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카프카

11.9 공지

작성자
이응
작성일
2017-11-02 17:05
조회
68
 # 카프카는 표현주의?

이번 시간은 보영의 눈부신 활약으로 카프카 해설이 풍성했네요! 저번 시간에 잠시 언급되었던 표현주의를 깨알같이 공유해주어서 카프카와 표현주의에 대한 이야기로 세미나를 시작했습니다.

표현주의는 리얼리즘에 대한 문제 제기로 나온 것이라고 해요. 리얼리즘의 기본 전제는 ‘세계에 어떤 질서가 있고, 작가는 그 부분을 포착하여 그린다’는 것입니다. 이미 의미화 되어 있는 세계에 대한 포착. 반면 표현주의는 세계를 재현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꼴라주처럼 인과가 없는 부분 부분들을 갖다붙이지면서 화면이 구성되기도 하고, 시간에 일관된 연속성도 없지요. 그런점에서 카프카는 표현주의적이라 할 수도 있을거예요.

회화에 있어 표현주의는 산업화나 기계화, 대도시, 전쟁, 문명의 이기적 본성에 대항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내면의 폭로를 목표로 삼은 예술사조였지요. 헌데 그런점에서 보면 카프카는 다시 표현주의와 거리를 두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카프카의 투쟁은 전쟁이나 기계화 등 외부를 향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었고, 그의 문학에는 어떤 개성있는 주체도 그려져 있지 않는다는 점에서요.

카프카의 어린 친구 야누흐가 쓴 <카프카와의 대화>에는 카프카가 표현주의를 비판한 대목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는 작가들이 오직 자기 자신만을 말하며, 언어가 마치 자신들의 소유인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하지요. 카프카에 의하면 언어는 우리의 소유가 아닙니다. 단지 빌려서 사용할 따름입니다. 카프카 문학 속 인물들은 대체로 이름이 없습니다. 정체성도 희미하고요.

폴 오스터의 말처럼 ‘그의 자아는 그에게서 정말로 깎여져’나가고, 어떤 이름을 주든 그 이름들은 잠시 불려나온 그 순간의 동기에 불과해서 현실은 ‘이름 없는 사물들과 이름 없는 사물들의 뒤죽박죽’으로 변해버립니다. 카프카에 대한 해설로 너무 절묘하지 않은가요?ㅎㅎ


# 막스와 카프카의 합작 소설

<리하르트와 자무엘>은 카프카와 막스브로트가 1911년 8월과 9월 여행에서 쓴 일기를 토대로 함께 쓴 소설입니다. 여행에서 같이 겪은 사건을 번갈아 진술하는 방식으로 쓰여있는데, 지니샘은 이것이 어쩐지 카프카 스타일이 아닌거같다고 하셨어요. 저도 거기에 크게 동감했는데요, 카프카가 절대 쓰지 않을 듯한 ‘우정’이나 ‘이 글의 의도’를 언급한다는 점에서 막스의 색채가 많이 들어간 느낌도 받았달까요.

두 사람이 함께 글을 쓴다는건 쉽지 않은 일일거예요. 더군다나 성격이 확연히 다른 둘이라면 더욱. 막스가 쓴 것으로 보이는 자무엘의 묘사에는 어떤 사건 앞에서 힘이 충돌할 때 그걸 특정한 사람의 특성으로 주체화시키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반면 카프카는 뭔가를 재현하는 일에 관심이 없지요. 한 사건을 두 사람이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를 보면 이 둘 사이에 힘 관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볼 수 있어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막스와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 카프카는 일기에 이렇게 적기도 하지요. “내가 막스와 정말 근본부터 다르다는 것은 틀림 없다. ··· 그가 <리하르트와 사무엘>에서 쓰는 모든 문장은, 가슴 깊숙이 괴로움을 느끼는, 내 쪽에서 내키지 않는 양보와 관련된다. 적어도 오늘은 그렇다.”고요. 카프카는 글쓰기에 있어 엄청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풀어내는 리하르트는 여지없이 카프카 같습니다 ㅋ

이밖에도 짤막한 단편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었는데 지니샘이 잘 정리해주시리라 믿고~ 감기 조심, 다음주에 만나요 ~^^


이번주 후기와 다음주 간식은 지니샘~

읽어올 부분은

<프로메테우스> <도시 문장紋章> <포세이돈> <공동체> <밤에> <거절> <법에 대한 의문> <징병> ... 이응

 <시험> <독수리> <조타수> <팽이> <작은 우화> <귀향> <돌연한 출발> <변호사> <부부> <포기하라!> <비유에 대하여> ... 성연샘

<어느 개의 연구> ... 지니샘

<굴> ... 보영
전체 3

  • 2017-11-02 19:32
    카프카는 정말 교묘한 공격자(?)인 것 같아요. 이응샘 말처럼 양보한 것처럼 속인(?)다음 리하르트를 통해 자무엘이랑 같이 여행하는게 의미없다고 말해버리고, 아버지도 존경한다고 말해 안심시킨다음 소설에서 자꾸만 아버지를 자꾸 등장시켜 맘껏 가지고 놀고... 만만치 않은 사람! 그런데 저는 그런 카프카에게 빠진 것같아요... 그의 편지를 받고 당황하면서도 답장을 쓰던 펠리체의 심정을 알 것도 같고...!

    • 2017-11-03 09:51
      크~ 정말요. 저도 카프카가 인물을 다룰 때의 그 묘한 공격들에 정신을 못차리겠어요ㅋ 막스에 대한 아무런 우정 의식(?) 없고, 겉치레도 없는 말들이며, 함께 여행한 여인을 묘사할 때 '핏기 없는 볼은 꾹 누르고 있어야 겨우 홍조를 띨 거 같다'는 표현도 묘하게 웃기고요. 기도자나 술취한 사람들의 도저히 대화라고 할 수 없는 대화들은 정말.. 대체 무슨 정신상태로 이런 말을 하는거지(??) 싶으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죠. 와웅~ 보영이랑 카프카를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당 >_< //

  • 2017-11-03 16:39
    카프카가 핏기 없는 우리 볼따구를 꾹 눌러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 멋대로 만나는 카프카, 입구도 출구도 없는 그 매력을 맘껏 겪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