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NY

절탁 NY 3학기 2주차 후기

작성자
정아
작성일
2021-08-12 07:54
조회
100
3학기 2주차 세미나는 줌팀과 규문팀으로 나누어 진행했고, 오후에는 토론을 마친 후 채운샘의 강의를 함께 들었습니다. 이래저래 뒤숭숭한 상황이지만 그러면 또 그런대로 해나가야겠지요. 그래도 다시 한 자리에 모여 오손도손(?) 토론할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습니다. 강제 이별은 싫어요!

민호샘이 루쉰의 작품에 대해서는 자세히 써주셨으니, 저는 간단하게 저희 조에서 오고갔던 이야기들을 적어볼게요. 먼저 1교시 니체 토론 시간에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2장에서 뽑아온 문장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무래도 에세이 수정 작업을 하고 있어서 <인간적인>에서도 그와 관련된 내용들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저희는 한 샘이 뽑아오신 ‘허영심’에 관한 문장으로 한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좋은 평’만을 중요시하는 ‘허영심’에 관한 문장이었는데, 샘은 본인의 ‘인정욕망’을 돌아보며 이러한 허영심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생각해보셨어요. 허영심에서 벗어나는 문제를 ‘몰락과 상승’과 연결시켜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허영심을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하고, 한 국면에서 일정 부분 해결을 했다가 다른 국면에서 다시 문제를 보고, 또다시 해결하고, 그러면서 나아가는 게 삶인 것 같다는 말씀이었어요. 그런데 문제를 반복한다는 건 한편으로 문제를 제대로 보고 공략하지 못한 것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각자 허영심이 발동하는 지점이 다르니 세심하게 자신을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어떻게 각자의 삶에서, 혹은 직장에서 ‘능동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의 문제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공부의 비전을 세우는 문제를 고민하는 샘의 질문이었는데, 한 샘이 자신의 욕망을 관계성 속에서 바라보고 파내려가보는 방법을 제안하셨어요. 관계든 사교든 문제는 쾌와 불쾌에서 시작되고, 이는 직장에서든 일상에서든 똑같습니다. 그러니 관계 속에서 내가 느끼는 쾌와 불쾌의 문제를 짚어보는 것이 공부의 시작이겠지요. 어디서든 사건을 마주하는 자신의 감정과 태도를 살피고 그 근원을 따져본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이 있는 곳을 공부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하고요.

2교시에는 루쉰의 <아큐 정전>과 <광인 일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3교시에는 채운샘의 루쉰 강의를 들었습니다. 토론과 강의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외침> 서문의 ‘쇠로 만든 방’ 일화에서 엿보이는 루쉰의 태도에 관한 것이었어요. 어차피 죽을 게 뻔한데 깊이 잠들어 있는 사람들을 굳이 깨워서 고통 속에 죽게 하느냐, 그냥 혼수상태에서 죽게 내버려두느냐. 당시 중국의 현실에서 어떤 희망도 볼 수 없었던 루쉰은 후자 쪽이 낫다고 믿고 있으면서도, 몇 명이라도 깨어나면 철방을 부술 희망이 있지않느냐는 친구의 말에 자신의 믿음을 회의하고 최초의 소설인 <광인 일기>를 쓰게 됩니다. 이런 루쉰의 태도는 우리에게 ‘절망도 희망도 없이 나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루쉰은 어떤 지점에서도 ‘확신’하지 않고, 결정적으로 자신의 믿음과 생각도 확신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희망도 절망도 하지 않지요. 희망은 물론 절망에 대한 확신조차 회의하니까요. 그런 루쉰의 태도는 니체의 ‘영원회귀’와도 연결된다고 채운샘은 설명하셨어요. 삶의 무의미함을 통렬하게 깨달은 후 그 무의미함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영원회귀입니다.

토론 시간에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루쉰의 글은 담백한 문장으로 큰 울림을 줍니다. 문학을 믿지 않은 루쉰의 문장이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문학적이라고 하신 샘도 계셨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배경을 자세히 모르고 읽어도 마음에 묵직하게 남는 것이 있는데, 채운샘의 설명을 듣고 나니 더욱 절절하게 와 닿았습니다. 혁명 이후 근대 국가 체제로 전환되고 인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선포되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현실. 그 속에서 루쉰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앞으로 읽을 작품들도 그가 던진 물음들을 생각하며 읽어나가야겠습니다.
전체 1

  • 2021-08-12 09:24
    정말 강제 이별은 너무 힘이 듭니다...
    무의미함에도 불구하고 그자리를 걸어하는 루쉰의 모습과 영원회귀는 정말 맞닿아 있는 것 같네요.
    왠지 4학기 때 풀어주셨으면 하고 기대하게 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