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소생 프로젝트 9월 6일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8-09-02 14:43
조회
68
(큰)지은 누나의 후기에서 모두들 보셨겠지만, 발표는 팀당 3시간씩 할당됐습니다. 질문을 제외하면 그래도 최소 2시간 반은 예상하고 발표를 준비해야 할 텐데, 횡설수설하지 않는 발표를 2시간 반 동안... 해야겠죠... 그리고 다음 주에는 따로 읽을 책들은 없습니다. 대신 그동안 읽은 책들을 동원해서 각자의 질문을 만들어 오는 게 이번 주 숙제입니다. 나중에 어떤 주제로 글을 쓰고 싶은지, 터키와 이란을 여행할 때 뭘 보고 싶은지 등을 고려해서 수요일 오후 10시까지 숙제방에 올려주세요. 사이사이 바쁘겠네요. 발표까지 2주 남았습니다. 모두들 힘냅시다!

다음 주 간식은 저랑 지영쌤이 준비할게요. 후기는 혜림쌤께 부탁드리겠습니다~

 

광화문에서 청계광장으로 나가는 지하통로에 고미숙 선생님의 글귀가 기둥에 적혀있습니다. “질문의 크기가 내 삶의 크기를 결정한다.”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는 말입니다. 대체로 저의 질문은 ‘이게 뭐냐?’가 다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 전제하는 건 ‘이건 뭐다’라는 일종의 해답이죠. 하지만 공부는 어떤 답을 발견한다기보다는 다른 질문으로 계속 옮겨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강의 중에 채운쌤은 저항적인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삶 자체가 저항이 돼야한다고 하셨습니다. 기존의 가치에 무관심해지고, 다른 가치를 문제 삼을 수 있는 삶은 그 자체로 이미 정치적이고 저항적인 삶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란에서 일어난 이슬람 혁명입니다. 당시 이슬람 혁명이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던 것은 그것이 자본주의의 가치를 어떤 지점에서 강력하게 비틀었기 때문입니다. 푸코가 이란의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당신들은 무엇을 원하느냐’라고 물었을 때, 사람들은 ‘우리는 이슬람 통치를 원한다’라고 답했습니다. 이러한 답은 이들의 삶이 돈보다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더욱 중요시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돈의 힘이 먹히지 않는 삶은 그 자체로 자본주의의 작동에 균열을 내겠죠. 푸코는 이들을 통해 새로운 혁명의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채운쌤은 이슬람 혁명을 스피노자의 공동체와 맹자의 심복(心服)과 연결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스피노자는 공동체 구성원을 마음으로 복종시킬 수 있어야하고, 그러한 차원에서 역량의 문제를 가져옵니다. 맹자가 말한 ‘심복’도 정치의 핵심은 백성의 마음을 얻는 데 있음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당시 왜 이란은 경제적 능력이 아닌 종교적 카리스마를 원했을까요? 스피노자와 고대 중국의 정치를 비교하면서 명확히 할 수 있을 것도 합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자신은 어떤 정치를 원하는지도 짚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곱씹을수록 궁금하네요. 누가 이거 주제로 물어가시죠. ㅎ

기억나실지 모르겠지만, 채운쌤이 강의 때 사사키 아타루의 해석자 혁명에 대해 얘기해주셨습니다. 사사키 아타루는 읽으면 미쳐버리고, 다른 삶을 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이 읽으면 곧 다르게 산다는 낭만적인 말은 아니겠죠. 미쳐버릴 만큼 생각해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얘기겠죠. 머리가 아프게 생각해야만 똑같은 책도 다르게 읽을 수 있고, 그 지점에서야 공부가 자신의 생활을 다르게 조형하는 걸로 이어집니다. 똑같이 살아가는 데 만족하고 있으면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공부가 안 되겠죠.

최근 들어 바뀜을 견디고 싶지 않음을 많이 느낍니다. 질문은 책 내용을 자기와 관련해서 문제화시킬 때만 나오는데, 그 과정이 너무 괴롭고, 힘들게 느껴져요. 그래서 버스에 타면 공부한 건 뒷전으로 미뤄두고 ‘밤공기 좋다, 경치 좋다’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생각을 못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거부한다는 걸 실감합니다. 그런데 채운쌤은 책을 읽고 나면 계속 생각을 한다고 하셨습니다. 생각하는 근육이 있다면, 그 근육이 단련된 정도가 저희와 채운쌤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겠죠. 괴롭지만 생각의 근육을 단련시키느냐 아니면 그냥 포기하느냐. 기왕 소-생 프로젝트에 참여하셨으니 까짓것 해봅시다!

 
전체 2

  • 2018-09-03 10:54
    결산과 결전의 날이 다가오는군요. ^^
    질문의 크기가 여행의 모습을 결정한다.

  • 2018-09-03 18:28
    아... 단련해야 할 근육은 다른 데 달린 게 아니었군요....^^
    미쳐버릴만큼 생각해야 다른 삶을 산다.