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와 글쓰기

10.29/ 소세키/<산시로>/수경조 후기

작성자
당근
작성일
2016-11-02 00:46
조회
456

16.10.29/소세키 / <산시로> / 수경조 후기 / 당근


# 근대의 청년은 "길 잃은 양"의 상태다.


토론 시작은 락쿤쌤의 "길 읽은 양"에 대한 이야기로 문을 열었습니다. “길 잃은 양”은 산시로가 좋아하는 미네코라는 신여성이 한 말입니다. 그녀는 산시로에게 묻습니다. "미아를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산시로가 대답이 없자. 그녀는 "스트레이 십"이라고 말합니다. 락쿤쌤은 "스트레이 십"은 늙은 일본의 압박과 동시에 새로운 서양의 압박사이에 끼어근대에 살고 있는 청년들의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대표 주자가 청년 산시로입니다. 어느 날 산시로는 친구 요지로를 따라 “학생 집회소”에 갑니다. 그 곳에서 산시로는 고향에서 친구들과 접시에 담긴 고기가 쇠고기인지 말고기든지 확인하기 위해 방 안의 벽에 내던지는 일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생 집회소”에서는 신사적으로 나이프와 포크를 움직이며 쇠고기를 잘라 먹습니다. 또 고향에서는 아카자케만 마셨는데 이곳에서는 맥주를 마십니다. 하지만, 윤몽쌤은 산시로뿐 아니라 등장인물 미네코, 요지로, 노노미아, 히로타 모두 "길 잃은 양"이라고 했습니다. 단지 산시로는 자각하는 과정에 있고, 다른 등장인물은 “길을 잃은 양”이라는 것을 자각을 벌써 했다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했습니다. 수경쌤은 이 다른 점이 구체적으로 뭘까? 서로 생각하다가 다른 질문으로 이동했습니다.


# “당신은 참 배짱이 없는 분이로군요.” 산시로가 이 말을 듣기 전과 후의 다른 태도.


개인적으로 타인에게 어떤 말을 듣고 의식하기 전 과 후가 달라진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인가요? 산시로의 어리둥절함과 조심스러움 그리고 타인에게 말하기 전에 또는 행동하기 전 “할까, 말까” 생각하다가 타이밍을 놓쳐 뒤늦게 “~할걸” 하는 게 안쓰러웠습니다.


"당신은 참 배짱이 없는 분이군요." 이 문장은 소설이 시작하는 첫 에피소드 말미에 기차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자에게 듣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어디서 굴러온 말 뼈다귀인 줄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는 23년 동안 자신의 약점이 처음 본 여자에게 들키고 말았던 것입니다. 사건의 전말은 산시로가 이 여자를 고향 구마모토에서 도쿄로 가는 기차 안에서 만납니다. 그는 흘깃 흘깃 여자를 보면서 고향에 있는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보다 더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도시락을 먹고 창밖에 던졌는데 남아있는 도시락 음식물이 창밖을 내다보는 여자의 이마에 묻습니다. 산시로는 여자에게 “죄송합니다.” 말문을 엽니다. 그와 여자는 몇 마디 주고 받습니다. 환승역 “나고야”에서 여자는 산시로에게 숙소까지 데려다 달라고 합니다. 도착한 숙소에서 어쩌다가 단 둘이 한방에 한 모기 장안에 한 이불자리에 자야하는 상황이 옵니다. 여자의 의도가 다분한데 산시로는 불편한 마음을 내색하며 “실례지만 저는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라 남의 이불에서 자는 걸 싫어해서 …….잠깐 벼룩을 막을 준비 좀 하겠습니다.” 하며 깔려 있는 하얀 시트를 둘둘 말아 여자와의 경계선을 만듭니다. 그리고 자신의 누울 자리에 수건 두 장을 길게 깔고 그 안에서 한 치도 나가지 않습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학생으로 인격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며 자연스레 행동합니다. 그 다음 날 나고야 역에서 여자는 산시로와 헤어지면서 말합니다. “배짱이 없는 분이군요.” 그 후 산시로는 이 여자와의 만남을 되짚어 봅니다. “이랬어야 했다. 저랬어야 했다.” 며 생각의 실을 풉니다. 저희 조는 이런 산시로가 그 동안은 자신의 약점이 말로 포착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살던 방식으로 행동했는데, 말로 포착되면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 그런 게 중요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혜원쌤은 말로 규정되는 순간 명확해 지는 것 같은데 산시로의 생각과 행위로 보면 더 헤맨다. 더 말 못하고 더 행동하지 못하고 오히려 생각만 더 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 어떤 장소에서 특정한 담론이 생성된다. 표현되는 단어들이 그 공간에 떠다니는 분위기(공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산시로가 그림의 모델로 하라구치 집에 있는 미네코를 만나러 갑니다. 그곳에서 화가와의 대화 장면입니다.


화가는 " "산시로 군, 미네코 씨의 눈을 보게." 산시로는 시키는 대로 했다. 미네코는 돌연 이마에서 부채를 떼고 조용한 자리를 무너뜨렸다. 옆을 향한 채 유리창 너머로 뜰을 바라보고 있다."


화가는 "안 되오. 옆을 향하면 안 되지. 지금 막 그리기 시작했는데." "지금 이야기할 테니까 원래의 자리를 취하시오. (…….)산시로군, 내가 그린 눈이 실물의 표정대로 그려진 건가?"


산시로는 "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매일 그리는데, 그려지는 사람의 눈 표정이 변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걸까요."


화가는 "이렇게 매일 그리고 있으면 내일의 양이 쌓이고 쌓여 얼마 후에는 그리고 있는 그림에 일정한 기분이 생겨나지. 그래서 설령 밖에서 다른 기분으로 돌아와도 화실로 들어와 그림을 마주하지만 하면 곧바로 일정한 기분이 될 수 있는 거네. 다시 말해 그림 속의 기분이 이쪽으로 옮겨오는 거지."


# 마지막으로 수경쌤은 소세키의 여유와 유머러스함이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소세키의 평생 신경쇠약과 위장병과 여러 병으로 고달픔 삶을 살았는데 말입니다. 혜원쌤은 그러고 보니 소세키 전기에 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갱부>, <산시로>는 청년들이 등장하고 재미가 있다. 하지만, 후기에 쓴 <그 후> <마음> <문>은 조금씩 어두워지면서 부부 문제가 나온다며 소세키의 부부생활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전체 2

  • 2016-11-02 18:36
    인용하신 화가의 설명과 특정한 담론 이야기는 더 설명해주심 좋았을걸... 상상력을 엄청 발휘해야겠는데요+_+ 그리고 제가 작품 안에서 구사되는 유머가 궁금했던 건 소세키개인의 병력 때문이 아니라 지금까지 읽은 작품들에서 화자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어떤 삶에 대한 시선이랄까 태도 때문이었다는 ㅋㅋㅋ

  • 2016-11-04 01:29
    당근쌤의 생각이 좀 더 궁금합니다~ 필사하시는걸 보니 책도 꼼꼼히 읽으시는 것 같은데 왜 안 써오실까요! ㅋㅋㅋ 이번에는 기대하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