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에이징 세미나

9.16 몸, 살림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0-09-12 13:04
조회
76
200916 몸살림 세미나 공지

사실 이번 주 세미나 진행을 하는 게 맞는지 조마조마하긴 했습니다. 태풍도 올라온다고 하고, 시국도 이모냥이고 해서 선생님들이 오시기 좀 저어하시려나, 온라인 진행을 도전해볼까 등등 많은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웬걸! 다들 평화롭게 오셔서는 '어차피 출근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출근조(?)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저녁 세미나의 묘미랄까요. 밖으로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시는 몸세미나 선생님들입니다 ㅎㅎ
어김없이 오금희로 시작된 몸세미나. 이번 시간에는 조금 더 진도를 나가서 오른쪽으로 돌아보고 간담도 손으로 툭툭 쳐 보았습니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간을 쳐주면 숙취 해소에 좋다고 합니다. 이 반가운 소식에 간담을 치는 손이 좀 더 거세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앞으로도 조금씩 진도를 나가면서 여러 가지 오금희 동작을 해보려고 합니다.
이번에 읽기 시작한 <동의보감>은 혈(血), 그중에서도 해혈, 수혈, 타혈, 각혈(咳血嗽血唾血咯血) 파트를 읽었습니다. 모두 우리 몸에서 피가 역류해 나오는 현상을 이릅니다. 만약 기침을 하는데 피가 섞여 나온다면? 이건 우리 몸이 순환이 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순환이 되지 않고 얽혀 있던 피가 침이나 가래에 섞여 나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때 피가 만약 맑은, 빨간 피인 정혈이면 좋은 건 아닙니다. 얽혀 있는 어혈이 나와야 하는데, 멀쩡한 피가 나오는 경우이니까요. 이런 경우는 (정옥샘 표현을 빌리면) 아깝습니다^^;; 혈이 역류하는 경우 써 줘야 하는 약은 대개 사물탕이나 자음강화탕과 같이 기(氣), 그중에서도 음기를 보하는 탕입니다.
역류해서 나오는 경우가 아닌, 소변에 섞여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걸 요혈(溺血)이라고 하지요. 요혈은 하초로 피가 몰려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원인은 과도한 성생활과 밀가루(!)음식입니다. 헉, 밀가루!! 밀가루를 끊으라고 할 때, 주로 듣게 되는 이유는 밀가루의 성질이 냉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좀 더 이유를 파고 들어가 보면, 밀가루는 육식과 동일한 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섭취를 지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지금 밀가루는 종자개량을 해서 이전보다 훨씬 밀가루 반죽을 끈적하게 만드는 글루텐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것이 몸을 무겁게 만들고, 피를 엉기게 하는 것이죠. 특히 이런 밀가루와 고기의 조합, 즉 치킨은 최악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자 분위기가 술렁술렁~합니다(헉, 오늘 점심으로 치킨 먹었는데!! 하는 선생님들 계심). 도대체 맛있는 건 왜 이렇게 몸에 안 좋은 걸까요...?ㅠㅠ 그런데 그 맛있는 것들이 이전에는 생에 몇 번 먹을까 말까 한 음식들이었다는 것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밀가루 음식인 국수는 잔칫날에나 먹었던 것이고, 고기는 몇 번 구경도 못하던 것이었죠. 이런 귀한 음식을 지금은 매일같이 먹고 있으니 문제가 되지 않을 리가 없겠죠. 이럴 때일수록 정신 차리고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에 침을 찔러본 자리는 천추혈입니다. 목에서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하는 지점의 가운데 쑥 들어가는 지점을 찌르면 되는데요. 이 혈자리는 어깨결림이나 두통이 가시는 데 좋다고 합니다. 주로 두통이 나는 이유는 우리 몸의 양기가 천추를 지나 머리까지 도달해야 하는 것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때 천추혈을 자극해주면 기가 잘 돌 수 있다는 것! 안마를 할 때 천추혈과 그 양 옆의 풍지혈부터 자극하며 아래로 내려가는 이유도, 우선 이 지점을 뚫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손발에만 침을 놓다가 목에 침을 놓으려니 2인 1조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보다 좀 더 겁이 나기도 했는데요. 막상 찔러보니 손발보다는 덜 아프고 뭔가 자세도 바르게(?)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바른 자세로 문제의 책, <미생물균유전체는 내 몸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번에는 2장과 3장을 함께 읽었습니다. 인상 깊은 부분은 ‘미생물은 자기가 사는 지역을 고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미생물을 마치 허공에 둥둥 떠있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아니면 물기가 있으면 갑자기 생겨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그들도 각자의 나와바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어떻게 이동하는가? 바로 인간의 이동을 통해서!
이게 참 묘합니다. 미생물은 각자의 영역이 있는데, 그것이 이동하는 수단인 인간의 대면관계가 많아지고 넓어질수록 미생물은 점점 같은 분포도를 그리게 됩니다. 그러다가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가 하나 생겨나면 오셀로 말이 뒤집어지듯 순식간에 퍼지게 되죠. 이때 질병은 인간이 미생물을 소독하고 씻어내는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사물에 닿는 면적 자체와 관계합니다. 아무리 깨끗하게 우리가 접촉하는 사물들을 소독한다고 해도, 결국 우리가 앉고, 만지고, 접촉하는 면적만큼 미생물이 묻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생물 수로 따지면 베개와 변기는 거의 차이가 없다는 사실! 우리는 화장실 변기나 베개를 만지면서 미생물이 우리에게 ‘묻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관점을 달리하면 우리는 미생물들 사이의 관계성을 조절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미생물에 대한 묘한 존중감(?)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는 미생물과 함께 살아간다’고 말을 하곤 하지만, 사실 미생물의 서식지로서의 우리가 존재할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미생물의 소독이 아니라, ‘어떻게 하나의 생태계로서의 내 몸이 해체되지 않는 방식으로 행위할까’일 것입니다. <아파야 산다>에서 질병 예방은 소독이 아닌, 바이러스가 번식하지 않을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다음 시간은 <미생물군유전체는 내 몸을 어떻게 바꾸는가> 끝까지 읽어옵니다.

 

수요일에 만나요//
전체 1

  • 2020-09-14 15:44
    스피노자를 공부할 때, ' 마주침이 많을수록 변용역량이 뛰어나다' 는 말을 합니다. 미생물의 관점에서 보면 다양한 마주침은 다양한 미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어렵지만 다양한 사유를 촉발하는 미생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