니다. 안고는 불량소년 자체가 나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불량소년 중에서도 '골목대장' 식의 완력이 있다면 어른들의 이치라든가 당위를 훌륭하게 박살내고 자기만의 어엿한 인간, 그리스도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그런 '골목대장식 불량소년'에 해당되었죠.

반면 다자이나 아쿠타가와 같은 불량소년은 '어엿하고 특별한 그리스도'라는 상 자체에 기대어 그렇게 되고 싶어하고, 또 그리스도를 근거로 자신의 이상형을 만들고 싶어하는 인종입니다. 안고는 그런 불량소년은 '지리멸렬'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 자체도 나쁜 일은 아닙니다. 산다는 것은 원래 지리멸렬하게 기어다니면서 의미를 찾아다니는 일이니까요. 안고가 다자이와 아쿠타가와식의 불량소년에게 안타까움을 느끼는 이유는 그 삶의 링에서 자진해서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불량소년의 자살. 안고는 죽음에 어떤 미사여구를 보태더라도 죽음을 '패배'라고 인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죽음의 승리' 같은 것은 없으며, 아무리 피곤해도 살아있는 한 패배하지 않는다. 이것이 안고가 삶을 바라보는 기본 전제입니다. 어떻게 이 지리멸렬하고 제한적인 삶을 살아낼 것인가. 다음에 읽을 부분을 살짝 보자면 안고는 그 한계를 발견하는 것이 학문이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한도는 삶이 지리멸렬하고 힘겹다고 말하는 호들갑이나 공상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삶과 마주하여 그것을 파헤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말이죠. 다음 주에 <불량소년과 그리스도>가 드디어 끝날텐데, 안고가 이 멋진 추모사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기대가 됩니다.




자세한 후기는 완수샘~


과제는 첨부파일을 봐주세요~


다음시간에 만나요^^
전체 1

  • 2019-05-25 19:59
    안고는 그리스도란 불량소년의 신일 뿐이라고 아주 매섭게 공격했습니다. 계속해서 신을 필요로 하는 한, 당신은 여전히 불량한 아이에 불과하다!
    청춘론 등 여러 방법으로 젊음과 윤리를 이야기했던 안고이지만, 결국 그의 문학은 '성숙'이라는 주제를 품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