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3.13 니나노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9-03-08 20:29
조회
75
"연애란 무엇인가, 나는 잘 모른다." 무려 <연애론>의 첫 구절입니다. 안고는 연애에 대해 본인은 잘 모르며, 평생 문학으로 찾고 있다고 합니다. 몸소 해보는 것도 아니고 문학으로? 글로 배우는 연애라는 것일까요? 우리 안고 님께서는 연애란 대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기에 문학이라는 카드를 꺼내 드셨을까요?
안고는 연애에 대한 탐색을 언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사랑한다라는 말부터 다시한번 생각해보자고 하지요. 연애란 무엇인가, 남녀가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에는 어떤 역사적 맥락이 담겨 있는가. 도대체 사랑이 무엇이기에 지상 최고의 가치가 되었는가 등등. 그렇게 연애/사랑에 대해 파고들고 나니 안고가 보게 된 것은 '분위기'에 기대어버리는 애매한 일본어입니다. 언어는 단지 사물을 정확하게 표현하게 해주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니었던 것. 오히려 일본어는 그게 대체 무엇인가, 명확하게 생각하게 하기보단 언어 자체의 분위기에 기대어 버린 측면이 강하다고 안고는 진단합니다.
그런 언어를 쓰면서 연애를 생각하니, 역시 특별한 분위기로만 떠오르는 것이죠. '생활'을 중시하는 안고로서는 연애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 분위기에 취하는 것을 정말 참기 어려웠을 거 같습니다.
<연애론>은 옛 가나 표기법으로 쓰여진 <불가해한 실연에 대하여>보다는 읽기 편합니다. 그런데 막상 번역하려고 들면 일본어에는 있는데 우리말로는 특정하기 어려운 어휘들이 쏟아집니다. 저번 시간에 나왔던 '아이(愛)'와 '코이(恋)'는 물론 '상품(上品)'과 '하품(下品)'도 하려고 보면 잘 되지 않습니다. 분명 한자를 눈앞에 두고 보면 어떤 의미인지 확 들어오는데 이것을 짝에 맞게 표현하는 방법이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 같지요. '저급한'이라고 하면, '고급한'이라는 말을 써야 하는데 뭔가 어색하고, 그렇다고 '저급한/고급스러운'이라고 하면 짝이 안 맞고...'저급한/고상한'? 이렇게 번역하면 어쩐지 두 어휘가 따로 노는 것 같습니다. 가끔 '우리나라 번역본에도 한자를 그대로 표기해 놓고 싶다'는 마음이 무럭무럭 샘솟는 순간이 바로 이런 일본어에 살아있는 한자 표기를 보는 때지요ㅠㅠ 그럼 또 다시 사전을 찾거나 이래저래 입 속에서 말을 굴려 보고요. 일본어와 우리말 사이의 한자는 분명 의미를 파악하게 해주는 중요한 열쇠이자 중간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것만큼 큰 장벽이 없습니다. 한자가 품고 있는 풍부한 의미를 담아낼 한국식 한자어나 한국어가 없을 때는 정말 한자가 야속(?)하고요. 일본어를 읽을수록 계속 한자에 대해 생각하게 되네요.

다음 시간은 <연애론> 끝까지 읽을 예정입니다.

새로 읽을 텍스트는 <불량소년과 그리스도>입니다. 번역 분량은 첨부파일을 참고해주세요~
전체 3

  • 2019-03-09 00:10
    '아이(愛)'와 '코이(恋)', '상품(上品)'과 '하품(下品)만이 아니라, 말의 나라 (言葉の国)에서 の를 소유격으로 보아 일본을 지칭한다고 할지, 동격으로 보아 말이라는 세계를 지칭한다고 보아야할지, 한참 머물렀었더랬죠. 한정샘은 신의 나라 (神の国)의 변형으로 안고의 차용이라고 말씀하셨지만요.
    세미나 끝나고 어떻게 한국어 공부를 할 지 함께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

  • 2019-03-11 14:10
    안고는 절실하게 청년의 문제를, 자기 윤리의 문제를 파고듭니다. 연애를 보아도, 젊은이들의 춤을 보아도, 어떤 것 앞에서도 안고의 질문은 하나로 압축되는 것 같습니다. '너 자신의 윤리를 물어라!' / 일본어 세미나도, 안고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그만큼 쫀득합니다!

  • 2019-03-11 16:08
    번역의 어려움을 구경으로도 충분히 체험하는 시간이었네요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