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한강

천지 14~15, 천도 1~2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8-12-03 17:30
조회
52
천지 제14장

 

孝子 不諛其親 忠臣 不諂其君 臣子之盛也 親之所言而然 所行而善 則世俗 謂之不肖子 君之所言而然 所行而善 則世俗 謂之不肖臣 而未知此其必然邪 世俗之所謂然而然之 所謂善而善之 則不謂之道諛之人也 然則俗 故嚴於親而尊於君邪 謂己道人 則勃然作色 謂己諛人 則怫然作色 而終身道人也 終身諛人也 合譬 飾辭 聚衆也 是 終始本末 不相坐 垂衣裳 設采色 動容貌 以媚一世 而不自謂道諛 與夫人之爲徒 通是非 而不自謂衆人 愚之至也 知其愚者 非大愚也 知其惑者 非大惑也 大惑者 終身不解 大愚者 終身不靈 三人行 而一人 惑 所適者 猶可致也 惑者 少也 二人 惑 則勞而不至 惑者 勝也 而今也 以天下 惑 予雖有祈嚮 不可得也 不亦悲乎

효자가 부모에게 아첨하지 않고 충신이 임금에게 아부하지 않는 것, 이것이 신하와 자식의 최고 수준이다. 부모의 말에 그렇다고 대답하고 부모가 행하는 바를 잘한다고 하는 것을 세간에서는 불초한 자식이라고 한다. 임금의 말에 그렇다고 하며 행동하는 바를 잘한다고 하면 세간에서는 불초한 신하라고 한다. 알지 못하겠다. 반드시 그러한가? 세속에서 그렇다고 하는 것을 그렇다고 하고 훌륭하다고 하는 것을 훌륭하다고 하면 아첨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세속에서 이렇게 자기주장을 펴는 것이 부모보다 엄하고 군주보다 높단 말인가? 자신을 아첨꾼이라고 말하면 얼굴색을 발끈 성을 내며, 자신을 아부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면 급격히 얼굴색이 안 좋아진다. 종신토록 높은 사람에게 아부하고 종신토록 다른 사람에게 동의한다. 비유를 사용하고 말을 꾸미고 사람들을 끌어들이지만 끝과 시작, 본질과 말단이 서로 견줄 수 없다. 옷을 챙겨 입고, 고상한 티를 내며 용모를 꾸며 행동하고 세상에 아첨하는데 스스로는 아첨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과 한 무리가 되어 시비를 공유하면서도 스스로는 세상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어리석음이 지극하다. 그 어리석음을 안다면 크게 어리석지는 않으며 그 미혹된 것을 아는 자는 크게 미혹된 것은 아니다. 크게 미혹된 자는 종신토록 깨닫지 못하며 크기 미혹된 자는 종신토록 통달하지 못한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한 사람은 미혹되는데 갈 곳에 그래도 갈 수 있는 것은 미혹된 자가 적어서다. 두 사람이 미혹되면 노력해도 닿지 못하니, 미혹된 자가 더 많아서다. 지금 천하가 미혹되었으니 내가 비록 바라는 것이 있더라도 얻을 수 없다. 슬프지 아니한가.

 

-諛 : 무조건 동의하는 아부.

-諂 : 듣기 좋은 말.

-道諛之人 : 아첨하는 사람.

-設采色 : 采는 採, 彩와 같다. 꾸며 행동하는 티를 낸다는 것.

-祈嚮 : 기도하고 바라는 것.

 

 

大聲 不入於里耳 折楊皇荂 則嗑然而笑 是故 高言 不止於衆人之心 至言 不出 俗言 勝也 以二垂踵惑 而所適 不得矣 而今也 以天下 惑 予雖有祈嚮 其庸可得邪 知其不可得也 而强之 又一惑也 故 莫若釋之而不推 不推 誰其比憂 厲之人 夜半 生其子 遽取火而視之 汲汲然唯恐其似己也

