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글쓰기

8.29 주역과 글쓰기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08-23 16:41
조회
92
이번 시간에는 수지비(水地比)와 중수감(重水坎), 수산건(水山蹇)괘를 읽었습니다. 이중 감괘와 건괘는 어려움을 뜻하는 네 가지 괘(屯, 困, 坎, 蹇) 중 두 가지입니다. 인간은 살면서 늘 어려움을 겪습니다만 그것을 제대로 감별하지 않으면 그저 다 재수 없어서 생긴 일이라고 퉁치고 넘어가게 됩니다. 외부 탓을 하고, 근본적인 해결은 요원해지죠. <주역>은 어려움에도 여러 결이 있다고 합니다. 그중 저번 시간에 배운 둔(屯)괘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소통이 안되어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경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죠. 곤(困)괘는 역량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넘어갈 수 없는 경우이고 이때는 수양을 통해 자기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감괘와 건괘는 어떤 어려움이고,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주역>의 특징은 특정한 문제상황을 제시하는 동시에 해결책도 함께 준다는 것입니다. 감(坎)괘는 기본적으로 험난함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겹쳐진 중수감괘는 특이하게도 습감(習坎)이라고 합니다. 같은 괘가 중첩된 다른 일곱 개의 괘에서는 볼 수 없는, 감괘만의 독특한 지점입니다. '습(習)'은 여러 번 반복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글자가 감괘에 쓰인 이유는, 그야말로 업친 데 덮친 격으로 거듭되는 위험을, 감괘가 상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굽이굽이 물길이 이어지는 깊은 협곡의 이미지가 바로 감괘입니다. 그런데 감괘의 해결 키워드 역시 이 습(習)입니다. 습(習)은 학습과 연관된 글자이기도 합니다. 장애물이 아무리 많아도 물은 계속해서 흐르는 속성이 있는데, 이것을 <주역>에서는 끊임없는 학습의 이미지와 연관한 것입니다. 감괘의 대상전은 상덕행 습교사(常德行 習敎事)입니다. 잇단 어려움이 닥쳐도 자신의 믿음을 잃지 않고(有孚) 계속해서 흐르는 물의 덕을 배우는 것. 이것이 감괘가 말하는 어려움을 벗어나는 지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건(蹇) 역시 괘 안에 어려움과 어려움을 벗어날 실마리가 함께 있습니다. 건괘는 지난 시간 배운 기제괘가 얼마나 위태로운 괘인지를 알려줍니다. 모든 효가 정위에 있는 기제괘에서 딱 하나만 벗어났는데도 바로 위험을 뜻하는 괘가 됩니다. 이렇듯 완벽하다는 것은 균형이 얼마든지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감(坎)괘와 간(艮)괘로 이루어진 건괘는 앞에는 물이 뒤에는 산이 있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갇힌 이미지입니다. 역량이 부족하거나 뭔가 하나 해결했다 싶으면 다시 어려움에 빠지는 것과는 달리, 외부에서 닥친 장애물 앞에서 막혀버린 상황을 보여주지요. 이 상황에 대한 해결책 역시 괘 안에 있습니다. 바로 간(艮)괘입니다. 간괘는 '멈춤'을 의미합니다. 외부에서 닥친 장애물은 억지로 가려고 하면 오히려 손실을 가져옵니다. 이런 고난은 억지로 극복하려고 무리하기보다는 멈춰서 거리를 두고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여기서 간괘는 장애물을 상징하는 동시에 해결의 힌트가 되어주지요. 건괘의 대상전은 이럴 경우 반신수덕(反身修德) 하라고 말하지요. 조급해 하지 말고 마음을 잘 다스릴 것!

이렇듯 살면서 고난은 늘 닥쳐오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고난인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이런 사유는 실존의 조건이 '고통'이라고 이미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 대다수의 종교와는 결을 달리하는, 유학의 독특한 지점이기도 합니다. 중국 특유의 현세적인 낙천적이고 현세적인 사유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고난이 닥쳐와도, 그것이 어떤 고난인지 살펴야 상황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궁하면 결국 통하게 되어 있다는 자연의 리듬을 익히면 고난이 그저 재수없는 고난으로 여겨지진 않는다는 것 말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주역> : 산천대축(山天大畜), 산택손(山澤損), 산화비(山火賁)괘를 읽고 공통과제 써 옵니다.

<주역 강의> : 다섯 번째 강의 '처세술의 정신' 읽어옵니다.

<영원회귀의 신화> 4장까지 읽어옵니다.



이번 후기는 재복샘.

다음 시간 간식은 규창, 정옥샘.



일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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