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글쓰기

8.22 주역과 글쓰기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08-16 12:26
조회
103
이번 시간에는 수뢰둔, 수풍정, 수화기제괘를 읽었습니다. 각각 일을 막 시작하려고 할 때의 우왕좌왕 하면서 망설이는 때, 항상된 덕,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굴러가게 되는 때를 가리키는 괘입니다.

건괘와 곤괘 다음에 나오는 둔괘는 아직 질서가 부여되기 전, 음양의 교류가 시작되었지만 아직 일이 원활하지 않을 때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효사를 보면 자꾸 말을 탔다가 내리기를 반복하거나 같은 곳을 맴돌면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요. 답답한 상황이지만, 절망스럽지는 않습니다. 일의 초기에 뭘 모르는 건 당연하니까요. 그럴 때는 선배를 찾아 물어보면 됩니다. 괘사의 '제후를 세우면 이롭다[利建侯]'는 안전하게 함께 일을 할 안내자를 만나면 된다고 합니다. 둔괘의 때에 명심해야 할 것은 초장부터 멋지게 잘 하려고 하지 말 것!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작은 것부터 조금씩 해나가면 됩니다. 이를 말해주는 것이 바로 구오효의 '소정길(小貞吉)'입니다. 막힌 상황은 언젠가 뚫린다는 것이 <주역>의 이치이기에, 일이 처음부터 잘 풀리지 않는다고 서두르거나 절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괘라고 할 수 있죠.

둔괘가 64괘의 실질적인 시작의 괘라면, 64괘 변화가 한번 완성되는 괘는 바로 수화기제괘입니다. 기제괘를 빌헬름은 'after completion'이라고 풀었습니다. 무엇이 완성인 걸까요? 기제괘는 64괘 중 유일하게 모든 효들이 바른 자리에 있는 괘입니다. 그동안은 제자리에 있는 효와 그렇지 않은 효들이 서로 관계맺고, 대립하고 보완하면서 좌충우돌 일을 해왔다면 기제괘에서는 그런 일이 없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착착 일이 진행되는 안정기, 애써서 힘들게 해야 할 일이 없을 때가 바로 기제의 때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안정기는 정체기를 뜻하기도 하죠. 또 질서정연하게 시스템이 완비된 상태이기에 뭐 하나만 흩어져도 와르르 무너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절정의 때, 내리막만 기대리고 있는 것이죠. 이때 성인은 '변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막고 유지보수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어차피 모든 것은 변하고 기제와 같은 상황은 붕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때 성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것이 망하기 전에 거기에 대비해 자신을 단련하는 것일 뿐이죠. 그것이 바로 성인의 변통입니다.

이번에 읽은 괘 중에 재밌고 벽에 붙여놔야 한다고 채운샘이 꼭꼭 강조했던(^^) 괘는 바로 수풍정괘입니다. 정(井)은 64괘 중 화로[鼎]와 함께 유이한 인공물입니다. 인간이 수맥을 찾아서 직접 땅을 파고 우물벽을 만들고 두레박을 설치해서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만든, 아주 중요한 기구죠. 다만 화로와 달리 이 우물은 인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이 나오는 곳을 찾아서 우물을 파야 하니까요. 그래서 정괘의 괘사에서도 "고을은 바꿔도 우물은 바꿀 수 없다"고 합니다. 이 우물은 신기하기도 한데 언제나 같은 수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물을 퍼도 마르지 않고,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는 신기한 우물! 이 우물을 본받아 정괘가 권하는 것이 바로 항덕(恒德)입니다. 아무리 퍼줘도 마르지 않는 우물처럼, 인간이 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른 이들이 그 은택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이것은 덕의 두 가지 측면을 말해줍니다. 하나는 덕이란 항상 실천하는 가운데서만 존재한다는 것이고, 덕은 늘 그 은택을 받는 이를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정괘의 구삼효는 아무리 우물물이 맑아도 그것을 받아마시는 사람이 없는, 슬픈 경우를 보여줍니다. 이것은 덕의 양적인 면 보다는 어떻게 발휘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합니다. 나에게는 뭐라도 보편적이고 항상적으로 베풀 수 있는 덕이 있는가? 어떻게 덕을 베풀 것인가?



다음 시간에는

<주역> 중수감, 수산건, 수지비 괘 읽고 공통과제를 써 옵니다.

<영원회귀의 신화> 3장, <주역강의>  '대립에서 협력으로' 읽어옵니다.


이번 시간 후기는 정랑샘.

다음 시간 간식은 수정, 영주샘.


일요일에 만나요//
전체 1

  • 2021-08-19 10:04
    화풍정 괘의 '정(鼎)'을 솥이 아니라, 화로로 보기도 하나요? 분명 용도가 다른 물건이 아닌가 싶은데... 글고, 그리 되면 괘사나 효사 해석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거 같기도 하고요~~. 솥을 화로라고도 하나요? 누구 아시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