위대한 음악은 속인들의 귀에 들리지 않고 절양(折楊) 황과(皇荂)같은 세속의 음악을 들으면 하하호호 웃는다. 그러므로 훌륭한 말은 세속 사람들의 마음에 담기지 않으며 지극한 말은 나오지 않고 세속적인 말이 압도적으로 많다. 두 사람이 걷다 길을 잃어도 가야 하는 곳에 가지 못한다. 지금은 천하가 길을 잃었으니 내가 비록 가고자 하여도 어찌 갈 수 있겠는가. 할 수 없는 것을 알고서 또한 무리하는 것은 또한 하나의 미혹이다. 그러므로 놓아버리고 진행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진행하지 않으면 근심할 일이 없을 것이다. 문둥이는 한밤중에 자식을 낳자 급히 불을 들고 비춰보며 오로지 그 애가 자신을 닮았을까 두려워한다.

 

-里 : 俚와 같다. 속되다는 뜻.

-嗑然 : 하하호호 웃는 모습.

-垂踵 : 垂踵과 같음. 걷는 것.

-厲之人 : 癩(문둥병)와 같음.

-문둥이는 소수. 즉 미혹될 바에 진행하지 않는 사람. 그런 문둥이가 자식이 자길 닮을까 걱정한다는 것은, 다른 마음이 남아있다는 것.

 

 

천지 제15장

 

百年之木 破爲犧尊 靑黃而文之 其斷 在溝中 比犧尊於溝中之斷 則美惡 有間矣 其於失性 一也 跖與曾史 行義有間矣 然 其失性 均也 且夫失性 有五 一曰 五色 亂目 使目 不明 二曰 五聲 亂耳 使耳 不聰 三曰 五臭 薰鼻 困惾中顙 四曰 五味 濁口 使口 厲爽 五曰 趣舍 滑心 使性 飛揚 此五者 皆生之害也 而楊墨 乃始離跂 自以爲得 非吾所謂得也 夫得者 困 可以爲得乎 則鳩鴞之在於籠也 亦可以爲得矣 且夫趣舍聲色 以柴其內 皮弁鷸冠 搢笏紳脩 以約其外 內 支盈於柴柵 外 重纆繳 睆睆然在纆繳之中 而自以爲得 則是 罪人 交臂歷指 而虎豹在於囊檻 亦可以爲得矣

백년이 된 나무를 파서 제사용 술단지 희준(犧尊)을 만들고, 푸른색과 누런색으로 장식하고 남은 부스러기를 구덩이에 버린다. 희준을 구덩이에 버려진 부스러기와 비교하면 미추의 차이가 있지만 그 본성을 상실했다는 점에서는 같다. 도척과 중자와 사추는 의를 행한다는 기준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본성을 잃었다는 점에서는 동등하다. 타고난 본성을 잃는 데는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오색이 눈을 어지럽혀 눈이 밝지 못하는 것. 둘째, 오성이 귀를 어지럽혀 귀가 밝지 못하는 것. 셋째, 다섯 가지 냄새가 코를 마비시켜 두통이 생겨나는 것. 넷째, 오미(五味)가 입을 혼탁하게 해서 입이 병들고 무너지는 것. 이 다섯 가지를 일컬어 갖고 싶어 달려가고 마음이 혼탁해지며 본성이 조급해지니, 이 다섯 가지는 모두 본성을 해친다.

양주와 묵적이 마침내 뛰어다니며 스스로 자기주장이 옳다고 하는 바가 있다고 하니, 내가 말하는 ‘옳다는 것’이 아니다. 옳은데 곤란해진다면 옳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만약 그것이 옳다면 비둘기와 올빼미가 새장 속에 있는 것도 옳다고 할 수 있다.

또 취사선택과 자극적인 음악과 색으로 내면을 가로막고, 가죽관과 깃털 모자를 쓰고 홀을 허리에 꽂고 치렁치렁한 옷을 여미고 그러면서 자기 외관을 단속한다. 안으로는 빙 둘러진 목책으로 꽉 막히고, 밖으로는 겹겹의 새끼줄로 묶여 새끼줄이나 노끈으로 묶여 있는데도 스스로 옳다고 여기니 이것은 죄인이 팔을 교차시켜 묶이고 손가락을 꺾여도, 범이나 표범이 함정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옳다고 말할 수 있는 것과 같다.

