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비기너스 세미나

[백투고] 8주차(5.6)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21-05-03 18:59
조회
67
“사랑은 모든 것을 하나로 결합시키며, 불화가 만들어낸 우주를 파괴시키고 그것을 구(球)로 만드는 바면, 불화는 원소들을 다시 분리시켜 [지금의] 이 우주와 같은 우주를 만든다고 말한다.”(367쪽)

이번 주에는 엠페도클레스와 필롤라이오스 부분을 읽고 세미나를 했습니다. 우선 엠페도클레스 부분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사랑’과 ‘불화’에 대한 그의 관점이었습니다. 그는 감각세계의 모든 변화와 현상을 물, 불, 공기, 흙의 혼합과 분리로 설명합니다. 혼합이란 여럿에서 하나가 됨을 뜻하며 분리는 하나에서 여럿이 됨을 뜻합니다. “엠페도클레스는 이러한 혼합과 분리의 원인으로서 사랑(Philotes)과 불화(Neikos)의 두 힘을 신격화된 형태로 제시”(역제 해제, 766쪽)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서양철학사》(닐스 길리에 외) 1권을 읽고도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엠페도클레스의 단편들을 직접 읽어보니 좀더 오묘한 부분들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사랑’, ‘불화’라고 말하면 당연히 전자가 긍정적인 것이고 후자가 부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마련입니다. 그런데 엠페도클레스는 마치 ‘음’과 ‘양’처럼 사랑과 불화를 자연을 이루는 근본적인 힘으로 보았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불화를 부정적인 것으로 보기는커녕 지금의 이 우주와 같은 우주가 형성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랑은 여럿인 것이 하나로 수렴되도록 하는 힘인데, 이 힘은 궁극적으로 (고대인들이 생각한 가장 완전한 형태인) 구(球)의 형태로 수렴됩니다. 불화가 없다면 세계는 어떠한 운동도, 생성도 없이 영원히 구의 상태에 머물러 있겠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고통, 불화, 파괴, 해체, 무질서가 끊이질 않죠.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이 우주는 불완전한 방식대로 완전합니다. 왜냐하면 고통과 불화와 파괴 없이는 세계 자체가 존재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건 단지 지루하고 빈틈없는 구체에 불과할 뿐일 것이니 말이죠. 사랑과 불화라는 두 극을 세계를 이루는 근원적 힘으로 보았던, 사랑이 지배하는 시기가 불화가 지배하는 시기로 교체되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보았던 엠페도클레스의 철학에서 불완전함으로 완전한 생에 대한 긍정이 엿보입니다.

다음시간에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을 끝까지(역자 해제 전까지) 읽고 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주에 있을 에세이 발표를 위해 간략한 메모를 준비해오기로 했습니다. 이번 학기에 함께 공부하며 어떤 책을 가장 재밌게 읽었는지, 그 중에서 어떤 내용을 가지고 ‘지금 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풀어보고 싶은지, 어떤 질문을 갖게 되었는지 …… 대략 이와 관련된 고민들이 드러나게 반 페이지 정도 준비해오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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