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철학팀 3주차 철학강의 후기

작성자
윤순
작성일
2020-02-03 19:28
조회
119
소생-러시아2학기/3주차 철학 강의 후기/2020.2.2./윤순

소생팀은 벌써 러시아 여행 중

우리(규문)는 현재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여러 글들을 접하고 고민하고는 있지만, 저의 경우에는 자본주의를 누리는 일상에서 과연 조금이라도 능동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확신도 어떤 실천도 거의 없기 때문에 이 고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대립시키고, 현재 자본주의 국가들의 형편이 공산주의를 실행했던 국가들보다 더 낫다는 이유로(이것도 따져봐야 할 과제이지만)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맹신하기도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는데도 이 정도는 감수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한 가지 이데올로기를 맹신하고 고민할 것도 없이 그것을 최대한 실천하며 사는 삶이 단순하고 편안하다고 느낀다면, 이 선택은 우리에게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답을 바로 찾기 어렵지만 현재의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그런 것을 접할 수 있는 공동체를 찾고 있습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제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시공간이 마냥 만족스러웠다면 현재를 비판하는 장에 관심이 생기지 않았겠지요. 그냥 문제없어 보이는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어 사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을 것이고 그 곳에 있었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규문과 같은 공동체에서 다른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삶(조건) 중 무엇이 나(우리)를 불편하게 하는지, 그것이 개인적 문제인지 공동체적 문제인지, (예전보다는 먹고 살기 나아졌는데 이런 고민은 괜한 투정인지,) 세상(물질적 측면)은 좋아졌는데 그 감사함을 깨닫지 못하는 내 정신의 문제인지, 어떤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어떻게 살고 싶은지 등 수많은 질문들을 따라서 이런 질문들이 교류되고 있는 장이 실제로 저의 현재의 삶에 끼어들고 있습니다.

저는 마르크스의 글, 레닌의 글을 거의 읽어 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이번 시간 채운샘의 철학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요. 두 공산주의자의 매력이 품어져 나오는 채운샘의 강의는 저로 하여금 그들의 책들을 마구 주문하게 만들었습니다. 유럽에 속하는지 아시아에 속하는지도 모르겠고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영토를 보유한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던 러시아에 대하여 문학, 철학, 혁명사를 포함한 역사를 읽어 가면서 저에게도 조금씩 호기심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이에 더해진 이번 강의에서의 두 명의 사상가의 철학적 사유에서 나오는 매력이 저의 러시아 여행을 풍성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마르크스-레닌주의, 역사적 유물론

마르크스는 엥겔스와 함께 <독일이데올로기>, <공산당 선언>, <자본론> 등 자신의 이론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들 이론은 그가 마주한 시공간의 조건에서 치열한 사유를 뽑아내어 쓴 이론들입니다. 마르크스는 공산주의 혁명을 주장하지만 실제로 그가 혁명을 실천하기 까지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마르크스의 사상을 실제로 실천했던 사람은 러시아의 레닌이었습니다. 레닌이 교조주의적으로 마르크스 사상을 글자 그대로 수행했다면, 독일을 비롯한 선진 유럽과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 상황에서는 그것이 실행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레닌은 마르크스 사상을 자기 시대에 실천적 차원에서 변화시키며 실행했기 때문에 혁명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레닌이 러시아 민중에 대한 민족적 동정심이나 권력을 획득하려는 열망이 강했어도 그것만으로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일어나는 혁명을 끝까지 완수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레닌을 회상하며>에 따르면 레닌은 마르크스 철학을 완벽히 이해하는 얼마 안 되는 혁명가였습니다. 따라서 러시아 혁명의 이론적 배경으로 작용하며 레닌의 실행을 추동했던 마르크스의 철학을 우리가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넘어가야 러시아 혁명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르크스의 역사적 유물론은 현재의 물적 토대를 완전히 부정하고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이상적이어서 이것이 어떤 단계로 실천되어야 하고, 실천하는 방법에는 이러저러한 것들이 있고 등의 관념적이고, 그 관념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론적 이론이 아닙니다. 마르크스 철학에서 그가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현재의 물적 토대 분석이지, 이상적인 무엇인가를 제시하고 있는 관념론적 대안이 아닙니다. 그의 철학은 유물론적입니다. 실재와 의식의 문제를 규정하는데 새로운 철학적 비전을 제시한 것이 마르크스의 역사적 유물론입니다. 마르크스는 초기 논문 작업을 그리스의 자연 철학 연구 특히 데모크레토스와 에피쿠로스의 철학을 비교 분석하는 데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자연 철학은 물질을 탐구하는 것이고, 마르크스가 이들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철학의 비전을 생성하고 있다는 것에서 우리는 그가 플라톤을 중심으로 하는 관념론적인 주류 철학을 따르는 것보다 유물론적인 경향으로 나아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역사적 유물론으로 좀 더 자세히 들어가 볼까요?

