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생 러시아 2학기 2주차(1/16) 공지

작성자
정옥
작성일
2020-01-10 16:42
조회
139
 

 

소생 러시아 2학기 2주차(1/16) 공지

일주일의 즐거운 방학이 끝나고 소생 2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두둥~. 방학이라고는 했지만, 700페이지의 압박과 함께 해야 하는 시간이었지요. 모두들 첫인사가 ‘어휴~’ 였을 만큼, 이번 주 텍스트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무슨 스키, 어떤 친스키, 뻬, 쁘, 또 등의 낯선 단어들이 저희 조에선 복사할 때 잉크가 많이 들어 비생태적이라는 평가까지 더해지며, 참 입에 붙이기 어렵기도 했구요. 이번 주 읽은 텍스트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죽음 집의 기록>과 까치판 <러시아 역사>의 1-3부였습니다. 오늘은 특히 두 분 선생님의 외유로 저희끼리 아주 ‘자발적’으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물론 선생님들의 사전 격려가 있었지만요. 외유 잘 마치고 건강하게 귀국 하소서, 떡볶이와 시원한 된장국으로 맞이하겠습니다.

양생(?)적 공부

말씀 드린대로 이번 주는 텍스트의 압박이 컸습니다. 특히 방학과는 아무 관련 없이 일정을 수행하고 있는 연구원들은 더욱 읽을 시간이 부족했고, 책이 배송되지 않는 불상사까지 있었습니다. 명색이 소생 프로젝트인데, 양생을 생각해 자시에는 잠들어야 한다는 원칙으로, 일부 연구원들이 규문 공식 숙소로 10시 귀가했고, 새벽 3시에 다시 출근했답니다. 양생적 리듬에 따른 것이었다고 했는데 같은데, 애들은 왜 뀅했는지??? 아침에 나왔더니 그 와중에 점심 준비까지 하고 있어 그 모습이 짠했네요. ‘그 많은 날들 뭐했냐’는 음성지원이 유럽 어디쯤으로부터 들리는 것은 물론이었지만, 그래도 철저히 ‘양생적’이었다는 사실.

도스토예프스키가 본 인간

<전쟁과 평화>도 그랬지만 <죽음 집의 기록> 역시 유형지의 모습과 인간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중죄를 저지르고 유형지까지 온 인간을 이성이나 도덕의 잣대로 단죄하지 않습니다. 조토론에서도 나온 얘기지만, 인간의 행위를 추동하는 훨씬 많은 지분은 욕망이나 충동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가 관찰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그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이해하게 해줍니다. 우리가 범죄에 대해 가지고 있는 결벽증 같은 것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1부 마지막에 나온 연극 공연 장면은 처음 읽을 땐 앞의 묘사와 다르게 내용을 수렴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고통에 신음하는 자와 기도하는 자가 함께 있는 공간이 현실이고, 인간 역시 그 모순 속에 있음을 비유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끔찍한 일도,  평온까지도 다 삶 속에 있는 일이라고 말이죠.  토론에서 나온 내용은 팀 후기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인용글은 연극이 끝난 밤의 한 장면입니다.
그렇게 연극은 다음날 저녁까지 해서 끝이 난다. 우리 모두는 만족해하면서 배우를 칭송하기도 하고 하사관에게 감사하기도 하며 헤어진다. 다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모두들 일찍이 없던 만족감으로 마치 행복에 젖은 듯, 여느 때와는 다르게 고요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 이것은 나의 상상에서 나온 꿈이 아니다. 이것은 진실이고 사실이다. 이 같은 불행한 사람들에게도 잠시나마 자기식대로 살 수 있는 것, 인간답게 웃을 수 있는 것, 일순간도 감옥 같지 않은 현실을 느끼는 것 등이 허용됨으로써 그들은 잠시나마 변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깊은 밤이다. 나는 흠찟 놀라며 우연히 눈을 떴다. 노인은 여전히 난롯가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다. 아마도 새벽까지 계속될 것이다. 알레이는 내 곁에서 조용히 자고 있다. 나는 잠들어서 그가 그의 형제들과 함께 연극에 관해 이야기하며 즐거워하던 모습을 상기하고는 나도 모르게 그의 평온히 잠든 천진한 얼굴을 들여다본다. 조금씩 나는 모든 것, 마지막 하루, 축제, 한 달 내내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 본다. 고개를 들고 나는 관급품으로 나누어 준, 6분의 1푼뜨의 초, 가늘게 떨리는 희미한 그 불빛을 통해 자고 있는 내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불쌍한 얼굴과 초라한 침상과 어찌할 수 없는 극도의 빈한함을 바라보았다. 물끄러미 바라본다. 마치 모든 것이 추악한 꿈속이 아니라 실제로 현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듯이. 그렇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누군가의 신음소리가 들린다.(<죽음 집의 기록>, 열린책들, p262)



