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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자, 말로

자네들도 알겠지만 나는 그 때 그 자리에서 커츠와 운명을 같이 하지 않았네. 죽지 않았지. 나는 살아남아서 끝까지 그 악몽을 꾸고 커츠에 대한 나의 신의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네. (.....) 나의 주저하는 발은 결국 뒤로 물러섰지만, 그는 마지막 발걸음을 성큼 내디뎠고, 그래서 경계선을 넘어 버렸던 것일세. 어쩌면 여기에서 모든 차이가 생겨났는지 모르는데, 어쩌면 우리가 보이지 않는 세계의 문턱을 넘어서는 감지할 수 없는 바로 그 순간에 모든 지혜와 모든 진심이 압축되어 있는지도 모르지.(153)

커츠는 콩고 내륙 깊은 곳에서 제국주의적 광기를 직접 실현한 인물이다. 잔인한 방법으로 상아를 수집하여 보내는 최고의 주재원으로 원주민에겐 신으로 추앙되는 인물이다. 그는 이 모든 삶을 ‘끔찍하다!’는 말로 표현하며 죽었다. 유럽인이 과학과 진보의 전파라는 미명아래 상아 수집을 위해 원주민을 학대하고 착취하였음을 잘 알았던 거다. 말로는 원주민과 같은 삶과 의식(儀式)으로 하나 되어 살았던 커츠를 마지막 걸음을 내딛은 자로 존경하고 인정한다. 그러나 말로는 경계선 앞에서 멈춘 자였고, 돌아와 할 수 있는 일은 템즈 강가에서 길 떠나는 선원들을 향해 ‘말’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경험하고 살아낸 삶이 아닌 커츠의 이야기를 전한다. 스스로 ‘암흑’이라 지칭한 그곳의 앎을 선취한 자로, 부처와 같은 모습으로 말하고 있다. 그 말은 언제나 옳고, 정상적이며, 깨끗하다. 말할 수 있는 자는 아는 자이고, 앎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 말은 본국에 정착해 있는 영국인들에게는 전해지지 않는 말이다. 이제 막 길을 떠나려는 자들을 향해 우월한 자리에서 전한다. 말로가 전하는 커츠의 이야기는 말로에 의해 절단되고 재 편집된 것이다. 자신의 잣대로 근거를 세우는 것은 제국주의 속성중 하나이다. 제국주의는 선취한 지식을 자신의 기준으로 삼아  계몽의 이름으로 식민지를 개척한다. 제국은 말하고 식민지는 실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