이번 강의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초기에 함께 쓴 <독일 이데올로기>를 참조하며 진행되었습니다. 여기에 마르크스의 역사적 유물론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들은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가 출발점으로 삼는 여러 전제들은 결코 멋대로 정한 독단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현실에서 실재하는 전제들이며, 이들 전제로부터 이끌어지는 추상은 단지 상상 속에서만 형성될 수 있다. 이들 전제는 현실에 실재하는 여러 개인, 그 개인들의 활동, 그리고 그들에게 이미 주어진 것이면서 동시에 그들 자신의 활동에 의해 생산되어지는 그들 생활의 물질적 조건들이다. (<독일 이데올로기>,p41)

레닌이라는 한 혁명사의 영웅이 1905년과 1917년 러시아 혁명을 대표할 수 있을까요? 레닌이 실행한 혁명의 배경적 사상을 만든 마르크스만이 혁명을 실천했던 레닌의 활동의 원인으로 작용했을까요? 마르크스-레닌주의가 마르크스와 레닌만이 개입하여 생산될 수 있었을까요? 이렇게 묻는 순간 마르크스의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인용한 ‘여러 개인, 그 개인들의 활동, 그리고 그들에게 이미 주어진 것이면서 동시에 그들 자신의 활동에 의해 생산되어지는 그들 생활의 물질적 조건들’이 우리의 머리에 떠오른다면 역사적 유물론의 전제를 이해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러시아 혁명을 공부한다고 하면 마르크스,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 등 대표적 인물이 무엇을 했는지를 궁금해 합니다. 혁명이 일어난 원인과 결과에 대하여 우리는 어떤 이데올로기로 또는 어떤 특정(중요) 인물의 활동만을 분석하고 싶어 하지요. 그래서 마르크스는 이러한 영웅적, 관념적, 추상적 용어로 논리를 구성하는 것은 상상 속에서만 형성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어진 물적 토대와 그 토대에 의해 영향 받는 개인들의 활동, 개인들의 활동에 의해 재생산되는 그들 생활의 물질적 조건들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마르크스에 따르면 그것은 ‘자연적 토대와 역사 진행 과정에서 인간의 활동’이라고 합니다. 어떠한 이데올로기(이념)가 먼저 있고 그것에 의해 개인들의 활동이 일관되게 실행될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각각의 물적 조건이 다르게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통일된 활동은 관념적 또는 상상적으로만 가능합니다. 실제로는 물적 조건들과 무한한 개인들의 활동들로 생산되고 있는 어떤 실재만 존재합니다. 따라서 “그들이 어떻게 존재하는가는 그들의 생산, 즉, ‘무엇’을 생산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생산하는가와 일치”합니다. 생산의 방식은 곧 존재가 됩니다. “생산의 방식이란 곧 이러한 개인들의 일정한 활동의 방식이고, 그들의 삶을 표현하는 일정한 방식이며, 그들이 살아가는 일정한 생활양식” 입니다.

위와 같은 유물론적 세계관에서는 사람들이 지금과 달리 성실하게 노력만 하면 도달할 수 있는 완벽하게 이상적인 세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상(공동체) 속에서만 내(개인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변하면 동시에 세상도 변하겠지요. 세상이 변하는데 나만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여지란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들의 활동이 그대로 세상이 되기 때문에 현행적 활동과 동떨어진 유토피아와 같은 이상적 세상은 따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국가를 지향하는데 왜 이러한 유물론적 전제가 필요했을까요? 레닌은 러시아 제정말기에 왜 마르크스 사상을 토대로 혁명을 이끌게 되었을까요? 이 질문에 관한 물적 토대들을 우리는 앞으로 혁명사와 레닌의 사상을 공부하다보면 조금씩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물론 공산주의(코뮤니즘)의 개념에 대해서도 탐구해야 할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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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07 11:25
    맑스와 레닌의 책을 마구 주문하셨다구요? 같은 철학팀으로서 왠지 든든하네요 ㅎㅎ
    이름도 어려운 역사유물론, 강의들을 땐 좀 알 것도 같다가 다시 보니 영 새롭네요. 물적 조건과 무한한 개인들의 활동들로 생산되고 있는 실재만 존재한다는 것. 그럼 과연 우리가 생산하는 러시아는 어떻게 생겼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