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세미나

6.17 성역세미나 후기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06-22 15:25
조회
102
성역세미나 후기를 돌아가면서 쓰게 되었네요. 지명받은(!) 첫 타자로 써 올립니다^^

이번 시간에는 <성의 역사> 3권 2장을 읽었습니다. <성의 역사> 1권을 읽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고대 그리스 얘기만 계속 할 것 같았는데 어느새 제정 로마 시대 이야기를 읽고 있네요. 이렇게 보면 정말 성을 둘러싼 담론을 시대순으로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그 내용 자체는 우리가 '성'이라 표상하는 것을 계속 의심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지만요^^;;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능동적인 자유민이 될 것인가’였습니다. 자유민 성인 남성은 언젠가 다른 이들을 통치할 정치적 주체가 되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능동적으로 다스릴 수 있어야 했지요.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소년애였고요. 소년애는 자칫 어느 한쪽이 수동적이게 되기 십상인 관계였기 때문에, 그 위험을 피하기 위한 여러 의례가 고안되어 지켜졌습니다. 푸코는 이를 분석하면서 고대 그리스를 단지 '동성애에 관대한' 사회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밝혔지요.


무대를 옮겨서 기원후 2세기의 제정 로마 시대는 확실히 이전보다 엄격한 성관념이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이때 성관념을 살펴보면 결혼은 보호되고 가족은 우대받고 내연관계는 규제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푸코는 여기서 삶이 공권력으로 완전히 포섭되지 않은 당시의 다른 모랄을 봅니다. 당시 철학자나 모랄럴리스트들은 엄격함을 표방했지만, 어디까지나 규약이 아닌 "자기 자신을 행위 주체로 형성하게 하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강화"할 것을 강조했던 것입니다.


이런 분석은 '개인'이라고 하는 개념을 다시 보게 합니다. 우리는 보통 개인주의라 하면 개인의 '권리'를 먼저 고려합니다. 그리고 그 권리는 사회의 그것과 반비례한다고 생각하곤 하죠. 국가에 의해, 전체에 의해 억압당한 개인의 권리는 점점 그 힘이 미치는 범위를 벗어나면서 확장된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근대의 딜레마는 개인이 자유를 추구하면서 사실 어느 시대보다 국가에 포섭된 시대라는 것입니다. 자유주의는 모든 억압으로부터 해방을 꿈꾸지만 그 해방을 보장할 근거는 국가와 제도뿐입니다. 어떤 것에도 간섭받기 싫어하는 근대인은, 그 자유로움을 보장해달라고 국가나 제도에 요구하죠.


푸코는 이런 딜레마를 해결한 단초로 제정 로마 시대의 "자기 연마"에 주목합니다. 인간의 자유는 어떤 힘으로부터 풀려남(개인주의), 어떤 간섭도 받지 않는 생활(사생활)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관계 안에서 스스로의 주인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제정 로마 시대의 "자기 연마" 전통에서 발결한 것입니다.


이 "자기 연마"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라고 해서 자신의 단련과 수양에만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체는 자신에게 훈련과 의무를 부과하지만, 이러한 실천은 고독의 실천이 아니라 사회적 실천이며 가정, 집단, 공동체 안에서 철학자, 현자, 친구와 함께 할 때 이루어집니다. 이를 통해 '자기'가 단련되어 가는 것입니다. 이는 주체가 관계 철저히 관계 안에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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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23 11:42
    토론의 알맹이들을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성'의 다른 용법도 그날 토론과 쌤의 강의에서 배웠습니다. 체운쌤께선 '이성'을 감정이나 충동과는 분리된 개념으로 정리하고자 하는 것은, "공부를 하고서도 아직도 이성을 그 정도 수준으로 이해하는 쌍팔년적 이야기"라고 딱 잘라 말씀하셨죠. 에픽테투스는 이성을 자기배려를 위임받은 인간존재만의 특권으로 정리했습니다. 니체는 이성을 신체라는 큰 이성이라고 했고요. 하나의 개념이 어떤 계열 속에 있는가에 따라 그 용법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또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