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는 니체

5.28 소리 내어 읽는 니체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8-05-25 12:26
조회
70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거의 다 읽어가네요. 이번 시간에 읽은 부분에는 신을 잃은 성직자와 신을 부정한 무신론자가 나옵니다. 모두 차라투스트라가 선언한 대로 신이 죽은 시대의 부산물입니다. 신을 잃은 성직자를 '실직'이라고 표현한 것이 재밌습니다. 신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신이 되겠다고 하는 차라투스트라가 가장 경건한 자가 되어버렸구요^^;; 저희가 읽으면서 이해가 안 됐던 부분은 왜 무신론자가 가장 추악한 자라고 불리게 되었느냐인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구절을 읽으면서 이해해 보았습니다. 신을 부정한 이유가 바로 수치심 때문이라는 것이었죠.


아무튼 그 사람은 죽어 마땅했다. 모든 것을 목격한 바 있는 눈으로 보고 말았으니. 사람들의 깊은 속내와 바탕을, 은폐된 치욕과 추함을 남김없이 보고 말았으니. 그의 연민의 정은 수치심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는 나의 더없이 더러운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어왔던 것이다. 이 더없이 호기심이 많고 지나치리만큼 주제넘은 자, 연민의 정이 너무나도 깊었던 자는 죽어 마땅했다.

그는 허구한 날 나를 지켜보고 있었지. 이같은 목격자에게 나는 앙갚음하고 싶었다. 아니면 나 자신이 죽어 없어지든가.

모든 것을, 사람까지도 지켜보고 있던 신, 이 신은 죽어 마땅했다! 그 같은 목격자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참고 견딜 수가 없으니.


수치심 때문에 신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원래는 그 전지전능한 신을 용인했다는 의미도 됩니다. 모든 것을 기댈 수 있는 존재를 상정했다가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본다는 것에 수치심을 느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보다 더 높은 위계로 인간을 놓게 된 거라는 이야기가 나왔고요. 연회에서 그가 두 개의 띠를 매고 있었다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이중적인 태도를 의미하고 왕관을 쓴 것은 인간중심주의를 새로운 신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비겁함이 '가장 추악한 자'라는 이름을 뒤집어쓰게 되었고요. 이는 신을 부정한다면서 정작 전지전능한 신이라는 이미지의 무엇하나 바꾸지 못하는 무신론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연회에서 차라투스트라는 '보다 지체높은 자'가 되기를 종용합니다. 그건 신이 죽었다는 사실에 실망하거나 아니면 그 자리를 가로채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닌, 그 의지처 자체를 넘어서는 차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시간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까지 읽어옵니다.

간식은 쿤우쌤


다음 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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