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앓이

2. 삼경(三經)스쿨 입학기

작성자
수영
작성일
2015-11-26 18:01
조회
681

삼경스쿨 입학기



올 해 가을이 시작될 무렵, 나는 삼경스쿨(三經)에 입학했다. 입학이라고 하니 거창한 교육기관이라도 들어간 것 같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삼경스쿨은 우응순샘 지휘 하에 한문을 공부하는 공부모임. 원래 이름은 ‘강원랜드’였지만 조직다운 뉘앙스를 주고자 해서였는지 내가 들어갈 즈음에 이름을 ‘삼경스쿨’로 바꿨다. 공간은 필동에 있는 남산강학원 세미나실을 쓰지만, 그곳에 모이는 학인들은 그 소속이 각양각색이다. 감이당이나 문탁에서 공부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대학원생, 매주 청주에서 올라오시는 아주머니도 있다. 이들은 어떻게 같이 모여 한문을 공부하게 된 것인가. “(학인 모집)기준이 뭐냐?”는 질문에 우응순 샘은 “내 맘이야아~~”라고 한 적 있다. 그 순간 나는 이 조직이 왠지 좋아졌던 것 같다. 소속이니, 행적이니, 갖가지 것들을 들이대며 사람을 스캔한다 싶을 때는 어째 나로서도 마음이 쉽게 나지 않는다. 물론 이어 ‘우샘의 기준은 무엇인가…’하면서 혹 곧 쫓겨나지는 않으려나 잠시 걱정 아닌 걱정을 하기도 했다.(ㅋㅋ)


그 인연이 어떠하든 간에, 삼경스쿨에서 우리가 모여 같이 하고자 하는 것은 역시 한문공부다. “슬럼프네 어쩌네, 공부를 못하겠네 어쩌네, 이해가 안돼~”, 우샘이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뜨끔 하곤 한다. 또, 우샘 이야기에 따르면 공부를 같이 한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 그리고 그렇게 같이 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샘은 “너네는 돈이 없잖아. 그럼 시간을 내주면 되지~~” 이 비슷한 말을 하신 적도 있다. 공부한답시고 자기 할 일 밖에 모르는 것 같다면, 아마 조직에서 아웃될지도 모른다.(!!) 나로서는 일주일에 한 번 가는 곳이지만, 공부에 관해서나 같이 공부한다는 것에 관해 단순하지만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맞닥뜨리게 되곤 한다.


첫 날, 나는 꽤나 긴장을 했었다. 한문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눈치인 것을 보고 채운샘께서 꽂아(?)주셨지만, 막상 월요일마다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사람들과 같이 공부하는 것이 내키지가 않았다. 오만가지 걱정이 솟았고, 이런저런 자의식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첫 날, 한문이고 뭐고 어떻게 앉아있다 왔는지 모르겠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익숙한 것으로부터 떠나는 일이다, 이런 말을 들은 적 있다.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지만 역시 사소한 것에서도 가로막히게 되는 것 같다. 정말 별 것 아닌 시선에도 주눅이 들기도 하고, 여러 가지 부담에 정작 지금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놓치는 일들도 허다하다. 매번이 고비다. 삼경스쿨에 의연하게 다니는 그 날 까지, 혼자 파이팅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전체 5

  • 2015-11-26 19:14
    수영의 삼경스쿨 입학을 응원합니다. 멀리서도 세계관을 공유하고 싶으니, 맘껏 이야기를 써 주세요. ^^

  • 2015-11-26 19:31
    처음 주는 무지무지한 긴장감과 설레임, 무한공감합니다아~
    수영샘, 파이팅하는 의미로 만나면 우리 찌치뽕~ㅋ 해요~^^~

  • 2015-11-27 08:32
    수영씨 글을 읽으니 덩달아 설레입니다 ~~화이팅!~~

  • 2015-11-27 09:42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

  • 2015-12-01 18:08
    오도카니 앉아 글월을 읽는 수영쌤의 모습, 그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