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글쓰기

8.15 주역과 글쓰기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08-11 20:34
조회
104
이번 시간에는 풍지관, 수천수, 수택절괘를 읽었습니다. 보다, 기다리다, 절제하다, 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괘 이름들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보고, 기다리고, 절제하는 것의 의미를 벗어나는 괘들이기도 합니다. 가령 수(需)는 기다림이 단지 시간을 버리는 게 아니라, 거기에도 그 자체의 도리가 있고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괘입니다(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연락의 괘이기도 하죠^^). 그리고 수택절은 그저 아끼고 참는 게 아니라 넘치면 비우고 모자라면 채우는 것, 그 중도를 아는 것이 '절제'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괘입니다. 이번에 읽은 괘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괘는 관괘였습니다. 다행히(?) 관괘는 64괘 중에서도 특히 어려운 괘라서 전문가들도 뽑고 나면 질문과 매칭하기 어려워하는 괘라고 하죠. 도대체 '본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괘를 볼 때는 1. 괘의 자질을 보거나 2. 괘의 상을 보거나 3. 효들의 관계를 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음효나 양효가 하나나 두 개 정도만 있을 때는 소수의 괘를 중심으로 효들의 관계를 살피게 되지요. 이번에 읽은 풍지관, 수천수, 수뢰둔 중 관괘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관괘는 양효가 위에 두 개 있고 아래에 음효 네 개가 있어서 음효가 양효를 우러러보는 관계로 읽을 수 있습니다. '본다'는 행위에 '올려본다'는 의미를 더한 것입니다. 이 괘를 읽으면서 저희 조에서는 관(觀)이 정치적인 행위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본다'는 것은 전혀 관찰자적인 의미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이미 힘을 행사하고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보는 것, 그리고 보지 않는 것에는 이미 선택과 기준이 작동하고 그 자체로 사태가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관괘의 괘사를 보면 손을 씻고 제사음식을 아직 올리기 전처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건 무슨 소리일까요? 왜 '보다'라는 괘에 제사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요? 손을 씻는 건 뭐고 음식을 올리지 않는 상황은 뭘 의미하는 걸까요? '본다'라는 무척 흔한 행위를 뜻하는 사실 보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고 무척 종교적이며 정치적인 행위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보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들 중 관(觀)이라는 글자는 주로 종교적으로 쓰입니다. 천지의 오묘한 작용을 통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천지의 오묘한 작용이란 사시의 어그러지지 않은 절묘한 이치를 보여줍니다. 이 비가시적인 지점을 통찰한 왕은 그런 자신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을 통해 교화를 합니다.

그러니까 관괘는 '보다'라는 뜻도 있지만 남에게 '보인다'는 의미도 있고 이것은 사실 동시적입니다. 왕이 어떻게 행위하느냐를 보고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세팅하는 것이죠. 따라서 왕은 성인이어야 하고 하다못해 성인의 모습이어야 했을 것입니다. 성인됨의 핵심은 바로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의에서 채운샘은 괘사의 '손을 씻는다'는 것은 의례를 시작하기 직전 정성스러운 마음을 뜻하고 음식을 올리는 것은 의례의 형식을 뜻한다고 하셨는데요. 마음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지 형식은 거들 뿐! 아무리 형식을 갖춰서 '보여도'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그 이면의 비가시적인 영역, 마음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괘인 것 같습니다. 진정 '보는' 것은 겉이 아니라 그 덕의 차원을 보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주역> 수화기제, 수뢰둔, 수풍정괘를 읽고 공통과제를 써 옵니다.

<영원회귀의 신화> 2장과 나눠드린 빌헬름의 주역강의 프린트를 읽어옵니다.


이번 시간 후기는 호진샘께서 써 주셨구요~

다음 시간 간식은 호진샘, 혜원입니다.


일요일에 만나요//
전체 3

  • 2021-08-12 22:27
    빌헬름의 주역강의를 설괘전 5장과 함께 읽어오는 건가요? 아니면 계사전 5장과 함께 읽어오는 건가요? 저는 계사전 5장과 같이 읽어오는 줄 알고 계사전 5장을 정리했습니다만?

    • 2021-08-13 14:12
      계사전 아니고 설괘전. 빌헬름을 읽어보시면 거기에 설괘전 5장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반장이 이 부분 공지를 뺐군요.

  • 2021-08-13 15:48
    넵,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