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학 세미나

<멍리학 세미나> 11월 18일 수업 공지

작성자
배현숙
작성일
2020-11-13 10:50
조회
83
 

이번 주 수업은 미영샘과 호정샘께서 아주 알차게 세미나 준비를 해 오셔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질문과 토의를 했습니다. 적천수의 字句만 읽던 우리가 다른 이들의 사주를 칠판에 써놓고 이 궁리 저 궁리 해가며 아는 소리 모르는 소리 다 늘어놓을 수 있었던, 그 흐뭇한 광경이 환하게 떠오릅니다.^^ 어떤 사람의 인생사의 결정적 순간을 맞추느냐 못 맞추느냐가 아니라, 사주의 네 기둥 여덟 글자, 몇 개의 기호로 추상된 그 간략한 은유를, 한 사람의 인생 서사로 풀어내보려 했다는 점이 우리 공부를 대견하게 되돌아보게 했죠. ‘배우고 또 익히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말씀이 마음 깊이 느껴진 멋진 세미나였습니다.^^

 

길흉(吉凶)


 

흔히 사주팔자를 길흉화복을 점치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 맘을 모르진 않지만 사주팔자를 그렇게만 보는 것이 조금 안타깝기도 합니다. 사람살이에는 吉凶禍福이 정해져 있지 않죠.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만 보아도 吉과 凶, 禍와 福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죠. 인간만사는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것일 뿐 그것은 실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와 미래라는 상상 속의 시간 속에서 기억에 붙들려 온갖 망상을 지어내며 삽니다. 그래서 길하고 흉한 것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죠. 그런데 『적천수』에서 말하고 있는 길흉을 보면 한편 싱겁기조차 합니다. ‘희신위보필(喜神爲輔弼)’하면 ‘吉’이라고 말하죠. 즉 喜神이란 용신을 도와주는 것이 길하다는 말입니다. 희신은 용신을 도와서 모든 기가 막힘 없이 잘 순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입니다. 그래서 사주팔자에 희신이 있다면 용신이 세력이 있게 되지요. 말하자면 희신이 길신인 셈입니다. 따라서 사주에 용신은 있으나 희신이 없다면 (運에서 기신을 만나지 않는다면 해가 없을 테지만), 기신을 만났을 때 반드시 흉하게 될 것이라 말하죠. 사주 명리에서 말하는 희용신이란 결국 사주팔자의 운행을 돕는 에너지입니다. 명주가 가지고 나온 기를 중화시켜 순행하게 만드는 힘인 것이지요. 한 마디로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吉한 것이란 말씀이죠.

그렇다면 그 운행을 방해하는 에너지가 기신(忌神)이겠죠. 사주팔자는 이러한 우주적 에너지가 잘 소통되느냐 아니냐를 길흉화복이라는 이름을 붙여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갖가지 모습들은 ‘내’가 어떤 의지와 힘을 발휘하여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에너지 파동이 나라는 개체와 맺는 관계 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인 듯 합니다.

『적천수』에서는 희신과 기신(忌神)이 일주의 왕약(旺弱)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戊土 일주가 寅月에 태어났는데 身旺하여 殺인 寅中甲木을 용신으로 삼는다면, 기신은 틀림없이 식상인 庚辛과 申酉의 金이 되겠지요. 이 때 일주의 원신인 土가 두터우면 재성인 壬癸와 亥子의 水를 희신으로 삼아야 기신인 金이 水를 탐하여 생하느라 용신인 木을 극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일주의 원신인 土가 엷으면 인성인 丙丁과 巳午의 火가 희신이 되어야 할 것이니, 기신인 金이 火에게 극을 받아, 용신인 木을 극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일주의 왕약에 따라 관성을 용신으로 삼느냐 인성을 용신으로 삼느냐가 구별되고, 그에 따라 희기신이 구분되어 정해집니다. 관성으로 용신을 삼게 되면 신왕하다는 것이니 당연히 희신은 재성이 될 것이고, 인성을 용신으로 삼는 것은 신약하다는 것이니 이 때 재성이 떠 있다면 관성이 있어도 비겁이 희신이 되겠지요. 그 비겁으로 재성을 극하여 떠나보내게 하면 용신인 인성은 손상을 입지 않을 것이고 관성에도 도움이 될 테니까요.

즉 사주가 길하려면 이렇게 희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사주를 해석할 때는 용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세밀하게 분석한 후 어느 것이 희신으로서 가장 적절한 역할을 할 것인가를 판단해야만 올바른 사주풀이를 할 수 있습니다.

吉과 반대로 凶은 忌神이 돌아가면서 공격하는 일이겠죠(忌神輾轉攻). 기신은 體用을 해롭게 하는 성분으로, 설사 그 기신이 세력이 없더라도 꺼리는 신입니다. 만약 사주에 기신이 病이 되어 있을 때 희신으로써 藥을 삼을 수 있다면, 길하게 될 수 있지만, 병은 있으나 약이 없다면 길함은 적고 흉함이 많겠지요.

