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절차탁마S 2학기 9주차 공지 "인간 질서와 분리될 수 없는 운"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06-25 16:41
조회
77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다음 주까지 초고를 완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다시 쓰는 저와 정옥쌤은 지금 매우 초조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죠. 하루에 한 페이지 이상씩 써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네요. 어떻게든 완성해서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바로 에세이 초고를 가지고 나누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에티카 강독은 힘들 것 같으니, 이번 주에는 가볍게 오시면 되겠습니다.ㅎㅎ 대신 지난 시간에 채운쌤이 나눠주신 알튀세르의 마키아벨리 독해가 돋보이는 〈운과 비르투: 행위 이론?〉을 읽고 가져오시면 됩니다. 간식은 정옥쌤께 부탁드릴게요~

 

텍스트 독해는 언제나 어렵습니다. 당장 에티카만 해도 무기로 삼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조금만 한눈팔면 신체와 정신을 분리해서 사고하고, 1차 정서에 기쁨과 슬픔 외에 욕망이 함께하는지도 명확하게 잘 이해되지 않고, 양태도 영원성과 관련되는 것 같은데 어떻게 관련되는지 잘 정리되지도 않습니다. 앞으로 몇 번을 읽어도 모를 것 같아요. 그건 마키아벨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대 로마사와 중세사를 나름대로 정리하는데, 그게 도대체 어떻다는 건지... 하지만 스피노자와 알튀세르가 마키아벨리를 독해한 걸 보면서, 저도 그들처럼 텍스트를 독특하게 독해하고 싶은 욕구가 솟아나더라고요.(물론 워낙 냄비근성인지라 금방 꺼지겠지만요. ㅋ;;)

알튀세르에 따르면, 마키아벨리의 정치론의 독특함은 예측 불가능한 힘으로서의 운을 적극적으로 사유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한 사유는 국가 안에서의 질서에만 그치지 않고, 인간 역사의 질서까지 포함합니다. 근대 이후의 역사관은 인간의 행적을 기준으로 서술되는데요. 실제로 역사를 생각해보면 자연의 힘이니 천명(天命)이니 하는 요소들을 떠올리지 않고, 누군가의 선택이나 인품 이런 것들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역사를 추동하는 요소에는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우발적인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빼놓고 사실 인간의 힘만으로 인간 역사의 질서를 설명한다는 것도 이치에 합당한 것 같지 않습니다(合理).

강의를 듣다가 사마천의 《사기》가 생각났습니다. 다케다 다이준에 따르면, 사마천은 힘으로 움직이는 역사를 포착하려 했습니다. 동일한 시간축도 어떤 인물의 관점에서, 곧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 힘으로 포착하느냐의 따라 다르게 그려집니다. 실제로 《사기본기》를 보면, 홍문에서의 연회라는 동일한 사건이 항우와 유방에게 다르게 그려집니다. 항우에게 그 사건은 몇 줄로 정리되는 반면, 유방에게는 매우 스릴 넘치는 국면으로 묘사되죠. 이는 각각의 힘에 따라 사건이 완전히 다르게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좀 생뚱맞은 생각인 것 같긴 하지만, 갑자기 《사기》를 다시 읽고 싶어졌습니다. ㅋㅋ 나중에 기회가 되면 《사기》와 《군주론》, 《로마사 논고》를 같이 읽어보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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