 

-犧尊 : 희생동물의 형태를 딴 술단지.

-斷 : 조각 하고 남은 부스러기.

-溝中 : 쓰레기장.

-美惡 : 美醜와 같다.

-困惾中顙 : 이마에 두통이 생긴다.

-趣舍 : 갖고 싶어 달려감.

-皮弁 : 고위 관료가 쓰는 가죽으로 만들어진 모자.

-鷸冠 : 皮弁을 쓰는 사람보다 더 높은 관료가 쓰는 깃털모자.

 

 

제13편 천도

 

천도 제1장

 

天道 運而無所積 故 萬物 成 帝道 運而無所積 故 天下 歸 聖道 運而無所積 故 海內 服 明於天 通於聖 六通四辟於帝王之德者 其自爲也 昧然無不靜者矣聖人之靜也 非曰靜也 善 故 靜也 萬物 無足以鐃心者 故 靜也 水靜 則明燭鬚眉 平中準 大匠 取法焉 水 靜 猶明 而況精神聖人之心靜乎 天地之鑑也 萬物之鏡也

夫虛靜恬淡 寂漠無爲者 天地之平而道德之至 故 帝王聖人 休焉 休則虛 虛則實 實者 倫矣 虛則靜 靜則動 動則得矣 靜則無爲 無爲也則任事者 責矣 無爲則兪兪 兪兪者 憂患 不能處 年壽 長矣

夫虛靜恬淡 寂漠無爲者 萬物之本也 明此 以南鄕 堯之爲君也 明此 以北面 舜之爲臣也 以此 處上 帝王天子之德也 以此 處下 玄聖素王之道也 以此 退居而閒游 江海山林之士服 以此 進爲而撫世 則功大名顯而天下一也 靜而聖 動而王 無爲也而尊 樸素而天下 莫能與之爭美

夫明白於天地之德者 此之謂大本大宗 與天和者也 所以均調天下 與人和者也 與人和者 謂之人樂 與天和者 謂之天樂

하늘의 움직임은 막힘이 없고 그래서 만물이 이루어진다. 제왕의 도가 운행하는 것은 막힘이 없고 그래서 천하가 귀의한다. 성인의 도가 운행하는 것은 막힘이 없고 그래서 세상이 복종한다. 하늘의 도에 명석하고 성인의 도에 통달하며 여섯 가지 방향과 네 가지 계절의 순서에 열려 제왕의 덕을 아는 사람은 저절로 그렇게 되는데, 자신이 뭘 하는지 모른 채 고요하다. 성인의 고요함은 고요함이 좋다 여겨 고요한 것이 아니며 그래서 고요하며, 만물이 요동쳐도 마음에 흔들릴만한 것이 없기에 그래서 고요하다. 물이 고요하면 수염이나 눈썹까지 비출 정도로 밝으니, 그 평평함이 기준에 맞으면 목수는 거기서 기준을 취한다. 물이 고요하여도 오히려 이처럼 밝은데 하물며 정신이겠는가. 성인의 마음은 고요함이여. 천지를 비추는 거울이며 만물을 비추는 거울이도다.

마음을 비우고 고요함을 지키고 편안하고 담백하고 적막하며 하는 일이 없는 것이 천지의 평평함이며 지극한 도덕이니 그러므로 제왕과 성인은 그곳에서 쉰다. 쉬면 비어지고 비워지면 채워지고 채워지면 차례대로 진행된다. 비면 고요하고 고요하면 움직이고 움직이면 얻게 된다. 고요하면 무위無爲하게 되고 무위하면 일을 맡은 사람이 열심히 하게 된다. 무위하면 편안하고 편안하면 근심에 처할 수 없으니 수명이 길어질 것이다.

마음을 비우면 고요해지고 고요하면 움직이게 될 것이니 움직이면 바라는 것을 얻게 될 것이다. 고요하면 무위하게 될 것이니 무위하게 되면 일을 담당한 자들이 책임을 완수할 것이다. 무위하게 되면 즐겁게 될 것이니 즐겁게 되면 근심 걱정이 머물 수 없는지라 수명이 길어질 것이다.

