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앓이

4. 함백에 가다

작성자
수영
작성일
2015-12-10 23:51
조회
838

4. 함백에 가다


지난 10월 중순, 삼경팀은 ‘함백산장’에 출동했다. ‘함백산장’은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위치한… 일단 ‘공부방’이랄까? 곰숙샘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던 함백슈퍼를 새단장하여 ‘함백산장’을 열었고, 그곳에서는 지금 낭송캠프 등 다양한 공부와 활동들이 꾸려지고 있다. 산장지기 옥현언니가 계시고, 감이당의 시연샘과 만수샘이 매주 방문하여 무언가를 도모하고 있다. 이번에 삼경팀이 함백산장에 가게 된 것은 ‘《중용》 완독’을 기념해서다. 《중용》 진도를 끝내고 복습 및 마무리를 위해 함백에서 1박 2일을 보내고자 했다.  하여 일요일 아침, 청량리에 모여 3시간 기차를 타고 ‘예미역’이라는, 나로서는 이름도 처음 듣는 역에 내리게 되었다.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조동리다.


1박 2일 중용강독, 정말로 ‘식후 땡!’ 우리는 한문을 읽고 또 읽었다. 누군가 강독을 했고, 샘의 교정이 이어졌다. 못 따라오는 다시 나머지 공부를 해서 잘 읽을 때까지 읽고 또 읽고 했다. “道也者 不可須臾離也 可離 非道也”(도라는 것은 잠시도 떠날 수 없으니, 떠날 수 있다면 도가 아니다) 중용의 유명한 문장이다. 도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이 날 우리는 끈덕지게 《중용》과 함께 했다. 물론 이는 바꿔 말하면 끈덕지게 먹고, 졸고, 떠들고… 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떨어질 수 없었던 것은 우리의 무지, 우리의 난리법석!


보통 여행은 눈으로 뭔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번 1박 2일에서 중요했던 것은 소리였던 것 같다. 물론 두 눈 크게 뜨고 더듬더듬 《중용》을 읽긴 했다. 책에 코를 박고, 눈은 허둥허둥 검은 것들을 훑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번 중용 강독에서는 무엇인가를 읽고 소리 내고 싶어 하는 힘이 크게 쓰인 것 같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우샘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지영, 해인, 기범, 건우, 별이언니 등 삼경 학인들의 소리가 공간을 채웠고 1박 2일 나의 시간을 가득 채웠다. 산골 공기도 공기였고, ‘함백 맛집’도 맛집이었지만, 어째 이번 여행이 끝나고 나서는 온갖 소리들이 선연했다. 그리고, 그 이틀간 꽤나 힘을 쓴 것 같은 이상한 느낌. 분명 강냉이 까먹으면서 소리 좀 냈을 뿐인데, 희한하게 역동적이었던 것만 같다. 이 느낌을 뭔가 설명하고 싶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확실한 것은, 산을 오르거나 달리기를 하는 것만이 ‘역동적인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12월 말에 또 함백에 가는데 그 때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자. 눈이 없고 팔다리를 꼼짝 못하게 되더라도 공부할 수 있는 충분한 방법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이런 발칙한 생각을 해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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