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는 니체

소니 선악의 저편 6주차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8-12-05 18:58
조회
76
이번 주에는 《선악의 저편》 8장 〈민족과 조국〉을 읽고 세미나를 했습니다. 이번 시즌은 짧다보니 세미나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챕터를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이번에 결석하신 분들은 다음주와 다다음주엔 꼭 나오셔서 마무리를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음주 공지를 미리 드리자면, 9장 〈고귀함이란 무엇인가?〉와 후곡을 읽고 오시면 됩니다. 물론 각자 인상 깊거나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구절 정해서 설명&질문 준비해 오셔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은(다다음주) 이번 시즌이 워낙 짧기도 했고 불교세미나에서 새로 넘어오신 분들도 많아서, 에세이를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에 각자 《선악의 저편》 챕터를 하나씩 정해서 한 페이지 이상 분량으로 공통과제를 써오기로 했습니다. 형식은 씨앗문장으로 해주셔도 좋고, 편하신 방식으로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다음주 간식은 복희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이번 주에 읽은 8장은 여러모로 낯설고 어려웠습니다. ‘민족과 조국’이라는 제목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니체는 유럽의 여러 민족들과 국가들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독일이 어떻고, 영국이 어떻고, 프랑스가 어떻고 ……. 너무나 구구절절하기도 하고 니체 시대의 구체적인 이야기들이다보니까 2018년 한국에서 읽고 있는 우리에게는 잘 와 닿지가 않았죠. 특히나 니체는 ‘독일적인 것’에 대해 여러모로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그 맥락을 모르니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체의 글에는 늘 이야기할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저는 242절의 내용에 놀랐습니다. 여기에서 니체는 ‘인간화’ 또는 ‘진보’라고 일컬어지던 ‘유럽의 민주화 운동’을 당시에 진행되고 있던 ‘거대한 생리적 과정’과의 연관 속에서 바라봅니다. 니체가 보기에 부르주아들이 찬양하는 진보란 사실 유럽인들이 풍토적으로나 신분상으로나 제약된 조건으로부터 해방되어 점차 서로 닮아가는 생리적인 과정을 나타낼 뿐이었습니다. 각각의 고유한 환경이나 생활양식과 스스로를 일치시킨 채 살아가던 유럽인들이, 여러 조건들의 변화에 의해 한정된 조건을 벗어나 점차 서로 닮아가고 있다는 것.

여기서 니체는 질문합니다. 한정된 환경이나 조건으로부터의 해방이 인간 자신의 해방일 수 있을까? 아직도 우리는 어떤 경계나 틀을 깨고 장벽을 허무는 것이 자유나 해방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전 세계의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게 된다거나, 지역적인 관습이나 편견을 타파한다거나, 세대나 계층 간의 장벽을 넘어 소통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우리를 더 자유롭게 해줄 것이라고 믿죠. 그런데 니체는 그러한 ‘해방’이자 ‘진보’로 일컬어지는 유럽의 민주화가 “가장 미묘한 의미에서 노예근성을 준비하는 인간 유형을 산출하는 데”(240) 이르게 된다고 말합니다. 한정된 제약조건으로부터 벗어난 인간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오직 “각 세대마다 거의 매 십 년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적응력”(240)이며, 이러한 적응력은 “여러모로 수다스럽고 의지가 박약한 극히 재주 있는 노동자”(240)를 양산하게 된다는 것.

저는 니체가 비웃는 해방된 유럽인(=‘재주 있는 노동자’)이 지금의 신자유주의적 주체의 모습과 겹쳐보였습니다. 온갖 스펙들로 무장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계발하기 때문에 극히 재주가 있으나, 그것들이 삶의 역량으로는 연결되지 않는. 제 또래들이 바로 니체가 비판하는 ‘다양하게 써먹을 수 있는’ 인간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또 ‘민족주의’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죠. 256절에서 니체는 나폴레옹, 괴테, 베토벤, 스탕달, 하인리히 하이네, 쇼펜하우어 같은 위대한 인간들이 애국자가 되었던 것은, 그들이 약해지고 노령이 되었기 때문이었고, 이들에게 민족주의란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취하는 휴식에 불과했다고 말합니다. 우리도 ‘우리는 언제 민족주의자(국가주의자)가 되는가?’를 질문해보았습니다. 2002 월드컵에 대한 기억, 작은 형태의 민족주의라고도 할 수 있을 가족주의(?), 최근 통일 관련된 이슈들을 접할 때의 느낌 등등에 대해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저는 정말 니체가 말하는 것처럼 민족이나 국가에 스스로를 동일시하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이나 세대, 시대가 굉장히 약해져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제 또래들은 ‘헬조선’을 말하며 스스로의 국적과 민족성을 비하하는가하면 의외로 엄청나게 국가주의적이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모순된 양상이 무엇인지 궁금한데, 분명한 것은 이것이 약함의 징후라는 점인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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