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비기너스 세미나

<청년 백투고> 4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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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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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에는 피에르 아도의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의 후반부를 읽고 종합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자는 마지막까지 고대철학의 핵심이 ‘존재방식이자 생활양식으로서의 철학’임을 강조했습니다. 고대에는 철학이 그저 담론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철학은 각자에게 ‘어떻게 살지를 결정하는 구체적인 문제’였습니다. 철학을 삶의 양식으로 삼았고 그 철학적 삶을 살아 내는 것으로서 철학이 완성되는 것이었죠. 철학을 갖고 살아간다는 정도가 아니라 철학이 삶을 살아내는 과정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이 저에게는 기인이 연상되기도 하고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선에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런 면에서 책의 후반부의 철학과 철학적 담론의 통합성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고대에는 철학적 담론으로 삶의 선택을 정당화하고 생활양식을 통하여 그 함의를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철학’이라고 여겼다고 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담론이 삶의 양식으로 변화했을 때에만 <철학적인> 것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철학과 철학적 담론은 ‘상호인과성’을 가지면서 서로가 서로를 정당화시켰습니다. 철학자들이 선택했던 삶의 양식은 철학적 수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체와 영혼을 단련시키는 수련을 통해서 자기와의 관계와 우주, 타인과의 관계를 해석하고 정립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자기와의 관계 설정을 자아의 집중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수련을 통해서 현재와 죽음을 고찰하고 자신의 욕망을 통제하고 그 주인이 되는 관계를 모색했습니다. 수련을 통한 자아의 확장은 우주와 자연의 관점으로 삶을 해석하고 고양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련을 통한 타인으로의 확장은 가르침과 배움의 양식에서 실천되고 있었을 것입니다.

고대 철학에서 삶의 선택한다는 행위는 주체적인 인생 설계가 아니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원자론과 같은 자연학을 탐구하면서 우주적 질서, 자연적 질서 안에서 인간의 위치와 삶을 통찰하려고 했으니까요. 우주적 높은 시선, 정념에 휘둘리지 않는 무관심, 순간 속의 영원성을 두고 고대인들은 자연의 이치 속으로 자아를 해체하는 삶의 형식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어떻게 쾌하게, 어떻게 선하게, 어떻게 현재의 밀도를 완전하게 살아낼 것인가의 문제를 두고 실존적 삶의 양식을 정당화하는 철학적 담론을 선택하고 동시에 삶의 양식을 구성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차차! 한성희샘께서 중요한 맥을 집어주셨어요. 무엇을 알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욕망하느냐, 어떤 관계에 있느냐가 어떤 선택을 결정하는 것이라는 것을요. 생활의 양식이 먼저이고 그에 맞는 담론이 선택되고 형성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해석이 유동하는 철학적 담론화에 대해 더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실존적 삶의 양식 속에서는 철학과 철학적 담론을 구분하고 선후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섞여있고 서로가 서로를 촉발하는 관계일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엄격한 생활양식이나 수련을 통해 타인이나 자신과 대화를 하는 모든 삶의 양식이 철학이 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예를 들어 타인과 자신에 대한 통찰을 가진 장인이나 예술가는 철학자와 구별되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어요. 그 구별은 인간적인 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하고 더듬어보게 되었어요. 인간적인 관점을 해체하고 경험의 수순을 넘어서는 삶의 통찰을 모색하고 있느냐에 차이를 두고 있지 않을까 하구요. 결국 철학은 전체로서의 우주에 대한 긍정에 이르는 길을 자신의 삶에서 찾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런 방식으로 보면 철학의 실천은 개별적인 철학 사조들의 대립을 초월하는 것이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우지 자신, 우리의 <세계 내 존재>, <타인과의 존재>를 의식하려는 노력이며, 메를로퐁티가 말한 것처럼 <세계를 보는 법을 다시 배우고> 보편적인 시각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이다”(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피에르 아도. p446 )

 

공지 : 5주 (4월 15일)에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 (아카넷) 162p 까지 읽어오시면 됩니다. 간식은 설, 후기는 나한샘이 해주시구요, 건강하게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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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2 11:16
    피에르 아도는 고대 철학에 대한 굉장히 훌륭한 안내자인 것 같습니다. 그의 안내로 도착한 곳에서 무엇을 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을 테고요... (고대적 의미의) 삶의 선택과 (근대인의) 인생계획 사이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 나눈 것들이 샘 후기를 읽으니 다시 상기가 되네요. 고대 철학자들에게는 삶을 계획과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삶을, 시간을, 현재를 잘 운용하여 원하는 결과를 끌어낸다는 식의 인생계획이 아니라... 삶을 근원의 차원에서 이해함으로써 변화에 더욱 동화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합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