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는 니체

소리 내어 읽는 니체 네 번째 시간 후기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8-04-25 15:53
조회
155
180430 소리내어 읽는 니체 공지

 

이번 시간에는 유명한 대목을 많이 읽었습니다. 예컨대 “그렇다면 다시 한번!”이 있었지요. 차라투스트라가 자신과 도저히 맞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겠다고 하는 대목도 인상 싶었습니다. 그는 홀로 깨어나 사람들을 가르치고 비판하고 그러다가 못 견뎌 사람들을 떠나는 은둔자가 아니니까요.

 

그는 [세상살이를 위한 책략에 대하여]에서 정상보다 두려운 곳은 비탈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눈길은 아래로 떨어지고 손을 위를 향해 내뻗는”곳이 바로 비탈이기 때문입니다. 눈으로는 위버멘쉬를 좇더라도 손은 인간을 향해 뻗는 형국에서 차라투스트라는 뭇사람들 사이에서 허영과 너그러움과 겸손과도 같은 ‘최상’을 두른 채 살아가는 책략을 지닙니다. 이 장에 대해서는 차라투스트라가 ‘뭇사람’의 사는 방식을 비웃는 것이라는 의견과 인간세를 떠나지 않는 차라투스트라가 삶을 긍정하는 노력(?)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부분은 특히 니체의 의중을 알기가 어려웠어요. 그리고 그만큼 우리가 ‘좋은 편/나쁜 편’을 갈라서 책을 읽는다는 것도 알았고요. 가령 [곡두와 수수께끼에 대하여]에서 양치기의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뱀이 나오는데, 우리는 풍문으로 들어 알고 있는 ‘니체가 뱀을 좋아했다더라~’라는 말을 떠올리고 양치기와 뱀의 관계를 그 풍문에 맞추어 해석하려고도 했었지요.

 

[구제에 대해서]에 나오는 “곱사등에게서 그의 혹을 떼어낸다면, 그것은 곧 그에게서 넋을 빼앗는 것이 된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구절은 삶을 긍정한다는 게 어떤 태도인지를 말해주는 것 같은데요. 보통 ‘구제’라고 한다면 정상성으로의 회복을 전제합니다. 곱사등이에게서 곱사등을 떼어내고 못 보는 자를 보게 해주고 앉은뱅이를 일어서게 하는 것이요. 하지만 차라투스트라는 구제를 다른 관점에서 봅니다. 그는 구제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그랬었다”를 “나 그렇게 되기를 원했었다”로 전환하는 것이라고요. “그랬었다”는 삶을 우연적인 것으로 보게 하고 그에 대해 노심초사하고 미래를 도모하게 하지요. 이때의 도모할 미래는 ‘정상성’에 대한 걱정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나 그렇게 되기를 원했었다”라는 의지는 해방을 부릅니다. 지금을 긍정하고 나면 남은 것은 정상성이 아니라 ‘지금’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삶의 양식이지요. 이 구절을 두고 장애가 새로운 예술적 삶의 양식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우리는 이마저도 ‘극복’이라는 말로 봉합하고 싶어 합니다. 아무래도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떨치기 어려운 것이죠. 하지만 “나 그렇게 되기를 원했었다”라는 것은 ‘극복’이 아니라 차라투스트라가 말한 것처럼 장애를 자신의 혼으로 여기고, 그러니까 누구도 가본 길 없는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창안할 기회로 여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옥쌤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계속 남네요. 한 장애인이 어렸을 때 수술로 ‘그나마’ 나아진 자신의 몸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때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더 나답게 살 수 있었을까?’ 라고요.

 

“그것이 생이었던가? 좋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이 대목을 읽고 얘기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영원회귀를 거론하긴 했는데 이 개념은 개념대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려웠지요. 가령 우리는 ‘회귀’라고 하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원환구조를 떠올리지만, 차라투스트라는 난쟁이가 말하는 “시간 자체도 일종의 둥근 고리다”라고 하는 말을 부정하거든요. 우리는 현재를 현재 자체로만 사는 게 아니라 언제나 과거 미래와의 관계 안에서 살기 때문에 ‘원환구조’는 성립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을 외쳐서 다시 그 지점으로 돌아가서 설령 같은 방식으로 살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을 대하는 내가 이미 달라졌기 때문에 절대 똑같은 방식으로 살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와 그 상황을 분리하지 않고, 또 그 '현재'가 과거-미래와 무관하지 않음을 아는 태도, 이것이 '삶을 긍정한다'라고 할 때의 태도가 아닐까요?ㅎㅎ

 

 

다음 시간은 [낡은 서판들과 새로운 서판들에 대하여], 책세상판 355쪽까지 읽어 옵니다.

간식은 순호쌤.

 

 

다음 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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