 

러시아 역사 시험

<러시아 역사>는 역사를 정치나 경제제도 뿐 아니라 지리, 환경, 문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사건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들을 다 보여주고자 애쓴 나머지, 쭉 이야기를 전개하다 ‘반면에’ 라고 다른 얘기들을 던집니다. 예를 들면, 러시아의 시조라고 보는 키예프 공국에 대해서도 ‘러시아’ 역사의 ‘연장선’으로 보는 견해와 슬라브 민족들의 역사라고 보는 견해를 동시에 개제하는 식이죠. 언어의 낯설음부터 다양한 견해를 보여주고자 하는 기록자의 스타일까지 더해 역사를 정리해내기가 어려웠지요. 그래서 시험을 폐지하고 러시아 역사의 흐름을 좀 더 이해하고 공부가 되는 방식을 찾아보자는 의견이 제시되었어요. 그러나 용어가 어렵고 입에 붙지 않기에 암기하지 않으면 기억하기 더 어렵다는 의견들이 우세했습니다. 대신에 시험 전에 내용 전체를 입 발제 형태로 조원들이 돌아가며 정리하는 것을 통해 내용을 숙지하고, 그 후에 시험을 치르는 것이 좋겠다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오늘부터 그 방식으로 조별 세미나를 먼저하고 전체 흐름을 잡은 후 시험을 보았습니다.

우리의 시험은 쫄깃함을 버릴 수 없는 것과 더불어 상호부조가 암묵적 원칙으로 작동하고 있지요. 오늘의 압권은 유럽의 봉건제 은대지 제도와 비슷한, 봉사를 조건으로 부여된 토지인 러시아의 ‘포메스티예’였습니다. 누군가 ‘갑자기’ ‘개의 종류’ 가 생각난다고 했지요. 그 견종이 포메라이안인가요?! 그러나 러시아어라는 것이 함정. ‘포메스티나’, ‘포메리니예’, ‘포메라니아’ㅠㅠ 안타깝게도 오답 처리되었습니다. 또 어떤 이는 한 문제라도 맞춰보겠다고 키예프가 가장 번성했을 때의 통치자인 ‘야로슬로프’를 세 번 적는 만행을 저질렀네요. 블라디미르라는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러시아어는 어렵습니다.

키릴 문자 익히기

러시아어 익히기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키릴 문자의 음가를 익히고, 알파벳 따라쓰기를 해보았습니다. 시간이 짧아 암기하는 수준까지 진도를 나가지는 못했지만, 영어 알파벳과 같은 듯 다른 글자들을 써보는 것에 만족했습니다. 키릴 문자는 알파벳과 음가가 다른 것은 물론이고, 쓰는 방식이 전혀 달랐습니다. 주로 아래에서 시작해 위로 올라가 그림을 그리듯 써나가는 것이, 기존에 알던 것을 지워야만 익히기가 가능해 보였습니다. 러시아어 알파벳은 자음21개, 모음10개, 부호2개로 모두 33개의 철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0씩 끊어 외워봐야겠습니다.

 

여행에 대한 기대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가하는 샘들 따라 나가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어쩌다 보니 중년의 모임이 되었습니다. 오늘 시험에서 만점을 맞은 혜연샘이 한 턱을 내시겠다 하셨죠. 모두들 공부를 하면서 러시아를 알아갈수록, 여행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 같았습니다. 공부양이 많아 힘들다 하셨지만, 이제 이 리듬을 즐기고 계시다는 것도 알게 되었네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주 공지합니다.

문화: 지하로부터의 수기 읽고  인상적인 장면 해석해 주시고요.

역사: 러시아의 역사 ~22장까지 읽습니다. / 출제: 혜연샘

간식은 윤순샘, 민호

이번주에는 시 대신 유형지에서 돌아온 사람을 그린 일리야 래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시리즈를 올릴까 합니다.  대의를 위해 산 혁명가와 달리,  그간의 고통이 심했을 가족들은 심경이 복잡했던 것 같습니다. 그 복잡함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전체 2

  • 2020-01-11 03:21
    혜연 샘 백점 축하드려요! 모두 양생적 첫시간을 보내셨구만요. 상호부조를 다지기 위한 셤. 이거이 우리가 아나키스트 여행자로 거듭나는 수련법? ㅋㅋ

  • 2020-01-12 23:28
    이렇게 보니 목요일은 정말 많은 것들이 들어있네요! 새벽 공부부터 시작해 문학세미나와, 역사시험, 러시아어 연습까지... 다소 헤비하지만 그래도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