 

수요(壽夭)

 

수요란 오래 살거나 일찍 죽는 것을 말합니다. 도계 박재완 선생은 점사를 말할 때 ‘언제 죽느냐’에 대한 말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하셨다지요. 모든 생명에게 있어 죽음이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어서, 죽을 날을 모르고 사는 우리가 그 날을 알게 될 때 몹시 두려워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셨다고 합니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이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건강한 우리는 감히 짐작할 수조차 없겠지요. 수요편을 공부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참 많은 생각들이 오갔습니다. 장수할 사주, 단명할 사주, 비명횡사할 사주 등등을 정리해놓은 글을 읽다보니 머릿속에 있는 가까운 이들의 사주가 두서없이 떠오르고 망상이 간데없이 펼쳐졌습니다. 그래서 굳이 이 부분을 눈여겨 보고 싶지 않았죠. 아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회피하고 싶었던 것이었겠지만, 죽음이란 사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알아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면 굳이 따져 알 필요가 무에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공부의 한 꼭지로 들어와 있는 것이니 간단히 정리해보기로 하지요. 사주팔자에서 장수와 요절을 가늠하는 조건은 사주의 有情 無情과, 淸濁이라고 합니다. 즉 ‘성품이 안정되고 원기가 있으면(性定元氣厚)’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이죠. 성품이 안정되어 있다는 것은 ‘지지를 얻고 오행이 균형을 이루어’, ‘합을 하는 것은 모두 한신이고, 화하는 것은 모두 용신이며, 충해서 가는 것은 기신이고, 머물러 있는 것은 희신이어서 결함이 없고 치우침도 메마름도 없는’ 것을 말합니다. 또 ‘원기가 두텁다’는 말은 관이 약한데 재성이 도와주거나, 재가 약한데 식상이 있어 이를 도와주고. 신왕한 사주에 식상이 그 왕함을 설기하여 주거나, 신약한데 인수가 월령을 잡아 일간을 돕는 것처럼, 월령과 지지가 서로 有情하고 운에서도 희용신을 일그러뜨리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즉 이런 사주를 가진 이는 (재물을) 탐하지도 않고, (명예를) 그리워하지도 않아, 사람됨이 너그럽고 화평해서 인덕을 겸한 자이니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이죠. 결국 '좋은 사주'를 타고 나면 장수한다는 것인데,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말인 듯 싶습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일찍 죽을 수 있는 팔자는 氣가 탁하고 정신이 메마른(氣濁身枯了) 것인데, 이는 참으로 해석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즉 氣, 濁, 身, 枯라는 네 글자를 각기 나누어 살펴야 한다는 것이죠. 氣濁이란 일주가 월령을 얻지 못했다는 말로, 용신도 약하고 기신이 重한 상황에서 월령과 시지는 돌보지 않고, 年支도 日支와 불화하며, 冲해주기를 바라는 경우에는 冲하지 않고, 合을 꺼리면 도리어 合을 해서, 運에서조차 희용신이 無情하고 기신과 한 덩어리가 되는 경우이고, 身枯는 신약한데 인수가 너무 旺하거나, 신왕한데 극설이 전혀 없는 경우, 신약하여 인성이 필요한데 재성이 인성을 깨는 경우와 신약한데 인성이 없고 식상만 중첩되어 있는 경우이며, 金은 차갑고 물은 냉한 상황에서 토는 또 습하거나, 혹은 불이 이글거리고 토는 갈라 터지는데 나무는 바짝 말라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모두 요절하고 자식도 없다고 하네요.

 

흔히 사주팔자를 업(業)이라고도 하죠. 내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시이래의 인연업이 이런 사주팔자로 태어나게 한 것이라면, 그렇다면 요절도 ‘나’의 영역을 벗어나는 일이 분명할 것입니다. 부처님은 ‘나’라고 믿는 이 몸과 생각이 한낱 꿈이고 허깨비이며 물거품과 같은 것이라고 하셨죠. 깨달으신 분이 하신 말씀이니 받아들여보려 하지만, 뼛속 깊이 느껴지질 않습니다. 그래서 다가올 죽음이란 짐작조차 되지 않는 한없이 비현실적인 사건인 듯 느껴지네요. 살만큼 살아서 더 오래 살고 싶은 바람은 없지만, 이 나이가 되서도 죽음이 일대사가 되지 못하는 걸 보면, 여전히 無明 속인 게 분명합니다.

 

▪ 다음 주에는 ‘성정(性情)’편을 공부합니다.  복희샘효신샘께서 또 한 주 알찬 세미나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실 게 분명합니다.^^

▪ 우리 현정샘께서 요즘 너무 바쁘셔서 다음 주 간식과 후기를 어떻게 책임지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다음주에는 꼬옥 나오시겠다고 하셨으니, 부탁드려 봅니다. 고맙습니다.


▪ 모두 한 주 동안 평안하시고, 몸 잘 돌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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