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역사팀 2학기 2주차 후기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0-01-20 10:56
조회
80
《러시아의 역사》를 2주째 꾸역꾸역 읽었습니다. 《종횡무진 서양사》와 달리 모두가 생소한 러시아의 역사를 공부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시던 선생님들은 여전히 점수가 잘 나오더군요. 이 책만 잘 꿰고 있어도 나중에 여행할 때 모르는 것이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다시 읽기 쉽지 않다면 한 번 읽을 때 꼼꼼하게 읽어주세요~

공지하겠습니다. 《러시아의 역사》 하 권은 인터넷으로 시키면 느리게 오니까 미리 시키시거나 오프라인으로 얼른 구하셔야 할 겁니다. 저희가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서 읽은 시대가 등장하니 반가운 부분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역사팀 후기는 돌아가면서 쓰기로 정했습니다. 내용이 생소한 만큼 각자 다시 복습하면서 이야기를 소화하자는 취지이니 이견은 받지 않겠습니다. ㅎㅎ 그렇다고 방대한 내용을 전부 다 정리하라는 것은 아니고 자신에게 인상적이었던 사건 혹은 인물에 대해 초점을 맞춰서 요약하시면 됩니다. 원칙적으로는 돌아가면서 쓰기로 하되, 이번 주에 가장 열심히 읽지 않는 분을 다음 주 후기로 정하겠습니다. 성실히 읽지 않은 분들은 계속 후기를 쓰실 수도 있겠죠? 성실성은 시험 점수와 무관하게 역사팀에서 판단할 테니 모두 열심히 읽어 오세요~

 

표트르 대제(1672. 6. 9 ~ 1725. 2. 8)


이번에 읽은 내용 중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표트르 대제와 예카테리나 대제의 등장일 겁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제정 러시아의 시작인 표트르 대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에서는 표트르 대제부터 〈제정 러시아〉 파트로 정리했는데요. 혹시라도 모를 분이 계실까봐 말씀드리자면, ‘제정’이란 제국의 황제가 다스리는 정치 체계를 뜻합니다. 학자마다 어디서부터 제국 정치가 시작됐는지 의견이 다르다고 합니다. 누구는 타타르의 멍에로부터 벗어난 이반 3세부터를 ‘제정’으로 보기도 하고, 누구는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 키예프 루시 공국부터를 ‘제정’으로 보기도 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서구 유럽을 모델로 여러 개혁을 시도하고, 유럽 열강들 사이에서 활약했다는 점에서 표트르 대제 시기부터를 제정 러시아로 정리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표트르 대제는 “러시아의 위대한 영웅으로 생각되기도 했고, 러시아의 전통을 저버리고 더럽혔다고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표트르 대제 때 러시아의 세력이 커졌습니다. 파죽지세였던 스웨덴을 물리치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설치했고, 니슈타트 조약으로 북부의 강국이 될 수 있었죠.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전쟁과 지나친 부역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서구 문물을 받아들인 탓에 ‘러시아적’이었던 제도, 문화가 많이 사라지기도 했죠. 표트르 대제를 객관적으로 이렇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냐에 따라 매우 다르게 그려질 것 같습니다.

저는 표트르 대제가 지칠 줄 모르고 여행했다는 것과 출신, 지위와 관계없이 오직 능력만 보고 관리를 선발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표트르 대제는 자신이 다스리는 영토 곳곳을 돌아다녔고 러시아를 강하게 만든다는 목적 속에서 두 차례나 직접 유럽을 여행했습니다. 여행할 때는 자신이 직접 본 것들을 흡수했습니다. 그는 유럽의 항해술을 비롯한 여러 기술적인 학문, 정치 체제 등을 배우고 익혔고 이 지식들을 러시아에 가져와서 적용했습니다. 스웨덴을 지나 프로이센, 네덜란드, 프랑스, 잉글랜드 등을 돌아다녔다고 하니 사실상 당시 유럽의 중심지를 직접 보면서 돌아다닌 셈이죠. 여기서 재밌었던 것은 그가 서구 문명을 그토록 배웠던 이유가 단순히 세련미나 자유주의적 가치 때문이 아니라 합리성과 기술이 유용한 문화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인재를 능력에 따라 등용하게 된 것도 그의 성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그는 여행하면서 만난 포르투갈의 선박에서 사환으로 있던 사람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경찰 수장으로, 리투아니아에서 돼지를 치던 사람을 원로원의 초대 검찰총장으로, 어떤 러시아 집안의 농노를 아르한겔스크라는 도시의 부지사로 삼았습니다. 하층 출신부터 봉직 귀족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계층을 오직 능력에 따라서만 등용했다는 것은 지금 봐도 놀라운 능력입니다. 모스크바에 외국인 거주 구역을 만들고 때때로 그곳으로 가서 정보와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런 겸손한 모습과 반대로 거칠고, 과격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필요하다고 느끼면 직접 곤봉을 가지고 귀족들, 친구들, 궁정 사람들을 직접 때렸다고 합니다. 멘시코프라는 사람은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 출신이었지만 유능했기 때문에 표트르 대제 시절 가장 출세했습니다. 그러나 허영심 많고 부패했기 때문에 황제에게 곤봉으로 자주 맞기도 했다고 합니다. 가장 낮은 사람에게 배울 수 있고, 어떤 권력자에게도 곤봉을 휘두를 수 있다고 정리하니, 거의 성인이네요.

표트르 대제를 보면 볼수록 참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표트르 대제 개인은 정조와 같은 슈퍼맨인 것 같습니다. 육체적 능력, 기술을 습득하는 자질뿐만 아니라 지금 러시아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도입하는 통찰과 민첩함까지 갖췄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러시아 대중을 쥐어짜는 것이 미화될 수는 없겠죠. 인민을 동원해서 도시를 짓고, 반란을 진압하는 데 거침이 없었죠. 부자유민과 부랑자들도 포함하는 인두세, 심지어 수염세를 도입한 것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폭군의 모습입니다. 역사적으로 이런 인물들을 볼 때마다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고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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