비우고 고요하며 편안하고 담백하며 적막하고 하는 일이 없는 것이 만물의 근본이다. 이것을 분명히 알아서 남쪽으로 향하니 요임금의 임금됨이었다. 이러한 이치를 알아서 북면하니 순舜의 신하됨이다. 이것을 가지고 윗자리에 서는 것이 제왕과 천자의 덕이고 이것을 가지고 아래에 서는 것이 깊은 덕을 가진 성인과 왕위 없는 왕자의 도리다. 이것을 가지고 물러나 거하며 한가롭게 강과 바다와 산림속에서 노닐면 은자들이 복종할 것이고 이것을 가지고 세상을 어루만지면 공을 커지고 이름이 드러나면서 천하가 하나가 될 것이다. 고요하면 성인이 되고 움직이면 왕이 되며 무위하면 높아지고 소박하면 천하가 그와 아름다움을 다툴 수 없게 된다.

천지의 덕을 분명히 아는 것, 이것이 황제 그 자체의 근본이고 큰 종주이니 하늘과 조화를 이루는 자이며, 균등하게 천하와 조화를 이루는 것은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은 인락(人樂)이라 하고, 하늘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천락(天樂)이라 한다.

 

-내성외왕(內聖外王) 사상이 있는 천도편.

-四辟 : 춘하추동 사계절이 순차적으로 열린다.

-鐃心 : 시끄럽게 악기를 치듯 요동치는 것.

-休 : 無爲와 같음.

-兪兪 : 惀惀. 편안한 모습.

-南鄕 : 南向. 남면하는 모습.

-大本大宗 : 황제 그 자체의 근본.

 

 

천도 제2장

 

莊子 曰吾師乎 吾師乎 䪠萬物而不爲戾 澤及萬世而不爲仁 長於上古而不爲壽 覆載天地 刻彫衆形而不爲巧 此之謂天樂 故 曰 知天樂者 其生也 天行 其死也 物化 靜而與陰 同德 動而與陽 同波 故 知天樂者 無天怨 無人非 無物累 無鬼責 故 曰 其動也 天 其靜也 地 一心 定而王天下 其鬼 不祟 其魂 不疲 一心 定而萬物 服 言以虛靜 推於天地 通於萬物 此之謂天樂 天樂者 聖人之心 以畜天下也

장자가 말했다. “나의 스승이시여, 나의 스승이시여. 만물을 조각내 섞으면서도 어긋남이 없으시고, 은택이 만세에 미치시면서도 인하다 여기지 않으시며 상고보다 오래되었는데도 오래되었다 여기지 않으시고 하늘과 땅을 덮어주고 실어주며 온갖 사물의 모양을 새기면서도 자신의 뛰어난 솜씨라고 여기지 않으시니, 이것을 일러 하늘의 즐거움이라 한다.”

그 때문에 “하늘의 즐거움을 아는 자는 살아있을 때는 하늘과 함께 가고 죽을 때는 사물로 화한다. 고요하면 음과 작용을 같이하고 움직이면 양과 함께 퍼진다.” 그러므로 하늘의 즐거움을 아는 자는 하늘의 원망을 받지도 않고 사람의 비난을 받지도 않고 외물에 묶이는 것도 없고 보이지 않는 것에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말한다. “그 움직임이 하늘과 같고 고요함은 땅과 같아 한번 마음이 안정되면 천하에 왕노릇하고 그 보이지 않는 힘을 조짐으로 여기지 않고, 그 귀신의 움직임에 움직이지 않는다. 한번 마음이 정해지면 만물이 복종한다.” 이것은 자신의 무심하고 고요한 마음을 하늘과 땅까지 미루어 나가며 만물과 통하게 함을 말하니, 이것을 일컬어 하늘의 즐거움이라 한다. 하늘의 즐거움은 성인의 마음으로 천하를 기른다.

 

-대종사 편과 비슷함.

-吾師 : 道와 같음.

-䪠 : 쪼갠다는 뜻. 변화하면서 한데 섞이는 만물.

-陰同德 : 음의 덕. 즉 음의 작용.

-鬼魂 : 눈에 보이지 않는 힘.

-祟 : 조짐. 징조를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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