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NY

절탁 NY 4주차 후기

작성자
이은옥
작성일
2021-08-27 11:19
조회
85
3학기 4주차 후기입니다.

 

이번 주 채운 선생님 강의에서는 루쉰 소설들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처한 ‘적막’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믿음이 허물어져 아무것도 없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며 그리고 그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게 했다. 흔히 알고있는 계몽적인 이론 가령 ‘열심히 살자’ 라는 정신승리를 단순하게 가져올 수 없기에 문제의 고민이 쉽지 않다. 어떻게든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란 남, 여가 지금 막 사랑을 시작할 때 생겨나는 좋고 행복한 감정에서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남, 여의 사랑이 식고 냉혹한 현실에서 생겨나는 사건에 짓눌려 서로 간의 모든 믿음 마저 다 끝나버렸을 때 이때부터 서로가 어떻게 같이 살 것인지, 달라진 환경과 책임을 어떻게 뚫고 나갈지에 대한 의지이다. 삶의 의지를 낸다는 것, 이는 새로운 삶의 길을 개척하는 것과 같다. 결국 우리에게 요청되는 것은 삶에 대한 용기일까?

이번 강의에서 나 또한 주인공들의 ‘적막’을 만들고 있는 구경꾼임을 알게 되었다. 관습에 순종하며 무리 사회에 일원으로 그 시대적 흐름, 사회적 습속을 절대화 하고 있다. 습속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기에 나는 주인공들의 적막에 어떤 이해도 못 했다. 아큐를 보았을 때 너무나 나의 모습과 흡사했다. 아큐가 삶의 선택에 있어서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두 번이나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애지중지한 자식의 비참한 죽음까지 확인한 샹린댁보다 나는 더 용기내어 살아갈 수 있었을까? 아이구 처럼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랫동안 바람핀 남편 가족과 싸울 수 있었을까? 사실, 나는 그들보다 더 잘 살아낼 자신이 없다. 그래서 그들의 운명처럼 놓이지 않은 것에 내심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마치 그들의 잘못으로 스스로가 만들어낸 인과라고 해석했다. 이게 구경꾼들의 심리다. 지금 현실에서 관계 맺고 있는 타자들에게 나는 얼마큼이나 이해하고 있었을까? 현실에서도 나는 구경꾼이라는 섬뜩한 생각이 든다. 오늘날도 사람들은 구경꾼으로 살고자 한다는 점, 루쉰의 적막이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다.

 

개인적으로 이번주 강의가 유독 울림이 있었는데요...‘너무 좋은데 이걸 알릴 길이 없네요~~’ 아직까지 글로 풀어내기는 제가 많이 부족합니다. 녹음파일이라는 문명의 혜택이 우리에게 있잖아요, 제 후기는 그걸 다시한번 들어보시길 강추하는 것으로 마치겠습니다. ㅎㅎㅎ
전체 1

  • 2021-08-28 09:31
    루쉰 소설은 정말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읽느냐에 따라 그 적막의 깊이가 깊어지는 것 같아요. 마음 속에서 뭔가가 턱 막히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거 같은... 담백한 후기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