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3.20 니나노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9-03-16 18:36
조회
73
사카구치 안고는 <연애론>에서 연애는 결국 다 똑같다고 합니다. 연애 할 때는 밤마다 잠 못 이루고 헤어지면 죽을만큼 괴롭다고 하지요. 시시한 일이기도 하고, 바보같은 일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그만두라고 말하지는 않지요. 오히려 '연애는 다 똑같다, 그러니까 하지 마라!' 라고 말하는 사람을 경계합니다. 그런 뭐든지 이미 다 알고 있는 허무주의적인 태도를 경계하지요. 안고는 가지도 않은 일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사람이 아닌, '생활'의 전사니까요. 어디에도 기대지 않은 채로 해보는 것이 바로 청춘의 도이자 생활! 연애에 대해서도 안고는 일관됩니다. 연애에 비롯되는 괴로움, 슬픔, 애달픔...그로 인해 바보 같은 자신이 되는 것에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지요. 그것이 우리 영혼의 조건이고 또 그것으로 인해 영혼이 충족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이죠.

하지만 연애에 대한 관념적인 분위기를 상상하는 것을, 안고는 계속해서 경계합니다. 인간은 육체를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유발되는 욕망이나 감정에 휘둘리지만 그것을 부정하고 경멸하면서 따로 완전한 사랑을 상상해서는 안된다고요. 그래서야 자기가 더 손해라고 하지요. 육체를 경멸하여 정신적 사랑을 숭앙해봐야 결국 둘은 서로를 배반하는 것이기에 양쪽 모두 의지할만한 것은 아니라고, 안고는 말합니다.

안고는 <연애론>의 끝을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연애는 인생의 꽃이지요. 그 외 다른 꽃은 없다." 다소 모호하고 급마무리 같은(?) 이 끝 구절은 이렇게 읽힙니다. 인생은 잠 못 이루고 괴롭고 외롭고 애달프고 바보같은 것. 그리고 이 생의 본질을 농축(?)한 것이야말로 연애라고 말이죠. 시시한 것임을 알아도 막상 그 한복판에서는 생에/연애에 매진해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게 되는 바보 같은 상태.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고 딱히 경멸할 필요도 더 이상적인 것을 찾을 필요도 없다고 안고는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읽은 부분에서 재밌는 단어는 別입니다. 이 한자는 '다른'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이별'이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읽다보면 어느새 '다른 사람'을 '이별한 사람'으로 읽게 되기도 하고 그 반대로 읽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 쪽으로 읽어도 말은 되는 거 같구요 @_@ 비슷하게 方이라는 한자도 있습니다. 이 한자는 '카타'라고 읽기도 하고 '호오'라고 읽기도 하는데, '카타'는 ~하는 사람, 혹은 방법, '호오'는 ~하는 쪽입니다. 그런데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막상 方이라는 글자를 만나면 방법? 사람? 쪽? 뭐라고 읽어야 하지? 하고 긴장하게 되는 글자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글자인만큼 뜻도 맥락도 다양하다보니 오히려 더 헷갈리게 되는 것이 일본어 같습니다.




다음 시간 과제는 첨부파일을 참고해주세요~


수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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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18 13:36
    안고는 한결같이 '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국가, 선생님, 아버지, 어디서나 고개를 드는 '우리 모두'에 대한 도덕들에 반대! 그래서 안고는 연애마저도 철저하게 '나 답기를' 요구했습니다. 다음 시간은 더 기대됩니다. 불량소년과 그리스도라니요~ ^^ 안고의 대표작이라고 하니, 불량함의 끝판을 보게 될까요? 기대해봅니다. '다자이 오사무'라는 소설가와의 에피소드를 다룬다고 하니,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고 만나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