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와 글쓰기

11.5 소세키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6-10-30 20:31
조회
340
161105 청소 공지

 

“당신은 참 배짱이 없는 사람이군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산시로는 지금까지 여자에게 보였던 불편함, 자신이 자연스럽게 행했던 불편한 태도가 ‘배짱 없음’의 발로였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됩니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산시로는 있는 힘껏 자기에게 거리감 없이 다가오는 여자를 불편해 했지만 그것이 ‘배짱 없는’ 행동이라고는 의식하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여자는 그것을 ‘배짱 없다’라고 평합니다. 도쿄에 도착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이름조차 나오지 않은 기차 안의 여인은 산시로의 23년 약점이 모조리 폭로하고 기차를 타고 가버립니다. 그리고 산시로는 도쿄로 오게 됩니다. ‘모든 것이 파괴되고 있는 듯이 보였고 동시에 또 모든 것이 건설되고 있는 듯이’ 보이는, 산시로는 감히 ‘가세할 수 없는’ 세계 말입니다.

그런데 산시로는 정말 도쿄에 적응하지 못하는 촌뜨기에 지나지 않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짱이 없다고 여자가 말하고 가버렸고, 산시로는 자기 약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걸 두고 배짱 없다는 말을 듣자 정말 그런 사람이 되도록 얽매인다든가, 타자를 통해 자기를 확인하는 일본인의 자의식 탄생을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산시로 같은 ‘배짱 없는’ 자세가 도쿄에는 더 어울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들었던 것입니다.

소세키가 도쿄를 배경으로 쓴 소설은 많지만 시골에서 막 상경한 산시로가 파악하는 도쿄는 참 각별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산시로의 세 가지 세계가 드러난 곳이자 그 세 세계가 온통 착종된 도쿄가 계속 걸렸습니다. 6월에 실제로 가서 죽어라 헤매봐서 그런가^^ ‘끝나지 않는’ 도시이지만 전차를 타면 또 몇 바퀴든 돌 수 있는 도시 도쿄. 그곳에서 산시로가 전차 역명을 하나하나 더듬어 가거나 요지로가 전차를 타고 도쿄를 열대여섯 바퀴 도는 것, 그리고 정말 정체를 알 수 없는 남녀 집단이 인형 전시회니 연극이니 관람회니 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 등등을 보면 도쿄는 정말 돌아다니기 좋은 도시 같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사람이 돌기만 하는 도시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대체 이 사람들은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요. 소세키는 이런 숱한 도쿄의 ‘명소들’을 직접적으로 등장시키며 무슨 효과를 기대한 것일까요.

산시로는 계속 미네코와 자신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고민하고, 또 그러다가 이내 부아가 치미는 사람입니다. 얽매이면 안 되는, 그러면 위험한, 어디까지나 ‘비평가’의 입장에 서야 하는 도시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촌놈’의 미숙함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 거리를 재고 또 분명 가까워질 수 있는데도 밀어내는 ‘배짱 없는’ 산시로가 적응하기에 도쿄는 괜찮은 도시 같습니다. 히로타 선생이나 노노미야 혹은 요지로와는 다른 방식이겠지만 산시로 역시 이 헤매는 사람들을 양산하는 도시의 소용돌이에 이내 적응하고 말 것 같습니다. 본인도 ‘스트레이 십’을 되뇌며 어렴풋이 알게 된 것 아닐까요.

 

<산시로>는 볼 때는 재밌고 인상적인 점도 많은데 막상 정리가 어렵네요ㅠㅠ 각 조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자세한 후기 기대 하겠습니다~

 

<소설신수>와 ‘구니키다 돗포’ 발제, <일본문학의 근대와 반근대> 발제 가지고 옵니다.

 

<산시로>는 소세키의 전기 3부작 중 첫 번째에 해당됩니다. 이 다음은 <그 후>. 머리 가마부터 심장 맥박까지 ‘모-단’ 한 다이스케가 나옵니다. 역시 배경은 도쿄고요. 처음 봤을 때는 참 재수 없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시 보면 어떨지^^ 다음 시간은 <그 후> 읽습니다.

 

간식은 수경언니, 혜원

 

이번에 외워오기로 한 연표~ 참고 하시라고 간단하게 요약해서 올립니다.

 

1868~1912 메이지 시대

1867~1916 나쓰메 소세키

 

1867 2월 9일 출생

1900 영국 유학 (~1902.12)

1905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런던탑> <칼라일 박물관> <환영의 방패>

1906 <취미의 유전> <도련님> <풀베개> <이백십일>

1907 <태풍> <문학론> <우미인초>

1908 <갱부> <문조> <몽십야> <산시로>

1909 <영일소품> <문학평론> <그 후> <만한 이곳저곳>

1910 <문> <생각나는 일들>

1912 <춘분 지나고까지> <행인> 연호가 ‘다이쇼’로 바뀜

1913 <행인> 연재중단 했다가 9월부터 11월까지 다시 연재

1914 <마음> ‘나의 개인주의’ 가쿠슈인 강의

1915 <유리문 안에서> <한눈팔기>

1916 <점두록> <명암> 12월 9일 사망

 

 

 

다음 시간에 만나요~
전체 2

  • 2016-10-31 23:56
    기차 안에서 여자가 산시로를 향해 던진 문제적 한 마디! "당신은 배짱이 없는 분이군요." 그 뒤에 나타나는 산시로는 자신이 배짱이 정말 없는지를 끊임없이 검열했습니다. 자신의 고향인 구마모토에서는 배짱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었죠. 그런데 막상 도시로 올라오면서 부딪힌 것은 자신의 배짱 없는 태도라는 것. 이것은 산시로가 근대에 적응하지 못할 때마다 배짱 없음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이 태도가 또 도시의 비평가들이 태도와 또 맞닿는다는 것. (정확히 어떤 맥락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ㅋㅋㅋ;;) 소유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기본적으로 등장인물들에게 나타납니다. 그런데 소유할 수 없을 때, 대상과 거리를 두는 비평가의 태도로 돌아선다는 얘기가 있었죠. 그래서 산시로가 자신이 배짱 있는지를 끊임없이 검열하는 것처럼 사실 다른 인물들도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조금씩 소세키가 재미있어 지는군요! 하지만 재밌는 것과 그것을 가지고 글 쓰는 것은 언제나 별개의 일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워요.......

    • 2016-11-01 11:05
      오올~ 딴 건 다 떠나서 이렇게 진지한 태도로 기일-게 댓글을 달다니, 고무적이로다 >.< 소세키가 재미있어진다니 그것도 반갑고 조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