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카프카

카프카 후기입니다

작성자
성연
작성일
2017-10-26 17:55
조회
120

카프카 세미나에 꾸역꾸역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 키워드는 '예술'이었는데요. 인상적인 것은 <어느 단식 광대>였어요. 


단식 광대는 말 그대로 단식으로 사는 자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 질문. 첫째는  단식이 뭔가. 둘째는 그런 단식하는 존재로서의 예술적 삶은 뭔가로 모아집니다.


단식 광대는 굶는 존재죠. 굶는다는 것은 뭘까요. 그것은 먹는다와 대립됩니다. 먹는 행위는 인간을 살게 하고, 나아가서 먹는다는 행위를 통해 쾌락을 느끼는 인간을 구성하는 인간의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 그러나 단식은 음식과의 단절을 통해 자기 안의 인간을 지워나가는 것입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것으로 채워져 있던 자기 안의 인간을 벗어던지는 것이 바로  단식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단식이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의 지점 또한 '인간'을 문제 삼는 것이 됩니다. 예술이란 고매하고 저 높은 아름다운 것이라기보다는 신체성의 영역이죠. 굶는 행위를 통해 자기를 채우고 있던 인간을 벗어던지는 분투의 과정에 다름 아니죠. 나를 살게 하는 음식을 거부하고 제 살을 뜯어먹는 단식 광대를 구경꾼인 우리는 불편해 합니다. 저는 특히 과식하는 존재에 가깝기에 '단식'이라는 키워드에 쿡, 찔리고 말았죠.


소설 속 단식 광대는 서커스단의 동물 우리 속 '작은 방해물'로 존재하다가 결국 짚더미 속에서 죽어갑니다. 여기에는 실패의 멘트가 있어요. 먹어야 굶을 수 있다는 것. 단식 광대는 굶어야 하는데 이걸 계속 하려면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먹어야 합니다. 살고  있어야 다시 굶주릴 수 있고 굶주리면 죽게 되는. 어떻게든 실패하게 되는 이 메세지는 단식이 존재 전체를 걸고 소진하는 것이며, 그것은 인간을 뚫고 나아가는 행위인 예술이 됩니다.


이런 것이네요. 예술은. 이런 것이네요. 글쓰기는. 글쓰기는 '못 쓰겠다. 오늘도 쓰지 못했다'의 실패의  기록이에요.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존재가 매순간 실패함으로서 표현되는 것이 글쓰기라는 것.


실패를 죽어라 싫어하는 제가 조만간 폭망을 예감하며 글을 써야 하는 지경에  와 있습니다. ㅜㅠ 그러나 카프카가 말해 줍니다. 정말 잘 하고 싶으면 못 하게 됨을, 단식의 굶주림과 실패의 테마를 통해 매일 덜어내고 매일 실패하라고.


이러니 카프카 세미나에 꾸역꾸역  나올 수밖에요.  담주 뵙죠.





전체 2

  • 2017-10-26 18:37
    오옷. 빠른 후기 감사합니다. <단식광대>에 실린 단편들은 예술이 무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단초가 되서 좋았어요. 존재 전체를 걸어 인간에 대해 질문하고, 인간을 넘어서려는 분투. 실제의 삶도 작품과 닮아있었다니, 이 분은 정말 성자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요.
    실패할 줄 알지만 시도하고, 매일 덜어내는 속에서 한결 가뿐해졌으면^^ 다음주에 뵈어요~

  • 2017-10-27 01:15
    예술이란 하나의 질문, 생의 문턱 앞에서 자기 존재를 다 던지는 일!
    후두결핵을 비롯해 갖은 고통 속에서 아픔과 삶, 무엇보다 글쓰기의 문제를 직시했던 말년의 카프카가 많이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