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와 글쓰기

11.12 소세키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6-11-08 00:06
조회
316
161112 청소 공지

<그 후> (1909) 어떠셨나요? ‘이런 삼촌이 있으면 정말 싫겠다!’라는 수경 언니의 말로 수경조는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원조하는 돈으로 서른이 다 되도록 결혼도 안 하고 유유자적 놀고먹는 삶이라니! 아침마다 몸을 깨끗이 한다거나 수반에 꽃을 넣고 그 향기에 취한다거나 절대로 자극적인 것에 매달려 자기 호흡을 상하게 하지 않는 다이스케의 몸가짐 하나하나는 예외없이 김밥과 떡볶이 위로 불려나왔고 조원들을 모두 몸서리치게(?) 했습니다. <산시로>(1908)의 시골청년 산시로와는 너무 다른 모습. 대체 그 사이에 메이지 시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메이지 시대의 인물들로 지도를 그려본다면 다이스케는 확실히 주변부에 있을 것 같습니다. 메이지 시대에는 시대를 배움의 기회로 받아들여 새로운 시대의 동력으로서 뭔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산시로>의 요지로나 데라오가 있었고 사업의 기회로 보아 ‘실업’을 위해 뛰어드는 ‘도련님’의 형이나 다이스케의 형, 구시대의 아버지들과 장남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수많은 히라오카들이 양산되는 때가 메이지 시대일 테고요. 다이스케의 아버지가 ‘너는 대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생각이냐고’ 물은 것은 분명 이런 선택지를 염두에 둔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이스케는 무엇 하나 선택하지 않습니다. ‘글쎄요’ ‘예예’ 하면서도 아버지와 자신은 전혀 다르다고 확신에 차 있습니다. 그러면서 제 나름대로 뭘 위해 살아갈지 생각합니다. 그건 아버지나 형은 물론 자기 동년배들과도 다른 감각을 가지고 하는 생각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는 ‘국가를 위해’나 ‘가족을 위해’ 같은 구시대적인 발상에서 벗어나 있고, 새 시대를 위해 뭔가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 때문에’ 일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혼도 내키지 않고 사랑이라곤 3년 내내 앨범 속에 숨겨둔 유부녀 미치요 뿐이에요. 죄다 시대에서 비껴나 있거나 아니면 자기가 놓친 것뿐인데, 그 위에서 ‘뭐 때문에 사는가’ 라는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삼촌이든 친구든 이러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신기하고 답답할 거 같습니다. 손 안에서 굴리는 주사위. 누군가가 탁 쳐서 내던져지면 좋겠고 하지만 계속 굴려주고 있으면 좋겠다는, 이 몸 좋고 피부 좋은 남자는 대체 뭐란 말인가=_= 하고 또 몸서리를 치게 됩니다=_=
소세키는 이런 인물도 그 시대에 있었음을 놓치지 않고 보여줍니다. 사업 번창과 국가의 안녕을 위하는 장남과 아버지 옆에는 '도련님'이나 다이스케 같은 차남이 있고, 도시를 쏘다니며 이 일 저 일 하는 요지로 옆에는 이제 막 도시로 올라와 전차 방향도 틀리는 산시로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절을 사는 사람들은 이미 자신들이 ‘메이지 시대’를 산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백년 후의 사람들은 이때를 ‘근대’로 규정합니다. 그런데 시대는 그 당시에도, 지금도 확실히 잡히지 않습니다. 우리는 ‘근대는 이러이러하다’라고 자꾸만 정의하고 싶어 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짧은 텀을 두면서 소세키는 그 시대의 인물들을 다채롭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근대’라고 말할 때마다 그건 아닌 모습을 자꾸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수경조는 요즘 ‘근대적 인물’같은 말을 하기 전에 부끄러워하는 게 유행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번 시간은 합평입니다.
<태풍>  <갱부> <우미인초> <산시로> <그 후> 수정본 파일 하나로 취합해서 다시 업로드 해주세요. 취합본은 자기 것만 하나 인쇄해서 가지고 옵니다~

발제문들도 가지고 오세요~

간식은 댓글로 달게요.

다음주에 만나요/
전체 3

  • 2016-11-08 11:30
    간식은 윤몽이랑 규창이... 어라, 왜 이 콤비명 정감 가지? ㅋㅋㅋ <그후>까지 함께 합니다. 첨삭본은 이미지 찍어 개별적으로 쏩니다 ^^

    • 2016-11-08 17:44
      윤몽이랑 규창이.... 허헛,참..

  • 2016-11-08 11:49
    근대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부끄러워하시는 락쿤쌤이 떠오르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